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9/05 (04:08) from 203.252.18.128' of 203.252.18.128'	Article Number :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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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의 인사를 나눈 이들을 떠올리며

인간은 양으로 음으로 내리사랑을 받으며 자라나는 생명체이다. 어느 누가 홀로 세상을 살아간단 말인가. 고답적인 형이상학의 물음이 아니라 이는 인생의 자명한 실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은 어느 누구라도 주는 사랑보다 받은 사랑이 더 큰 존재인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렇게 생명을 달고 태어난 것 자체가 사랑 그 자체의 산물일런지도 모른다. 그동안 내가 받은 사랑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부모님, 가족, 선생님, 친구, 형들 아우, 누나, 목사님, 사회에서 만난 여러 분들, 그리고 그 이외의 여러 사람들. 어디 죽으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시간 그들과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매우 아쉽고 그분들의 사랑을 쉽게 망각할 수 없어서 전화로 혹은 직접 찾아 뵈어서 인사를 드렸다. 허위의식에 가득찬 치례나 인사가 너무나도 팽배한 우리네의 거칠은 삶 가운데에서 도대체 인사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하고 물음을 던지다가 그러한 치졸한 고민마저도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한 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니 한심하기만 하였다. 인사에 무슨 이유가 있냐고 하면서 말이다... 인간의 망각은 사랑의 원경과 근경을 구분하게 하는 못된 장애물인가. 많은 이들에게 인사를 드리지는 못하였다. 사랑하는 그들이 가장 먼저 많이 권면하신 말씀은 건강이었다. 건강.. 건강... 건강.... 난 정말 많이 반성하였다. 내 몸을 내것으로 생각하였다는 것에 대한 반성. 건강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타인이 애틋하게 바라는 나에 대한 소망의 문제인 것이다. 내가 타인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타인의 바램 또한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리라는 믿음과 용기를 많이 건네주셨다. 임마누엘. 그 말들을 들으면서 난 마음으로 울었다. 왜냐하면 난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나님은 우리 인간이 하나님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우리와 가까이 계셨던 것은 아닐까. 너와 아주 가까이 있는 하나님을 깨닫고, 앞으로도 너와 아주 가까이 있으시면서 내일을 열어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나에게 말하였다. 임마누엘..... 몸을 사랑하는 것은 다른 이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바탕이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연약한 인간은 쓰러지지만 하나님과 함께 하면 어떠한 역경과 고난도 기쁨과 즐거움과 용기로 이겨낼 수 있다는 놀라운 말씀이다. 높은 곳을 보면서 낮은 곳을 생각하고 풍요로움을 보면서 풍요롭지 않은 그림자들을 떠올리고 그들과 함께 풍요로움을 어떻게 일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 거짓으로 살지 않아도 세상은 우리에게 참 삶의 의미를 충실하게 깨닫게 한다. 세상은 어쩌면 기나긴 여정이기 때문이다. 순간에 유혹받지 않고, 깊은 곳에 뿌리를 드리우고, 받은 사랑 감사하며 사랑을 베푸는 것, 하나님 두려워하고, 세상의 허실을 분명하게 깨닫는 것, 건강은 나에 대한 하늘의 바램이라는 것, 그동안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지만, 이렇게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 이들을 떠올리며 너무나도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한다. 가볍고 소박한 듯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것들.... 같이 더불어, 이러한 과제를 사랑하는 이들과 더불어 행해 나아갔으면 한다. 임마누엘 하나님,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여 우리를 당신이 원하시는 길로 인도하고 써 주소서. 그리고 우리 이웃들과 모든 피조물들을 건강하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