홍성욱 전 철 | 과학기술학(STS)의 관점에서 본 종교와 과학: 과학적 사실과 종교적 가치의 만남에 관한 연구

본 연구는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의 관점에서 종교와 과학의 대화에 관한 규범적 관계를 넘어선 사회적 상호작용을 조명하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기술학은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사회학의 일부를 포함하면서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주로 분석하는 학제간 분야이다. 과학기술학에서는 과학적 이론과 법칙을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그 시대에 가용 가능한 물질적, 개념적 재원(resources)을 사용해서 이루어진 인간의 활동으로 생각한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과학이 인간을 초월하는 진리를 발견하는 활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의 역사는 과학이 역사적 맥락 속에 배태된(embedded) 인간들의 우연한 활동의 결과임을 잘 보여준다.

또 과학은 자연에 대한 단순한 사색이 아니라, 실험실 속에서 자연을 규칙적인 것으로 만들어서 자연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STS에서 분석하는 과학에서는 이론이나 법칙보다는 실험을 강조한다. 실험은 다양한 기구와 기술을 사용해서 이루어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불가능했던 실험이 가능해지곤 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 행위자만이 아니라 전자, 세균, 전기, 다양한 화학물질, DNA, 초파리 같은 비인간 행위자가 중요해진다. 과학에 대한 STS적인 이해는 인간행위자와 비인간행위자의 ‘대칭’(symmetry)에 주목한다. 기존의 과학사나 과학철학을 이런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재해석하면 과학에 대한 새롭고 급진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STS의 관점을 가지고 과학과 종교가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되었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진리가 아니라 당대의 최선의 지식으로 과학을 보았을 때, 과학과 종교의 관계는 어떻게 바뀌는가? 그동안 대립, 갈등, 조화의 관계를 맺어왔다고 간주되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는 어떻게 다시 설정되는가? 과학과 종교의 대립과 대화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고 주고 있는가? 더 나아가서 이 둘의 연동이 미래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본 연구는 이런 질문들을 주목하고 이에 답을 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본 연구는 우선 역사적 관점에서 본 과학, 과학자, 종교의 관계를 검토하고자 한다(II). 그리고 현대사회에서의 과학의 에토스의 문제와 그에 대한 종교와의 관련성을 모색하고자 한다(III). 또한 현대사회와의 관련성을 모색하며 사실로서의 과학과 가치로서의 종교의 관점을 다루고자 한다(IV). 마지막 결론에서는 한국사회에 있어서 종교와 과학의 전향적인 관계를 STS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한다(V). 이 분석은 과학과 종교의 만남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뿐만 아니라, 과학과 종교가 왜 만나서 대화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설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주 제 어 과학기술학, 과학과 종교, 창조와 진화, 사실과 가치, 과학자, 신앙, 학제간 연구, 포스트휴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