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erwegs zur Theologie








라이문도 파니카 종교신학의 기독론


전 철



0. 들어가며

라이문도 파니카(Raimundo Panikkar)는 그리스도인으로 출발해서, 힌두교도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 하게 되었고, 그리고 그것을 마감하지 않은 채 불교도로 귀의하였다고 한다. 그의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 자체가 오늘 우리들에게 말하려고 하는 <종교간의 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여 준다. 여기에서는 종 교다원주의 신학자로서의 라이문도 파니카가 어떤 종교신학적인 입장과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지를, 김 진 박사의 논문인 <라이문도 파니카 종교신학의 기독론>(1997)을 중심으로 전개하려 한다. 특히 종교간 의 대화에 있어서 복잡한 문제를 함의하고 있는 2000년 역사의 전통적 기독론을 오늘의 다원화된 현실에 서 파니카가 어떠한 방식으로 참신하게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확대 심화해 나아가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1. 종교간의 대화의 본질

파니카의 존재론은 실재의 <관계성> 속에서 전개되고, 인식론은 실재의 <상대성> 속에서 전개된다. 또 한 파니카의 윤리학은 나와 너가 진실하고도 인격적인 <대화>를 통하여 신비에 쌓인 신성을 함께 드러 내며 새로운 공동체적 인식의 지평을 마련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렇게 파니카에 있어서 <대화>는 감추어 진 진리를 향해 발을 내딛는 여정이며, 그 자체가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경건한 모험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결코 실험이 아니라 체험적인 과정으로서, "진리를 더욱 더 풍요롭게 경험"하는데 그의 목적을 두고 있다(김진, 1998a).

1.1. 종교간의 대화와 종교내의 대화

<종교간의 대화>Interreligi?ser Dialog는 다양한 종교 안에 존재하는 가르침이나 주장을 자신의 종교와 비교 연구함에 머무르는 지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대화는 상대를 객체로 보고 그 객체를 자신의 것과 비교하는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진리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이 종교간의 대화에서 만 남의 장은 종교와 종교의 <사이>inter이다. 반면에 <종교내의 대화>Intrareligi?ser Dialog는 자신의 종교 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을 전제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과의 비판적이고 내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만이 종교적 대화를 위한 준비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종교와 종 교가 만나는 장은 대화 참여자의 종교 <내부>intra에 있는 것이다. 종교 "간"의 대화는 종교행위 "안"에 서 진정 열린다. 이런 면에서 종교내의 대화는 절대적인 차원에서 하나가 되는 새 종교를 위한 "실천적 인 의미"를 함축한다(김진, 1998b).

1.2. 변증적 대화와 대화적 대화

<변증적 대화>Dialektische Dialog는 대화 상대자의 인간적인 이성, 혹은 역사적 발전의 이성적 힘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대화이다. 파니카는 방법론적으로 이 변증적 대화가 종교의 대화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실재의 근본적인 속성이 이원적이거나 변증법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 이다. 오히려 파니카는 실재의 본질을 다원적으로 이해한다. 이런 의미에서 파니카의 실재관은 "존재론적 다원주의"라고 불리워질 수 있을 것이다(민경석, 1997). 바로 <대화적 대화>Dialogische Dialog는 진리의 철저한 역동성이나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파니카의 실재관에 조응한다. 실재는 단 한 번, 일회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다가온다. 이러한 실재관의 입장에서 대화적 대화는 주체 상호간의 창 조적인 대화를 의미한다. 실로 대화적 대화는 "종교의 종합과 통일을 향한 역동적이고 우주적인 과정"을 더욱 깊이 심화시키는 동인이 된다(변선환, 1997).

1.3. 종교간의 대화의 목적

파니카가 말하는 종교간의 대화의 목적은 그의 종교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그는 어떤 종교 도 진리파지에 있어서 홀로 완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각 종교가 파악하고 이해하는 진리는 결국 부분 적이며, 진리에 대한 불완전성이 종교간의 대화를 통해 보다 완전하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간의 대화의 목적은 진리에 보다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며, 결국 종교간의 대화는 진리를 향한 한 추 구의 한 종교적 방법이다. 종교간의 대화는 사적으로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의 깊은 이해와 심화이고, 공 적으로 진리를 향한 공동체적인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심지어 종교간의 대화는 <개종>改宗이라는 전혀 새로운 "미지의 가능성"을 만날 수도 있다(Panikkar, 1978). 그만큼 종교간의 대화는 철저히 진리의 빛 안에서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2. 파니카의 <우주신인론>

파니카의 <우주신인론>Kosmotheandrismus은 파니카의 사상을 핵심적으로 표명하는 원리이다. 파니카 의 우주신인론은 신과 인간과 우주가 철저한 상대성 속에서 관계맺으며, 이 세 차원이 역동적 맥박 속에 서 통일을 이루는 그 자리에 그리스도가 존재한다. 파니카에 의하면 이러한 우주신인론은 각 종교 속에 내재하는 근원적 패턴이며, 편향된 실재관의 한계를 넘어서서 총체적인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또 한 파니카의 우주신인론은 <종교간의 대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출발점을 제공하며, 그의 독특한 개념 인 <그리스도의 현현>을 새롭게 제시해준다.

2.1. 우주신인론의 세 차원과 전제

파니카의 <우주신인론>이란 <실재>Wirklichkeit를 <신적인 차원>das G?ttliche, <인간적인 차원>das Menschliche, <우주적인 차원>das Kosmische이라는 세 지평의 다이나믹한 관계성 속에서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우주신인론은 새로운 실재관이 아니라 동서고금의 종교 사상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인간 의식의 근원적인 형태이다. 이 우주신인론은 다음의 세 가지 인식론적인 전제를 수용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첫째, 실재의 철저한 상대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파니카가 강조하는 실재의 근본적 본성인 관 계성은, 실재의 철저한 상대성을 자연적으로 지시한다. 둘째, 인식의 비 개체적인 측면과 초 개체적인 주 체들의 경험이 우주신인론을 형성하는 출발점이다. 셋째,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신과 연합될 수 있는 가 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이다.

2.2. 우주신인론의 이해 형태

파니카는 종교나 사상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우주신인론의 움직임의 형태를 세 가지 모델로 제시하고 설명한다. 첫째, 실재가 우주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의 삶으로 흐르다가 결국에는 신적인 것으로 전진해 나 아가는 모델이다. 둘째, 우주에서 인간의 삶을 통하여 신적인 것으로 발전되는 과정 전체에 신이 외부적 으로 관여해서 전진해 나아가는 모델이다. 셋째, 우주와 인간과 신이 세 점에 자리잡아 삼각형을 이루며 이 관계 속에서 일그러짐 없이 일정한 리듬을 타면서 전개되어 나아가는 모델이다. 이 세 번째의 모델, 즉 파니카의 우주신인론은 실재의 세 차원의 유기적인 관계를 온전히 구유할 수 없는 첫째 모델과, 신적 인 차원에 대하여 우주적인 차원과 인간적인 차원의 영향력이 간과되는 둘째 모델의 한계를 극복한다.

결론적으로 파니카의 우주신인론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우주신인론적 전망은 다양한 종교들과 전통 속에 내재하는 인간중심적, 우주중심적, 신중심주의적 전망을 극복한다. 둘째, 우주 신인론은 이론적 구조나 사고방식, 즉 육체와 영혼, 세속적인 것과 성스러운 것, 신과 인간과 세계의 분 리 등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다. 셋째, 우주신인론은 배타적인 역사적 사고에 기반을 둔 미래에 편향된 삶 의 형태가 아닌, 오늘 현재에 존재하는 신비적 경험에 개방적인 삶의 내적 발견을 불러 일으킨다.
 
 
 

3. 파니카의 그리스도 현현론으로서의 기독론

기독론은 기독교가 타종교와의 대화로 나아가려 할 때 가장 걸림돌로 여겨지는 신학적 주제이다. 타종 교와의 대화를 추진하려 할 때 전통적인 기독론, 즉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원자'라는 주장은 극복해 야 될 과제이다. 이 전통적 기독론은 다른 종교들이 말하는 그들의 구원 이해, 구원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 신앙고백을 맹목적으로 해체시키거나 비절대화 할 수도 없다. 여기에서 파니카는 기독교 신앙에도 부합되면서 동시에 배타적인 기독론을 극복하는 보다 새롭고 구체적 인 기독론을 새롭게 전개한다. 그는 이 새로운 기독론을 <그리스도 현현론>Christophanie으로 구상한다.

3.1. 그리스도 현현론의 두 가지 전제

파니카는 자신의 그리스도 현현론의 두 가지 출발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그리스도 현현론은 보편적인 이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 현현론은 서구의 정립된 기독론이 보여주는 지배적이 고 우월적인 이데올로기를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리스도 현현론은 에큐메니칼적이고 개방적인 기독 교인이 신뢰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제시하려 한다. 둘째, <그리스도의 현현>이라는 용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그리스도 사건, 또는 진리의 실제적인 나타남을 총체적으로 숙고한 다는 의미에서 사용된다.

그리스도 현현론은 내용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로, 그리스도 현현론은 지난 2000년 동 안 전개된 전통적 그리스도론을 폐기시키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둘째로, 그리스도 현현론은 그리스도의 과거 역사적 모습과 또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모두 포괄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진다. 세 번째로, 그 리스도 현현론은 기독교 내에서만 연구되고 발전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 전통과의 교류와 반성 속에 서 형성되어야 한다.

3.2. 그리스도란 누구인가?

파니카의 그리스도론은 파니카의 종교신학을 이해하기 위한 관문이다. 파니카에 있어서 그리스도는 영 원한 신성을 지시하는 상징이고, 우주신인론적 원리이며, 인격과 구원자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예 수와 그리스도는 구분된다. 파니카의 이러한 그리스도 현현론은 타종교와의 관계를 새롭게 접근할 수 있 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타종교를 통하여 드러나는 그리스도 현전의 비밀은 파니카 안에서 매우 분명하게 해명되고 있음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3.2.1. 상징으로서의 그리스도

파니카는 그리스도가 진정한 종교적 경험 속에서 발견되는 이 실재의 한 상징이라고 말한다. 즉 그리 스도는 실재를 드러내는 상징이지 개념이 아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이 그리스도는 <기독교인들이 명명하는 초월하고 동시에 인간적으로 내재하는 비밀의 상징>이며 동시에 기독교 외에서도 존재하는 실 재의 상징이다.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중재자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기독교인만의 독점물이 아니 다. 진실로 그리스도는 형태와 이름을 달리하는 진정한 모든 종교 속에 현존하고 있으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스도란 우리들을 끝없이 초월하면서도 언제나 인간 속에 내재하는 신비를 기독교인들이 일컫 는 상징이다.

3.2.2. 우주신인론적 원리로서의 그리스도

상징으로서의 그리스도는 또한 신적인 것, 인간적인 것, 우주적인 것을 연결시켜 주는 우주신인론적 원 리이다. 그리스도는 창조된 것과 창조되지 않은 것, 시간과 영원, 땅과 하늘, 상대적인 것과 절대적인 것 을 잇는 유일한 끈이다. 이것은 곧 그리스도가 세계와 하나님을 연결하는 총체적이면서 유일한 중재자임 을 말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경험할 수 있고, 도달할 수 있는 이 우주신인론적 신비를 기독 교적인 의미에서 <그리스도>라고 표현한다. 바로 그리스도라 부르는 것은 나타나는 신비의 상징이다. 그 러나 기독교인들이 파악하는 그리스도가 그 신비 전체를 포괄할 수는 없다.

3.2.3. 개체가 아닌 인격으로서의 그리스도

파니카는 그리스도를 <개체>Individuum가 아닌 <인격>Person으로 본다. 인간은 그리스도를 개체로 경험하지 않고 인격으로 경험한다. 전통적으로 기독교 신학은 그리스도를 역사적 개인의 의미에서 단일 한 개체로 여기지 않았다. 단수성과 개체성을 근간으로 하는 개별화의 원리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 을 온전히 해명할 수 없다. 인격은 양적인 차원이 아닌 실재의 존재론적 관계를 엮는 그물추와 같다. 이 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의 정체성은 인격적 정체성이며, 이 인격적 정체성은 그와의 살아있는 관계 속으로 들어갈 ? 참되게 말할 수 있다.

3.2.4. 구원자로서의 그리스도

예수 그리스도를 그의 구체성을 약화시킴 없이 보편 타당한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있는가? 파 니카는 이 물음에 관하여 두 가설을 보여준다. 첫째는 "그리스도는 구원자이다. 그러나 단지 그 혼자만이 아니다." 둘째는 "그리스도는 유일한 구원자이다." 일단 첫 번째 가설의 의미는 "이미 많은 구원자들이 있고 그 중에 그리스도가 하나의 구원자"임을 의미한다. 파니카는 일단 그리스도의 보편성을 역사-우주 적으로, 심리적-인류학적으로, 논리적-인식론적으로 해명해 나아간다. 동시에 이러한 그리스도의 보편성은 다른 곳에 구원자가 없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파니카에 의하면 그리스도는 초역사적 존재 이다. 이러한 예수 이해가 기독교인들이 믿는 예수의 영의 구원하는 능력이 구체화된 것으로서의 많은 구원자를 인정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배타적으로 입장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3.2.5. 보편적 그리스도와 역사적 예수의 구별

파니카는 위에서 언급한 두 번째 가설인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원자이다"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이 때 그리스도는 이미 어떤 역사적 실존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인격과의 관련 속에서 파악되는 존재로서의 그리스도이다. "예수"는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역사적 이름이다. 그러나 구원자인 그리스도는 '나사렛 예수'라는 역사적 실존의 모습에 한정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역사적 실존을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 사람도 그리스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니카는 <예수는 그리스도이다. 그러나 그리 스도는 예수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어떠한 역사적 이름과 형식도 그리스도의 충분하고도 궁극적인 표현일 수는 없다고 분명 히 진술한다. 우주적 그리스도는 역사적 인물에 한정될 수 없다. 이러한 예수와 그리스도와의 구별은 그 리스도에 관한 지식을 기독교가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과, 타종교에 관한 연구가 기독교 신 앙의 자기 이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가져오게 한다.

그러나 파니카는 역사적 예수의 한계를 인정하였지만 결코 그 필요성을 부정하려고 의도하지 않는다. 일단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예수는 그리스도의 궁극적인 형태이다. 하지만 그리스도는 역사적인 예수에 갖히지 않으며 예수를 넘어서서 다양한 방식으로 <현전>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익명의 그리스 도인이 결국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지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보는 칼 라너나, 예수의 유일회 적 규범성을 포기하지 않는 존 캅을 넘어서는 매우 독특한 지점이다(Knitter, 1985).

3.3. 파니카의 기독론의 내용과 의의

지금까지 언급한 파니카의 기독론의 내용과 의의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그리스도는 모든 실재의 상징이다. 즉 그리스도 현현은 실재의 신적이고, 인간적이고, 우주적인 지평의 신비적 연합의 상징이다.

둘째, 기독교인은 예수 안에서, 예수를 통해서 그리스도를 고백한다.

셋째, 그리스도의 정체성과 그의 신분을 동일시할 수 없다. 신학적으로 말해 역사의 예수와 우주적(신 앙적) 그리스도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넷째, 기독교인들이 그리스도에 대한 인식을 독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종교들 안에서도 구원 사 건, 즉 그리스도의 현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 그리스도의 현현으로서의 기독론은 "예수론"을 극복할 수 있다. 즉 유대 사회라는 어떤 민 족적인 조건 속에서 형성된 예수 이해를 그리스도의 현현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나가며

파니카의 종교신학, 특히 <우주신인론>은 유동하는 만물에 감추어진 <비의>秘意를 하나님과 인간과 우주의 거대한 통일 속에서 보고 있다. 이러한 파니카의 다이나믹하면서도 웅장한 우주신인론의 전개는 세계종교의 다양한 면을 그의 삶 가운데에서 풍부하고 강렬하게 체험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유한은 무한을 포용한다>finitum capax infinitum는 폴 틸리히와, <하나님의 자기양여>를 통하여 인간이 하나님과 만날 수 있다는 칼 라너의 사상은 파니카와 조화로운 색조를 이루고 있다.

파니카의 독특한 해석인 <그리스도 현현론>은 그의 종교다원주의 신학이 얼마나 적극적이면서 급진적 인지를 확증할 수 있는 유용한 단서가 된다. 단지 이천년 전 예수의 화육에만 머무르지 않고 매 순간 새 로운 방식으로 그리스도가 세상을 향해 진입해 들어온다는 파니카의 그리스도 현현론은, 서구 그리스도 교의 세례를 받지 못한 변방의 서글픈 민족들과 타 종교들, 특히 아시아의 토착종교 또한 그들만의 고유 한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세크라멘트로서 현전하고 있었음을 늦게나마 깨닫게 한다.

그러나 2000년 동안 전개된 전통적 그리스도론을 대담하게 해체하고 새롭게 깁어내는 파니카의 저 숭 고한 열정이, 이 불모의 대지 위에서 언제쯤에야 비로소 뿌리를 깊게 드리울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저 아 름다운 파니카의 신학 정신을 든든하게 견지해 낼 수 있는 내면적인 신앙의 성숙과 신학적인 고양을 우 리는 어떻게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형성시킬 것인가. 오늘의 무정한 역사는 오히려 과거 저편으로 신속 하게 퇴각하고, 이 땅에 맺혀 있는 신선한 신학의 열정들은 애처롭게도 점점 소진되어 가는데 말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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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라이문도 파니카 종교신학의 기독론, <한국 종교문화와 문화신학>, 한들.

R. Panikkar, The Intrareligious Dialogue (New York : Paulist Press, 1978) [김승철 역, 종교간의 대화, 서광사, 1992.]

김 진, "20세기 말 종교인으로 산다는 것", 말씀과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신학연구소, 1998 봄호.

______, 우리가 하느님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가, 한들, 1998.

민경석, "종교다원주의의 유형과 그 역학", 향린교회 발표 미간행 원고, 1997년 5월 23일.

변선환, "레이문도 파니카와 힌두교인-기독교인 사이의 대화", 종교간의 대화와 아시아신학, 한국신학연구소, 1997.

Paul F. Knitter, No Other Name? (New York : Orbis Book, 1985) [변선환 역, 오직 예수이름으로만?, 한국신학연구소, 1986.]

1998년 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