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28 (20:01) from 147.142.86.57' of 147.142.86.57'	Article Number :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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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의 윈도우 3.1

그동안 여러 이유 때문에 글을 올릴 수가 없었다. 일단은 독일은 선진국이지만 인터넷 상황은 한국보다 더 좋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매우 이러한 점에 대하여 매우 의아해 하였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 동네의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 말고도 다양한 문화와 채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 메니아의 상황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은 잠시 자신의 이메일을 체크하고 그리고 관심있는 사이트를 둘러보고 뚱땅거리다 자리를 횡하니 뜨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이나 기숙사에서 쓰는 컴퓨터가 우리나라 것보다 그리 빠르지도 않고 오히려 어느 경우에는 1/2년 시대가 떨어지는 경우도 보게 되었다. 이는 다른 첨단 전자제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이에 관하여 1달전에 나는 작은 경험을 했다. 독일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구입한 니콘 쿨픽스 990 디지탈카메라는 매우 성능도 좋고 탁월한 카메라이다. 워낙 신제품이라 그런지 인류(인간 혹은 니콘 아저씨들)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의 첨단에 서 있어서 여러 탁월한 점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부족한 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아주 조그마한 영역에 330만개의 점을 집어넣어야 하는 기술이 디지탈카메라의 핵심기술인데 여기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인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자세히 보면 330만개의 점 가운데 몇 개가 빵구가 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디지탈카메라 CCD의 불량픽셀이다. 노트북을 사도 액정의 불량픽셀이 없는 것을 골라야 하듯이 디지탈카메라의 액정 및 특히 CCD에도 불량픽셀이 없는 것을 고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구입한 카메라가 구입한 것마다 불량픽셀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카메라는 한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카메라로 매우 유명하다. 동시에 불량픽셀이 많은 카메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여러모로 불편한 경험을 해서 독일에 가서 구입하고 수리도 독일에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독일이 아무래도 이러한 제품이 많이 나돌고 그리고 재수가 좋으면 유럽으로 빠지는 물건들은 불량픽셀이 상당히 적은 제품이 돌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독일에 와서 은범이와 이런 저런 독일에서의 첫 생활에 대하여 잘 지도를 받고 베를린의 문화와 유산과 분단과 통일의 현장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시에 애정이 있었던 쿨픽스 카메라를 독일 베를린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욱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은범이와 같이 카메라를 구입하러 짬을 내어 다녔다. 독일은 한국보다 첨단제품 수용 및 판매가 더욱 활발하리라는 생각을 했던 내가 착각이었나. 웬걸, 한국 용산이나 테크노마트보다 더욱 큰 마트가 베를린에 딱 버티고 있으리라는 기대는 완전히 조각나버렸다. 우리가 큰 백화점 몇 군데를 돌다 겨우 겨우 카메라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물건도 한 두대 있을랑 말랑 한 상황이었다. 여기에는 한국보다 새것에 민감하지도 않고 그리고 새것을 쫓을 이유도 그렇게 없는 듯 하였다. 여하간 서울에서는 널려있는 그 카메라가 베를린에서는 매우 찾기 어려운 카메라였었다. 겨우겨우 Media Markt라는 몇 개 안되는 큰 매장에 가서 그 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었다. Media Markt, Pro Markt, 등등 두세개 되는 매장은 전국적으로 지점을 가지고 있고 애프터서비스도 전국적으로 어디에서나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용산 어느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거기에서 수리나 환불이 가능한데 여기는 예를 들어 베를린 미디어마크트에서 물건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하이델베르크에서 물건을 수리요청 혹은 환물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새 것에 그리 민감하지는 않은데 한국인의 원형적 체질을 물건을 구입하면서 불현듯 발견하게 되었다. 본인들이 카메라를 갖다 놓은 이래로 당신에게 처음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카메라를 구입하고 베를린의 풍경을 찍은 후에 은범이와 함께 집에 와서 불량화소를 체크해보니 몇 개가 보여서 다음날 다시 교환을 요구하였다. 안타깝께도 물건은 없었고 다른 매장에 가서 교환을 하라고 조언해주었다. 다시 다른 매장에 가서 물건을 교환하고 또 확인해 보니 불량화소가 보였다. 이러저러한 불편함 그리고 끊임없이 펼쳐지는 불량화소의 파노라마에서 이제는 조금 벗어나고 싶어서 환불을 요구하였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네들은 환불해 주었다. 2주일 이내의 환불은 어떠한 이유에서이든 원칙적으로 환불해 주기 때문이다. 환불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불량화소도 이유이긴 하지 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였다. 첫째 나의 사진에 담아낼 아름답고 감탄할 만한 독일 풍경은 너무나도 많기에 그것을 일일히 다 찍을 수 없었다. 둘째 겉에 드러난 저 자연과 사물과 도시의 풍경을 이해하기 위하여 내가 독일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보다 더 소중한 보이지 않는 그 드라빔의 비밀과 광맥을 찾기 위하여 더욱 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에서의 카메라 구입과 환불을 통하여 뼈저리게 느낀 것은, 마치 베를린 도로를 보면 최고 기종의 멋진 차들이 쌩쌩거리면서 우리의 눈을 사로잡지만, 그보다 더 많은 포니와 같은 구식 차들이 당당히 도로를 다니고 있듯이, 새것에 너무 민감하지 않아도 이렇게 살 수 있구나 하는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이 도를 지나쳐서인지 하이델베르크 기숙사에 돌아와서는 너무나도 실망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사는 하이델베르크 성 밑에 있는 기숙사는 Oekumenisches Institut und Wohnheim이라고 하여 정확히 말해서 하이델베르크 신학부 안의 외쿠메니스 연구소에서 주관하는 혹은 연구소와 같이 운영되는 기숙사이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하이델베르크 신학부는 매우 외쿠메닉한 학풍과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하여 그러한 정신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연구소도 열고 또한 그 정신을 몸소 실천하기 위하여 기숙사도 직접 운영하는 것 같다. 이 기숙사에는 정원이 25명이다. 500여명의 식구이 북적거리면서 시끄럽게 혹은 복잡하게 성빈학사 기숙사 생활을 즐겁게 하였던 경험과는 달리 여기에는 단촐하게 25명의 동료들과 학생사감 그리고 몇 명의 기숙사 직원 그리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에큐메닉스 연구소의 교수님 그리고 연구원들이 전부이다. 25명의 동료들은 세계 각지의 구성원이 적절하게 배치될 수 있도록 연구소에서 안배하는 것 같았다. 물론 주로 독일 친구들이 많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 그리고 아랍지역의 친구들이 서로 어울려서 살고 있다. 처음에는 이 기숙사에서 그냥 살면 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이 기숙사의 생활 자체가 다른 기숙사에 비해서는 매우 특이한 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매주 화요일이면 두명이 25명의 식사를 준비하게 된다. 그 두명의 맴버는 한학기에 한 번 정도 식사를 대접하게 된다. 물론 음식재료값은 기숙사에서 제공한다. 화요일 7시에 모여서 30분 예배를 드리고, 30분부터 같이 저녁을 나눈다. 그리고 이후에는 매주마다 저명한 교수와 학자를 모셔서 특강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1년 전인가 가다머가 여기에 와서 같이 저녁을 하고 대활르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Studienleiter(기숙사 사감 정도 될까..)인 페르난도 엔스(Fernando Enns.)에게 들었다. 그리고 가다머 전집 옆에 살짝 꽃혀 있는 가다머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는 콘라드 라이저가 강의를 하게 되어 있다. 매주 강의하는 이들의 이름이 낮설어서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콘라드 라이저는 매우 익숙한 이름이라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이면 옹기종기 서로 모여서 예배를 드린다. 피부색깔은 다르지만 찬송과 예배는 하나로 진심으로 마음을 모아서 예배를 서로 드린다. 이렇게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큰(?) 행사를 매주 치르게 된다. 또한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쓰레기 당번이 되어서 한 달에 두 세번 정도는 저녁에 쓰레기통을 비우고 깔끔하게 기숙사를 청소하는 Kuchendienst를 한다. 내가 쓰레기인데, 쓰레기가 쓰레기를 없애는 경험을 벌써 나는 두번이나 하였다. 이질적인, 낯선 곳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여하간 불편한 것이다. 더군다나 낯선이들을 자의건 타의건 만나고 생활하고 서로 부대끼고 음식도 같이 만들고 쓰레기도 같이 청소하고 토론하고 하는 그 모든 것은 더더욱 불편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곳에서의 생활을 하면서 나는 어렴풋이 에큐메닉한 정신의 조그마한 면과, 또 하이델베르크 에큐메닉스 연구소에서 우리들에게 바라고 소망하는 바를 여럼풋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대학의 강의실에 들어가면 에큐메닉에 대한 수많은 논의와 강의가 열린다. 그러나 이 기숙사의 생활은 몸소 생활하면서 낯선 타자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다른 민족과 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를 갖게 한다. 강의실은 언어를 통한 에큐메니칼한 교육이지만 기숙사는 생활을 통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연구소와 기숙사는 수십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이 1/2년동안의 이 생활과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말끔하고 단아하고 아름다운 기숙사의 분위기,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도대체 세상에 흩어진 엄청난 갈등과 폭력의 현실을 우리가 한올 한올 어떻게 풀어나아갈지를 느끼고 체험하고 그 평화와 화해의 한끝자락을 보게 함으로 평화에 대한 강한 소망을 갖게 한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많은 학생들은 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경쟁률이 높을 때에는 1/5 1/10정도이고 많은 지원자들 때문에 선택에 대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학생들이 이곳을 바라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매우 값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리아 라고 하는 친구는 네카강 저편의 신학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곳은 500마르크 정도 된다. 물론 식사가 제공된다. 그리고 다른 친구는 식사를 제공받지 않으면서도 600마르크라는 엄청난 기숙사비를 낸다. 그런데 이 기숙사는 평균 230마르크 정도이다. 이는 매우 저렴한 기숙사이다. 요즘 환율이 1마르크에 500원 약간 넘을까. 둘째 기숙사 5미터 앞에 신학도서관이고 신학강의실이 이곳에 아주 가까이 있다. 하이델베르크 고성 밑의 구도시는 주로 인문학과 정신과학을 중심으로 캠퍼스와 강의실이 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이곳에서 생활을 하고 공부를 하면 천외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는 실은 물가가 매우 비싸고 방값도 매우 비싸기 때문에 외곽에서 집을 구하고 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상당히 많다. 30분거리, 1시간 거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는 훨씬 축복받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기숙사 전체 분위기가 매우 가족적이고 화기애애하다는 것이다. 매주 모여서 식사를 하고 같이 토론을 하고 놀구먹구자구 하는 이 공동체의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상상을 할 수 없는 것 같다. 또 특별한 파티를 열어 여행을 가고 서로 페스티발도 갖고 하는 매우 가족적인 기숙사이다. 예를 들어 마리아라는 친구는 이러한 가족적인 분위기가 없이 냉냉하고 혼자 기숙사에 들어와서 개인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면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기숙사가 따스한 면모를 가질 수 있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에큐메니칼한 정신으로 지어진 기숙사여서 그럴 것이고 또한 신학부 학생들이 반절 이상 되기 때문에 그럴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숙사 사감이라고 할 수 있는 페르난도 엔스 형님!이 매우 인간적이고 따스한 분이기 때문이다. 이분은 약 35살 정도 되신 형님이고 이번주에 박사학위 논문을 마치셨다. 리츨 밑에서 공부를 하였고 또한 제새례파의 전통에 서 있는 분이시다. 그리고 WCC 7명의 위원 가운데 한 분으로 매우 좋은 안목과 식견을 가지고 있는 형님이시다. 브라질과 독일의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이유에서인지 독일의 논리적인 면과 브라질의 낭만적인 면을 고루고루 갖추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 살고 있는 부인도 독일과 일본 가정에서 태어난 분으로 독일인 아버지가 이전에 김대중 선생이 고초를 겪으셨을 때 전세계적으로 구명운동을 하였던 재야의 유명한 분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엔스 가족이 에큐메니칼 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 또한 인격적으로 학생들을 보살피고 하는 노력에 의해서 이렇게 좋은 풍토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베를린에서의 카메라 경험과 동일한 혹은 더욱 크나큰 충격을 여기서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가다머도 와서 같이 먹고 놀고 강의하는 이 엄청난 기숙사가 보유하고 있는 학생용 컴퓨터는 486이고 그 안에서 윈도우 3.1이 털털 돌구 있다. 말 그대로 털털이다. 왜냐하면 컴퓨터를 끄고 다시 켜면 하드섹터 에러가 나서 더이상의 진행이 안되기 때문에 컴퓨터 옆에는 메모가 남겨 있다. "차라리 끄지 말고 그냥 두는 것이 컴퓨터에 좋다"고. 한글도 볼 수 없다. 더군다 한글도 쓸 수 없다. 익스플로러는 한글환경을 유용하게 제공해 준다. 그러나 독일 전체가 그런지 한국에서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익스플로러는 적어도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네스케이프 일색이다. 익스플로러를 다운받을 수도 없다. 다운받으려먼 일단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고 그리고 3.1에서 구동되는 익스플로러는 나는 아직 찾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성빈학사 방안에서 쌩쌩거리면서 인터넷을 누볐던 경험을 가진 나로서는, 연구소에서 쌩쌩거리며 인터넷에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다운받았던 나로서는, 너무나도 힘들고 충격적이었다. 도서관 컴퓨터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도서관 컴퓨터는 도서관 검색용 및 인터넷 서치용 컴퓨터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이 컴퓨터는 중앙도서관 지하에 있는 컴퓨터 실에 들어와서 익스플로러를 다운 받고 한글 파일을 다운받아서 글을 겨우 쓸 수 있는 컴퓨터이다. 그러나 이 컴퓨터도 오늘 저녁 꺼졌다 다시 월요일 켜지면 학생들이 인스탈한 모든 프로그램이 지워지고 원상복귀 되어서 다시 글을 쓰려면 인스탈을 일일히 해야 하는 고초를 갖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가 묘하게 결합된 것이다. 새로운 것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독일 문화와, 여기가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되는 낯선 생활양식의 결합이다. 기숙사의 컴퓨터라도 좋았으면 다행이었을 것이고, 컴퓨터가 안좋았어도 한국어를 팡팡 지원하는 컴퓨터였었다면 그래도 다행이었을 것이다. 두마리의 토끼를 잡지는 못할 망정 한 마디로 제대로 쫓지도 못하는 꼴이 지금 상황이다. 어쩌면 새로운 것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이유가 새로운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무의식적인 전략일까. 도시 전체가 전통과 오래된 역사의 향기가 흐르는 곳이기에 온고이지신의 정신을 헤아리기에도 어려워서 그럴 것인가. 수백년 혹은 천년 이상의 건물들이 그냥 그대로 현대 도시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고, 하이델베르크 같은 도시는 구도시 전체가 옛날의 흥취와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그 향수를 따라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향한 발길을 끊지 않고 있기 때문에 WIN 3.1의 구태의연한 딱지 또한 면죄부를 갖게 되는 것일까. 황량한 양산리이지만 쌩쌩거리는 인터넷의 속도감과, 하이델베르크 도시 전체가 중세를 그대로 간직하였으나 툴툴거리는 기숙사 윈도우 3.1의 고리타분함 사이에서 아직 나는 갈피를 못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