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6/29 (19:54) from 203.252.18.128' of 203.252.18.128'	Article Number :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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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Heidelberg 기숙사 합격통보를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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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 기숙사 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운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매우 고마운 통보라고 생각했다. 틀림없이 WCC 장학생이라는 이유 때문에 변변치 못한 내가 정말 기숙사가 필요한 다른 한 사람의 자리를 빼앗고 들어간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참 좋지 않다. 신학을 하면서도 경쟁을 한다는 것, 솔직히 머리가 너무 아프다. 머리 아픈 경쟁을 피해 여기 신성한 숲으로 찾아 왔건만 적어도 경쟁의 시대 앞에서는 예외의 여백이 없는 것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속도와 경쟁의 전장터라면 어떻게 신학이 세상과 직면해야 할 것인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 식사를 나누었던 교수님은 "너는 행운아"라는 표현을 하셨다. 장학생도 어렵고, 기숙사도 어려운데 너는 이렇게 일이 쉽게 진행된다는 말씀이셨다. 행운은 은총의 또다른 표현이라면, 실은 나는 이렇게 심장 펄떡거리면서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태어난지 6개월만에 죽을 고비를 겨우겨우 넘겨 살아난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응축하고 있는 나에게 이 삶은 얼마나 눈이 부신지 모른다. 이 모든 WCC 장학프로그램과 배려가 넓게 보면 교회공동체의 몫이고 녹인데.... 괜히 세상 어딘가에서 빛과 소금의 씨앗을 이름도 없이 뿌리는 그 신앙공동체 앞에 숙연하게 머리가 숙여진다. 이 WCC 장학 프로그램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의 나라에 속해 있으면서 하나님의 도상을 향해 나아가는 신앙공동체의 그 고귀한 의미를 잊지 말라는 것인가. 아니면 교회와 세상 사이의 대화가 매우 어려워져만 가는 복잡다단한 현실속에서 그 실낱같은 끈을 찾아 깊이 깊이 연구하라는 것인가. 며칠 전에 루터가 성서를 독일어로 옮기면서 기도했다던 그 성을 비디오로 보았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루터를 읽고 큰 충격을 얻었다. 그 때 에트푸르트의 어거스틴 수도원에서의 그 고행을 생생하게 보았다. 적어도 루터의 수도원은 아니지만 다시금 루터처럼 세상에 펼쳐진 삶의 비밀과 광맥을 하나 둘씩 헤아리라는 정언명령인가. 대학교 내내 기숙사에서 살다가 다시 기숙사로 들어간다. 낯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익숙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기숙사는 가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더 신경의 끝이 예민해야 하고 영혼의 시선이 학문으로 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도미터리에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젊은 시절 고향을 잃은 보헤미안의 삶이 기숙사에 고스란히 각인되어 버린 마당에 더 이상의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다. 오히려 신앙의 선현들이 고민했던 그 흔적의 향기를 맡으면서 더욱 가까이 더욱 열정적으로 더욱 진지하게 길을 걸어가야겠다. 신앙공동체의 고마운 배려에 내가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되지 않는 방도란 바로 신앙의 선배를 따라, 신앙의 비밀을 성실하게 이해하고 해명하는 것이리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공부할 대학과 기숙사와 장학금을 배려해준 WCC, 디아코니아, 하이델베르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신열을 앓고 있는 세상 가운데 희망과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는 보이지 않는 신앙공동체에 감사드리고 언제나 새롭게 나를 열어주시는 하나님에게 무릎 꿇고 감사 드린다. 앞으로 비자문제나 입학문제 또한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Alles G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