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7/03 (11:35) from 203.252.18.128' of 203.252.18.128'	Article Number :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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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주머니의 가벼운 교통사고를 눈 앞에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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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가 찌뿌둥한 이유를 쉽사리 찾지 못해서 난감하였던 적이 있었다. 여러모로 생각한 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늦게 자고 제 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연구소 창 밖으로 피어오르는 푸른 새벽기운을 보다, 문득 이것 저것 계속 건들면 밤을 완전히 샐 것 같아, 억지로 눈을 붙이곤 하였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보니 어느덧 몸은 제 리듬을 상실한 듯 해서 지혜를 구하다, 자율적 통제가 어려우면 타율적인 통제에 내 몸을 맡겨보자 하는 판단이 들었다. 독일문화원에 새벽에 나간다는 한 가지 방법은 이전 1학기에 내가 그렇게 생활을 한 학기 써먹었던 방식이다. 9시에 시작되는 용산 독일문화원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적어도 6시에 몸을 부산하게 떨며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전철 혹은 기차 그리고 다시 전철을 타고 가는 아무 지난한 코스이다. 작년 1학기는 정말 지옥같았던 한 학기였다. 더군다나 이번 여름은 괴테하우스에서 공부할 필요성을 마땅히 느끼지 못했던 터라 별 실효 없는 가능성이 되어버렸다. 또 다른 방법을 찾다가 아침 일찍 나가는 운전면허 연습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나에게는 여름방학이 없지만. 그래도 여름방학이 되면 학교는 매우 평온해지고 조용해지기에 정작 연구소도 학기중보다는 바삐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이 분위기를 타서 운전면허도 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운전면허 신청을 하고 새벽 6시 연습을 위하여 아침부터 부산을 떤 지가 한 열흘 되었다. 다섯시 30분에 일어나서, 그냥 몸만 횡하니 기분 좋게 학교 정문으로 나가면 학원에서 오는 차가 몇 분 이내에 도착하고, 그 차를 타면 6시에 운전연습이 시작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좋고, 학교의 새벽풍경은 신비하리만치 아주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어서 좋다. 내가 아주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한신의 새벽풍경은 한 4년 전의 일이었다. 기숙사 파트너(누구라고 이야기는 안하겠다.)가 그 전날 과로(!)를 너무 해서 밤새 배를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러단 안되겠다 싶어서 조금이라도 그 친구의 뱃속에 우유와 빵을 빈속에 '쟁여' 넣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새벽에 학교 앞 가게에 나갈 때였다. 학교는 황구지천이 곁에서 흐르는지라 새벽안게가 자욱하게 자주 깔리는 편이다. 흡사 구름 사이를 거니는 듯한 느낌, 그리고 새벽이 되면 조용한 캠퍼스에 왜 그렇게 새들이 짹짹거리는지... 그 때 한 20여분 새벽풍경을 보게 되었는데 참 인상적이고 신비로왔다. 컴컴한 밤하늘도 신비로운 데, 그보다 더욱 묘한 맛을 새벽은 주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집에서 군대를 다녔던 시절, 가끔식 새벽예배를 어머님과 다니곤 하였다. 그때 새벽은 검푸른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해가 동터오르는 쪽에서 얿게 비추이는 빛을 따라 집으로 돌아간 기억들이 있다. 그러나 한신의 새벽은 세상 사람들의 호흡과 아직 섞여지지 않은 순수한 공기와 파란 하늘이 충만히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다. 이렇게 몇 년전의 기쁜, 가슴 뛰는 새벽을 다시 맞이해서 너무나도 느낌이 좋다. 나는 약 20여시간째 코스를 채우고 있는 단계이다. 아직 운전에 완벽한 자신감은 없지만 그리 떠는 것도 없다. 그전에도 가끔식 운전을 하곤 했기 때문에. 그런데 오늘 아침 일이었다. 차 정지하는 곳과 새로 출발하는 곳 사이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모는 연습용 자가용이 왼쪽 커브를 완전히 돌지 못해 오른쪽 스폰지 벽에 차가 끼어 있었던 순간이다. 아주머니가 나에게 빨리 가라는 손짓인지 어떤 손짓인지 수화 비슷한 메시지를 보냈다. 나먼저 가라는 메시지라 하더라도 아주머니 차 때문에 내가 먼저 앞지를 수 있는 공간도 없었다. 그래서 멀찌감치 앞에 차가 운전차량 출발선쪽으로 빨리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이, 계속 우물쭈물 아주머니가 차를 잘 몰지 못하는 것이었다. 약간 불안한 마음에 1단에서 후진으로 기아를 바꾸어 넣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순간이었다. 아주머니 차가 아주 빠른 속도로 후진을 하는 것이었다. 내쪽으로... 내 차 뒤에는 또 하나의 연습용 차량이 한대 있었고.. 일단 내가 후진을 하지 않으면 앞의 아주머니 차와 내 차가 충돌을 모면할 길이 없어서 후진 악셀을 밟는데 뒤의 차도 있곤 해서 순간적으로 참 난감하였다. 그래도 아주 자연스럽게 나를 향해 후진하는 앞 차와 나를 따라오는 뒷차 사이에서 속도를 붙여서 아슬아슬 후진을 계속 하였다. 앞에서 속도가 붙은 차는 급속하게 후진하다 결국 내 앞 왼쪽 도로를 넘어서 왼쪽 저편의 휴게용 벤치를 세게 뒤로 받아버렸다.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그 큰 벤치는 차에 부딛혀 방향이 확 돌아갔고 앞의 연습용 차량은 뒤에 붙어있는 라이트가 깨져버렸다. 범퍼는 큰 상처가 나버렸다. 운전연습 센터에서 지켜보던 직원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밖으로 나왔고 격양되었지만 크지 않은 소리로 아주머니에게 차에서 나오라고 말을 하였다. 그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저 뒤에 있는 사람(나를 보고 하는 말)보고 먼저 가라고 하였는데 먼저 가지를 않아서...." 내가 먼저 가는 것과 가지 않는 것이 아주머니 사고와 무슨 상관일까. 나는 화가 나는 것보다 도대체 그 아주머니의 말과 행동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정말 아주머니가 나 때문에 그렇게 사고를 일으켰다면 할 수 없지만, 혹시, 그 화난 시험장 기사 볼 면목이 없어서 순간적인 핑계거리로 순발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하니, 참 마음이 씁쓸하였다. 자신이 사고를 냈다면 그에 걸맞는 차량 파손이나 물건 파손을 보상하면 될 일이지 저렇게 벌벌 떨면서까지 남을 볼모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가. 만약 아주머니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면 그 시험장의 기사는 나에게 와서 이유를 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그러지 않았고, 나도 나 자신의 책임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 그저 담담하고 멍멍하였다. 나는 그 아주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며칠 전에 전철에서 보았던 또 다른 아주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내 옆에 모르는 사람이 어떤 역에 도착해서 내리는데 그리고 그 옆의 좌석을 앞에 두고 서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정작 서 있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한 5미터 앞에서부터 칼루이스 저리가라 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아주머니가 달려드는데 내가 흠칫할 정도였다. 나는 솔직히 아주머니들의 묘한 생리들을 꼬집는 아줌마 유모어나 아줌마 문화담론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고 또한 나 자신이 그렇게 특정한 이미지를 갖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특정한 '부위'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집중적으로 하게 되면 마음의 인상이 찌그러지곤 한다. 아주머니.... 그렇지 않아도 되는데... 하면서 말이다. 여하간 사고를 낸 아주머니 마음이 철렁했겠지. 다행히 브레이크를 밟아서 거기에서 멍추었지 악셀을 계속 밟았다면 더 큰 사고가 일어났을 뻔 했다. 차라리 미션임파서블 II를 찍지.. 휴식시간이 되어서 매점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도중에 아까 그 기사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밥을 다 먹은 후에 그 기사에게 질문을 했다. 그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느냐고. 자주 일어난다고 하였다. 사고 많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그 아주머니는 어떻게 그런 피해를 다 물어내냐고 또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보험을 들었다고 한다. 나는 보험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데.. 그래서 10만원 이하는 보험해당이 안되니 본인이 물고 10만원 이상은 10만원까지만 본인이 물고 하는 보험처리를 한다고 한다. 다시 운전연습하러 코스장으로 들어가는 과정에 사무실 안에 있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지갑에서 열심히 돈을 꺼내서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넉살 좋게, "아주머니 아까 보았는데 사고가 작아서 다행이예요." 하고 아주머니의 반응을 기대하며 물어볼까 했는데 그럴 필요까지 느끼지 못했다. 운전이 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을 기다리는 길목에서 또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나에게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정작 나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시면서 왜 나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그 기사에게 말을 하였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차를 기다리던 도중에 또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되었다. 학원 스쿨버스식으로 차가 운행되기 때문에 그 스쿨버스 운전사 분들이 많이 있다. 어떤 한 운전사 아저씨가 그 운행담당 부장님 에게 다자꼬자 하소연 반 화 반을 낸다. 요는 이렇다. 학원의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기사분들 가운데 아주머니 기사도 계시는데 그분들은 빵구를 나면 간단하게 빵구를 수선할 생각은 안하고 새 스패어 타이어를 계속 갈아 끼운다는 것이다. 벌써 새 스패어 타이어를 3대나 펑크내고 계속 교체를 하니 참 답답하다는 말을 부장님에게 하소연 반 고자질 반으로 하는 것이다. 또 아줌마 타령인 것이다. 그 부장님은 나를 학교까지 태워주는 분인데 학교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이것 저것을 물어보니 아주머니들이 빵구가 나면 간단히 수리하지 않고 그냥 스패어를 갈아 끼우는데 제대로 끼지 않고 그냥 차를 굴리니 저렇게 계속 빵구가 난다는 것이다. 나는 아줌마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줌마라는 여성 삶의 일정한 한 나이테가 매우 외곡되게 매우 시니컬하게 회자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게 된다. 또한 여성이라면 아줌마, 남성이라면 아저씨로 불리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도 아줌마의 시대를 경험했고, 경험하고, 또 우리와 같은 시대를 공유하는 수많은 여성들도 아줌마의 통과제의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건너게 되는 그 시대의 징검다리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특수하게 착색이 되거나 이해가 된다는 것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은 모습라는 생각이 든다. "아줌마"라는 시니피에가 아주 값싸게, 향락적으로, 혹은 이기적인 시니피앙과 결탁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열어나가고 경험하는 그 아줌마 시대만의 고유한 향기를 담아내고, 또 그렇게 이해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아주머니의 시대란 생명을 홀로 품고, 산고의 고통을 지나, 이미 생명을 양육하는 생명의 무한한 젖줄이 바로 아주머니의 시대가 아닐까. 그 좋은 이미지 한 꺼번에 망가질 뻔한 오늘 하루의 특이한 "아줌마" 경험이었지만, 나의 특수한 경험의 한계로 돌리고, 오히려 더욱 멋진 아줌마들, 그리고 더욱 큰 우주적인 깊이로 이 대지를 품고 생명을 보존하고 잉태하는 모습에 감격하게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