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erwegs zur Theolo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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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수첩


전 철







알베르 카뮈 | 작가수첩
Canets III, mars 1951 - decembre 1959


 

 

1.작가일기
1.1.<위대한 것을 구상한 사람은 그것을 실제로 살기도 해야 한다.> (니체)

1.2.나이를 먹을 수록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고집스러워지는 저 처절한 정열로 내가 예술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1.3.내가 좋아하는 열 개의 단어를 묻는 질문에 대답 : <세계, 고통, 대지, 어머니, 인간들, 사망, 명예, 비참, 여름, 바다.>

1.4.실제 존재하는 것을 받아들임이 힘의 표시라고?

1.5.진실은 덕목이 아니라 정열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이 자비롭지 않은 것이다.

1.6.<원하는 때에 자신들의 힘으로 이별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단 하나의 존재를 변함없이 유지한다.> 횔덜린, 엠 페도클레스의 죽음.

1.7.원칙은 큰일들에나 적용할 것. 작은 일들에는 자비심으로도 충분하다.

1.8.귀족의 풍모는 오로지 희생정신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귀족은 무엇보다 받기보다는 주는 자이며 <책임을 느끼는 s'oblige> 자인 것이다.

1.9.차마 볼 수 없는 죽음. 인간들의 역사는 그들이 이 현실에 씌워놓은 신화들의 역사다.

1.10.바닷가에 자그마한 검은 실루엣이 걸어가고 있었다. 머플러와 안경 사이로 보이는 것은 오직, 전에 눈썹이 있 었던 곳에 붓으로 그려놓은 두 개의 선, 그리고 햇빛의 광채 때문에 찡그려도 도무지 주름살이 생기지 않는 이마 의 희고 기름진 공간 뿐이었다.

1.11.그 가냘픈 식물 주변에서 그밖의 모든 것은 다 조금씩 치워버리세요.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해서 행복이 깃 들 자리를 만들어주세요.

1.12.나는 오직 내가 가진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갖고 싶은 게 없다. 나의 불행은, 그리고 내가 받는 벌은, 내가 가진 것을 즐길 수가 없다는 점이다.

1.13.어떤 날 저녁에는 그 감미로움이 끝나지 않은 채 오래 이어진다. 우리가 떠나고 난 뒤에도 땅 위에는 이런 저녁들이 다시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면 죽는 데 도움이 된다.

1.14.톨스토이는 식탁에 앉아서도 책을 읽는 것으로 전해진다.

1.15.<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존재와 한 덩어리가 되고자 하는 관능적 욕구와 인생의 반려를 갖고자 하는 이성적 욕구가 있을 뿐이다.> (톨스토이)

1.16.세상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위대하고 더 진실한 사람들이 있다는 게 사실이라는 것을 나는 인정할 수 있었 다. 그리고 그들이 온 세상에 걸쳐서 눈에 안 보이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있어서 그 사회 가 삶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것을.

1.17.<그런 순간들이면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쾌락의 충격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안개 속에서 충돌당한 돛단배가 선체에서 용골까지 얻어맞아서 그 충격에 갑판으로부터 앞돛까지, 배의 앞뒤끝에 이어진 수천 개의 동아줄과 늑재들에까지 모든 것이 진동하다가 마침내는 옆으로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침 몰.> (소설)

1.18.주기 시작한다는 것은 곧, 모두를 다 준다 해도 충분히 주지는 못하는 꼴이 되고마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모두를 다 준다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1.19.특히 글을 통해서는 아무도 공격하지 말 것. 비판과 논쟁의 시대는 끝났다.

1.20.비판과 논쟁을 <완전히> 없앨 것 - 이제부터는 오로지 한결같이 긍정. 그들 모두를 이해하라. 그들중 몇몇만 을 사랑하고 찬양하라.

1.21.<나는 당신과 동시대 사람이어서 행복했었습니다.> -투르게네프가 죽으면서 톨스토이에게 보낸 편지-

1.22.<세심하다고 해서 한 인간이 위대해지는 건 아니다. 위대함은 맑은 날처럼 하늘의 뜻에 따라 찾아오는 것.> (에머슨)

1.23.천재는 일종의 건강한 상태이며 고등한 스타일이며 유쾌한 기분이다 - 그러나 찢어질 듯한 아픔의 극치다.

1.24.창조. 그것은 주면 줄수록 더 많이 받는다. - 부자가 되기 위하여 아낌없이 쓰다.

1.25.<유일한 불멸의 인간은 모든 것이 다 불멸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에머슨)

1.26.<자신이 끼친 최상의 영향에 비추어서 평가되고 특징지어지는 것은 모든 인간의 권리다.> (에머슨)

1.27.오늘의 세계 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가자면 그저 감퇴되지 않는 에너지와 끊일 줄 모르는 긴장만으로는 부족하 고, 거기에 더하여 얼마 만큼의 행운이 따라야 한다.

1.28.성의 자유는 신비와 억압에서 해방케 하였다. 그리하여 정신의 자유는 거의 완벽해졌고 억제 또한 거의 언제 나 가능해졌다.

1.29.어느날 저녁 무심코 참하게 생긴 책 한 권을 뒤적거리다가 별 느낌도 없이 이런 말을 읽었다: <정열적인 영 혼을 지닌 많은 사람들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삶에 대한 그의 믿음이 무너져버리는 순간이 왔다.> 한 순간이 지나자 그 문장이 내 마음속에서 다시 진동했고, 나는 그만 울음을 떠뜨려버렸다.

1.30.<메데Medee> - 고대극 극단이 상연하다. 마침내 다시 듣게 된 내 조국의 언어인 것만 같아서 나는 그 대사 들을 눈물없이는 들을 수가 없다. 그 말들은 나의 말이고 그 감정들은 나의 감정이고 그 믿음은 바로 나의 믿음 인 것이다.

1.31.네메시스Nemesis. 영혼과 육체의 명정(酩酊)은 광기가 아니라 안락이요 무감각이다. 진정한 광기는 끝없는 명 증(明證)의 절정에서 불탄다.

1.32.어떤 신문은 그것이 혁명적이기 때문에 진실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진실하기 때문에 비로소 혁명적이 되는 것이다.

1.33.아무것도 주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가장 큰 불행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 지 못하는 것이다.

1.34.별들이 하나하나 바다로 떨어졌고 하늘은 마지막 빛들을 방울방울 떨어뜨리고 있었다.

1.35.브라질의 바닷가 모래밭에서 나는 파도소리 가득한 저 낭랑한 빛을 찾아 인적미답의 모래를 밟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36.어떤 감정들을 느끼기 이전에 그 감정들을 몸으로 살고자 한다. 우리는 그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통과 우리 동시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하여 끊임없이 알려주지만 사실 그건 거짓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는 그 감정들을 대리로 체험한다. 그리하여 그걸 실체로 느끼지도 않은 채 다 써버린다.

1.37.비극은 우리가 고독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독해질 수 없다는 데 있다.

1.38.도시에 집합하여 사상을 파먹는 개의 무리들.

1.39.지옥이란 천국 더하기 죽음이다.

1.40.재산소유는 살인이다.

1.41.어머니가 내게서 눈길을 돌려버리고난 뒤에는 나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1.42.멸시의 감정을 아무리 겉으로 나타내지 않으려고 억눌러보아야 소용이 없다. 남들이 그걸 반드시 눈치채고서 용서하질 않는다.

1.43.교회가 오늘날 민중을 위하여 나설 때는 연민에 못이겨 그런다기보다는 힘에 못이겨 그런다는 인상을 준다.

1.44.내가 받은 편지: <우리들 생애의 저녁에 이르면 우리는 얼마나 사랑했느냐를 놓고 재판받을 것입니다.> 그렇 다면 유죄판결이 확실하다.

1.45.그 여자는 순결한 옷을 입고 있었으나 그녀의 몸은 불타고 있었다.

1.46.순교자들은 잊혀지든가 이용당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1.47.두 가지의 비속한 오류:존재는 본질에 선행한다거나 본질은 존재에 선행한다는 것. 양자는 같은 보조로 나아 가고 같은 보조로 상승하는 것이다.

1.48.내가 항상 거짓말을(노력을 해봤지만 소질이 없었다) 거부한 것은 결코 고독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독 역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1.49.<종교없이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믿을 수가 없다.> (톨스토이)

1.50.집중할 것. 날카롭게 - 나는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한다. 그것이 지나친 요구인 줄 알지만 겸손하게 요구한다. 주의깊게 읽어달라는 것이다.

1.51.톨스토이. 죽어가며 허공에 글을 쓰다.

1.52.<성의 콤플렉스>. 두 여자가 필요하다. 남자는 3개의 영혼을 가졌고 여자는 4개의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삼각형은 이 사각형 위에 놓으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두 개의 사각형 위에서는 완전하고 견교한 피라 미드를 이루는 것이다.

1.53.왜소한 정신의 소유자들은 예술에서 디테일쪽을 더 좋아한다. <프로망탱>

1.54.사람은 자기가 글로 쓴 것을 다 체험으로 살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한다.

1.55.이타주의는 쾌락처럼 하나의 유혹이다.

1.56.<오직 삶에 도취해 있을 때만 사람은 살 수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

1.57.<나는 삶에 미쳐 있다 여름이다. 감미로운 여름이다> (톨스토이)

1.58.두 인간은 오로지 시선을 통해서 서로에게 접근한다(가령 출납계원 여자와 손님). 기회가 오면 그들은 서로 부등켜안는다. 남자는 뭐라고 말하는가? <시간 있어?> 여자는 뭐라고 말하는가, 뭐라고 대답하는가? <어디 갔었 다고 말하겠어>

1.59.발전이란 동일하게 긴장된 구 가지 힘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의 균형이다. 그것은 한계를 고려에 넣으 며 한계를 보다 높은 선(善)에 예속시킨다. 수직적인 화살표의 방향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발전이 한 계를 전제로 하지 않은 것이 되니까.

1.60.진실은 끔찍하다.

1.61.니체. 우리는 종교인들을 예술가들 중 최고의 지위에 모실 수 있으리라.

1.62.단 한 가지의 거대한 목적:진실의 인식.

1.63.영원회귀:존재하는 것을 찬양하고 되돌아오는 것을 높이 받들 것.<형이상학이 없다면 남는 것은 그것뿐이 다.>

1.64.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감추어둘 수밖에 없는 사정으로 인하여 그느 오히려 덕목을 갖춘 사람 같은 인상을 준다.

1.65.<자유가 어느 한 구석에서 사라지려고 할 때 자유는 먼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자유는 다른 모든 것이 사 라지기를 기다렸다가 가장 나중에 사라진다.> (W.Whitman)

1.66.죽으면서 자기의 책들을 떠나게 됨을 서운해하는 사제? 아니 그렇다면 영생의 저 격렬한 기쁨이 책과 더불어 맛보는 감미로움을 무한히 초월하지 못한단 말인가?

1.67.소크라테스는 나이가 상당히 들어서야 춤추는 것을 배웠다.

1.68.존슨:<오락에 관한 한 그 누구도 위선자인 경우는 없다.>

죽기 전에 그는 <기인한 생각>에 착안한다:우리 무덤에서는 편지를 받지 않습니다.

1.69.역사는 신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마음의 빛으로 환해진 지성만이 이 세상에서 온갖 형태로 칭송받아온 단 하나의 신입니다.

1.70.덕망있는 사람들은 흔히 겁이 많은 시민들이다. 진정한 용기의 뿌리에는 어떤 착란이 있다.

1.71.어느 젊은 사람의 무덤 앞에서 페리클레스:<그 해는 봄을 잃어버렸다.>

1.72.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영적(靈的) 지도자>(요컨데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 운운할 때 물론 나의 한 부분은 어리석은 허영에 부풀어올랐다. 그러나 다른 한 부분은 그 세월 동안 줄곧 부끄러움 때문에 죽을 지경이 었다.

1.73.인간이 가장 견딜 수 없어하는 것은 남에게 심판당하는 것이다. 어머니나 맹목적인 연인에 대한 애착은 거기 서 기인한다. 동물에 대한 사랑도 거기서 기인한다.

1.74.미학. 감동으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외침소리가 터져나온다.

1.75.예술은 계산된 과장이다.

1.76.그 어느 누구도 사랑을 받을 자격은 없다 - 그 어느 누구도 사랑이라는 저 비길 데 없는 선물에 값할 만한 인물은 못 된다. 사랑이라는 선물을 받는 사람은 그때 부당함이 어떤 것인지를 발견하게 된다.




2.공책 제8권

1954년 8월 - 1958년 7월

2.1.나를 섬뜩하게 하는 것은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음 속에서 사는 것이다.

2.2.자신의 삶 속에서도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정의를 설파할 수 있을 것인가?

2.3.네덜란드, 다정스러운 네덜란드에서 우리는 참을성 있게 죽는 방법을 배운다.

2.4.엄숙이란 용인된 거짓이며 인정된 불구다. 나머지는 태평스러운 솔직함.

2.5.아침의 흰 장미는 물과 후추냄새가 난다.

2.6.나는 신을 믿지 않으며 <그리고> 나는 무신론자가 아니다.

2.7.나는 창조자로서 죽음 그 자체에 생명을 부여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의 전부다.

2.8.<참다운 창조자는 체질적으로 쾌락의 법칙에 순응하도록 되어 있다.> (B.C.)

2.9.눈과 안개에 덮인 토리노. 이집트 문화재 진열실에는 띠도 감지 않은 채 모래에서 파낸 그대로의 미이라들이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나는 포석이 깔린 널찍널찍한 큰길들을 좋아한다. 벽돌 못지않게 빈 공간으로 건설한 도시. 나는 니체가 일을 했고 나중에는 광기의 발작을 일으킨 비아 카를로 알베르토 6번지에 있는 집을 보러 간 다. 나는 오베르베크의 품안으로 달려드는 니체의 행동을 전하는 이야기를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집 앞에서, 내가 언제나 찬탄 못지않게 애정을 느끼며 좋아했던 그사람을 생각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헛일이었다. 나직하게 내려앉은 하늘이었지만 그가 사랑했었음을, 그리고 왜 사랑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도시 속에서 나는 그를 더 잘 만날 수 있다.

2.10. 훔볼트. 인간이 윤택해지고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들이 필요하다. 이 다양성의 유지야말로 진정한 자유주의의 중심적인 노력이다.

2.11.창조적인 삶은 에너지가 충만한 삶이다.

2.12.아침에 마침내 태양, 창백하지만 로마의 들판 위에 뚜렷한. 바보같이 눈에 눈물이 고인다.

2.13.완벽함을 앞에 두고 있자니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기이하고 행복한 느낌.

2.14.40세가 되면 악을 절규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알고 마땅히 해야 할 방식에 따라 그것과 싸운다. 그렇게 되면 그 어느 것 하나 망각하지 않은 채 창조에 몰두할 수 있어진다.

2.15.우리는 이 정확하고 따뜻한 기적을 마음에 담는다.

2.16.피곤과 감동의 한가운데서 이 모든 것은 내게서 눈물을 끄집어낸다. 그 다음에는 끝도 없는 황홀 속에 모두 가 입을 다문다.

2.17.티파사의 아침에 폐허 위로 맺히는 이슬.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것 위에 세상에서 가장 젊고 싱싱한 것. 이 것이 바로 나의 신앙이고 또 내 생각으로는 예술과 삶의 원칙이다.

2.18.가슴을 조여오는 것은 폐허가 된 것들에서 생기는 우수가 아니라 영원한 젊음 속에 담긴 소멸하지 않고 영원 히 계속되는 것에 대한 절망적인 사랑. 미래에 대한 사랑이다.

2.19.최초의 인간. 에너지의 테마:<나는 지배하겠다. 그러나 더럽히지 않은 채 지배하겠다. 타협, 위선, 힘에 대한 저속한 욕망, 이런 모든 것은 너무나도 안이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소유하거나 가지기 위한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배하겠다.> 존재의 유일한 법칙은 바로 존재하는 것이며 스스로를 뛰어넘는 것이다.

2.20.내 침상을 적시는 햇?에 잠을 깨다. 푸르고 금빛 나는 햇빛이 그칠 줄 모르고 넘쳐나는 크리스탈 잔 같은 하루.

2.21.아침. 아테네 국립미술관. 그 속에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다 소장되어 있다.

2.22.나는 이같은 완벽함에 약간 취한 도이에 울적해진 마음으로 밖으로 나온다.

2.23.마음속 깊이 행운을 빕니다. 저의 변함없는 마음을 믿어주십시오.

2.24.인식의 웃음, 그것을 거치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좋고 모든 것이 다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그런 웃음 말 이다.

2.25.나는 이제부터 나를 온통 뒤덮어버리고 있는 이 쾌락을 그만 기록해야겠다. 기쁨 그 자체인 양 순결하고 소 박하고 힘찬 쾌락, 그리고 거기서 숨쉬는 공기.

2.26.죄수는 감옥으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그러나 다뤼는 잘못 생각하고서 그에게 자유의 길을 가리켜주었던 것 이다.

2.27.역사는 피와 용기로 이루어져 있다.

2.28.찬미. 세상의 수수께끼.

2.29.수다스러운 말의 풍요에는 죄가 따르기 마련이다.

2.30.몸으로 직접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각하기는 쉽고 눈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역사다.

2.31.혁명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왜? 자신이 창조하고자 하는 문명의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사유제산 제도의 폐기는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수단이다.

2.32.기독교가 아닌 민족과의 전쟁에서는 기독교 민족들이 져야 한다.> (톨스토이)

2.33.때때로 나는 내 주변에서 나와 같은 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이 사람들에 대하여 엄청난 애정을 느끼곤 한다.

2.34.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하나님에게서 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살아 있는 존재 들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세상 속에 담겨 있는 신성한 그 무엇을 끊임없이 사랑했다.

2.35.여러 날 전부터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 깊고 메마른 슬픔.

2.36.<천재의 비결은 자신의 주위에서 그 어떤 허구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에머슨)

2.37.15세? 니체는 친구들이 무키우스 스카에볼라가 한 행동을 그의 앞에서 부정하자 아무 말없이 난로 속에서 타고 있는 석탄 덩어리를 집어들고 그걸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그는 일생 동안 그때의 상처를 지니게 된다.

2.38.노벨상. 짓눌림과 우수가 함께 섞인 이상한 감정. 20살에 가난하고 헐벗은 처지였을 적에 나는 진정한 영예를 체험했었다. 나의 어머니.

2.39.성서는 돌들 가운데서 생겨났다.

2.40.참으로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은 결코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

2.41.자신의 작업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을 하지 말 것.

2.42.자신의 삶을 어렵게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 그리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쓰러지는 사람은 어떤 의무를 짊어 지건 간에 남을 도울 수가 없다. 자기를 제어하고 삶을 지배하는 사람은 참으로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으며 힘들이지 않고 줄 수 있다. 남에게 주고 일할 수 있는 그러한 힘 이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요구하지 말 것.

2.43.나의 직업은 책을 쓰는 일과, 나의 가족, 나의 민족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는 싸우는 일이다. 그것이 전부다.

2.44.진실 속에, 진실을 위해 산다는것. 우선 자신의 실제 됨됨이의 진실. 사람들을 대할 때 구성하는 것을 포기할 것. 존재하는 것의 진실. 현실을 가지고 꾀를 쓰지 말 것. 그러므로 독창성과 그 무력함을 받아들일 것. 무력함에 까지 그 독창성에 따라 살 것. 그 중심에서는 마침내 존중받는 존재의 무한한 힘을 가지고 하는 창조.

2.45.거짓은 환상처럼 사람을 잠재우거나 꿈꾸게 한다. 진실은 유일한, 경쾌하고 무궁무진한 힘이다. 우리가 오로 지 진실로만, 진실을 위해서만 살 수 있다면:우리들 속에 있는 불멸의 젊은 에너지. 진실의 인간은 늙지 않는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는 죽지 않을 것이다.

 

3.공책 제9권
1958년 7월 - 1959년 12월

3.1.하여간 저는 이 점에 대한 저의 느낌을 당신이 모르고 있도록 버려둘 수가 없습니다.

3.2.<우리들 각자는 예외없이 일생 동안에 구원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처녀를 하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법입 니다.>

3.3.명예는 일종의 수도원이다.

3.4.나는 억지로 이 일기를 쓴다. 그러나 싫증을 지우기 어렵다. 왜 내가 그걸 한번도 안 했는지 나는 이제야 알겠 다:내게 있어서 삶은 비밀스러운 것이다. 삶은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비밀스러운 것이다. 그렇지만 삶은 나 자신 의 눈에도 비밀스러운 것이 분명하다. 나는 삶을 말 속에 노출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삶은 귀먹은 상태, 표현 되지 않은 상태일 때 내게는 풍요로운 것이다. 지금 내가 억지로 일기를 쓰는 것은 내 기억력의 결함에 대한 공 포심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걸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사실 이런 식으로도 나는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서 적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가령 K.에 대한 기나긴 생 각 같은 것.

3.5.내가 겪어본 중에서 가장 불 같은 인간은 사실은 가장 순결한 인간이다.

3.6.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죽음. 나는 벨렘으로 찾아가는 날을 자꾸 뒤로 미루고만 있었는데 돌연 내가 정다운 마음으로 아끼던 그 사람이 지난 5월달 니스에서 그의 고독에 대하여, 그리고 죽음에 대하여 내게 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허리가 구부정해가지고 크고 무거운 몸을 탁자에서 안락의자로 힘겹게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눈 우리는 그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었다. 슬픔.

3.7.힘겨운 밤. 아침에는 만과 언덕 위로 비가 내린다. 등나무:등나무는 내 젊은 시절을 그 향기로, 그 신비스럽고 풍염한 격정으로 가득 채웠었다 다시금 지칠 줄 모르게. 그것들은 내 삶에 있어서 숱한 다른 존재들보다도 더 생생하고 실재하는 힘을 가진 것들이었다 내 옆에서 지금 고통하고 있는 이 존재만은 예외지만, 그의 침묵은 내 반생동안 내게 말을 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3.8.<인내와 반항이 결합하여 마침내 이르게 된 삶에의 긍정은 삶의 위대한 정오의 정상이다> (니체에 대한 레오 폴드의 말)

3.9.마음이 깊은 사람은 그의 신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친구를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3.10.<나의 삶은 바로 이 순간 정오에 이르렀다:하나의 문이 닫히고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87년의 니체(43))

3.11.나는 여러 해 동안 만인의 도덕률에 따라 살고자 했다. 나는억지로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살고 다른 모든 사 람들과 닮으려고 했다. 내가 남과 거리가 있음을 느낄 때조차도 화합을 위하여 필요한 말을 했다. 그렇게 하고난 끝은 재난일 뿐이다. 이제 나는 쓰레기 속을 헤매고 있다. 내게는 법칙이 없다. 혼자서, 찢어진 상태로, 또 그 상 태를 받아들이면서, 나의 개별성과 나의 부족함을 하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그리하여 나는 하나의 진실을 재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일생 동안 일종의 거짓 속에 살고난 뒤에.

3.12.나는 윤리적 관점을 포기했다. 윤리는 추상으로, 불의로 인도한다. 윤리는 광신과 맹목의 어머니이다. 도덕적 인 사람은 남의 목들을 잘라야 한다. 그러나 입으로는 윤리를 설파하면서도 도덕의 높이에서 살지 못하는 사람들 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면 좋은가? 목이 잘려 떨어지는데 그는 충실하지 못하게 법률을 제정한다. 윤리는 둘로 자 르고 분리시키고 살을 발라낸다. 윤리를 피해야 하고 심판받는 것을 용납해야 하고 더 이상 심판하지 말아야 한 다. 그렇다고 말하고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 그리고 당장은 우선 단말마의 고통을 당할 것.

3.13.사랑은 그들 사이에서 육체와 마음의 정념으로 폭발한다.

3.14.미Mi에게 내가 반쯤은 웃으며 반쯤은 진지하게 아주 늙어지면 만사에 대한 고양된 믿음이나 감각의 흥취 등 등이 끝장나버릴 거라는 이야기를 하자 그는 흐느껴 울면서 말한다. <내가 사랑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3.15.한 권의 소설을 쓰기 전에 나는 여러 해 동안 캄캄한 어둠의 상태에 잠겨 있겠다. 매일매일의 집중과 지적 금욕과 극단한 의식의 연습.

3.16.모친께서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저는 석 달 전에 애석하게도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오, 난 그런 작은 일은 또 모르고 있었네요.

3.17.육체적인 사랑은 내게 있어서 항상 무죄와 기쁨의 억누를 길 없는 감정과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눈물 속에 서가 아니라 열광 속에서 사랑할 수 있었다.

3.18.나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같이 살지 못한다. 나는 약간의 고독이, 영원의 몫이 필요하다.

3.19.나는 이따금씩 사랑할 능력이 없는 나 자신을 나무란다. 어쩌면 그건 사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몇몇 존재들을 <선밸해 낼 수> 있었고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건 관계없이 그들에 대하여 변함없는 마음으로 나의 최 상의 것을 간직할 힘이 있었던 것이다.

4.까뮈의 <<작가수첩>>은 모두가 조각조각난 생각과 사실과 감정과 언어의 파편들이다. 이제 이 조각들을 이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하나의 희망, 요컨데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야 할 창조자는 그 파편들 사이 사이에 가 득한 침묵만을 남겨둔 채 가고 없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섬처럼 떠 있는 이 언어의 파편들 사이 사이에 하얗게 펼쳐진 침묵이 오히려 웅변적이고 감동적이란 사실이다. 그 침묵의 백지 속에 향기처럼 여운처럼 비쳐보이는 내 밀한 삶 혹은 꿈.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바로 이 <비밀>이기에 이 침묵은 살아있는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천 천히, 그러나 깊숙이 흔들어놓는 것일까?

5. 까뮈 작가일기 꼴라쥬를 마치며

까뮈의 문학적 열정과 작가마인드는 가히 놀랄 만하다. 까뮈는 나의 내밀한 성찰을 끊임없이 건드렸다. 실로 자신 을 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종교인만의 마인드가 있어야 하리라. 그 마인드를 가공하고 세공하는 작업 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종교인의 정체성은 마인드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많은 책을 보고, 그많 은 사람을 만나고 그많은 경험을 한다 하더라도, 종교인으로서의 정체성, 자기마인드를 결여한다면, 그 풍성한 가 능성은 한낮 보잘 것 없는 현실로 드러날 뿐이다. 신학적 종교적 마인드 없는 종교인은 곧 죽음과 다를 바 없다. 세상의 돈을 우선으로 본다면, 굳이 종교인의 옷을 입고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세상의 돈을 우선으로 두고 싶은데 내가 어쩔 수 없이 걸어왔으니, 이 길을 포기하기가 선뜻 용기가 안나서, 이 길을 포기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미련없이 이 자리를 털어버려야 하리라. 그것이 털고 난 후 나의 목표를 위해서 도, 남아있는 곳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것이겠다. 그렇다면 종교인의 마인드는 무엇인가? 그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신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신이 되고자 하는 바벨탑의 오만도 아니다.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는 야심찬 신념도 아니다. 죽음에서 삶을, 어둠에서 밝음을, 추함에서 아름다움으로 이 세계를 한발자 욱 옮기는 성스러운 행위이다. 신, 聖, 아름다움Schonheit에 대한 근원적인 갈망을 망각하지 말아야 하겠다. 그럴 때 신은 이 세상을 대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점이 되는 것이고, 그 때 우리는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자유는 획득하고자 노력하는 자에게 부여된다. 자유는 원하는 만큼 다가온다. 부디, 부디, 아름다운 세상을 끊임없이 꿈꾸 며 살아가는 신학적 종교적 마인드를 세공하며 갈고 닦자.


1995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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