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04 (23:27) from 147.142.86.42' of 147.142.86.42'	Article Number :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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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대학교회 Peterskirche 를 다니면서

처음 독일에 도착한 후 예배를 드린 곳은 베를린 한인교회였다. 이곳은 정하은 교수님이 개척하셨던 곳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윤응진 교수님이 독일에서 공부하셨을 때 봉사하신 교회로 알고 있다. 현재는 이영일 목사님께서 목회하신다. 오후에 예배가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한국어 설교가 독일어로 통역이 되어 원하는 이들은 헤드폰으로 독일어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목사님의 설교말씀은 하나님 나라가 우리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밀과 기쁨을 모르고 살아가는 신앙인에 대한 말씀이셨다. 어쩌면 그렇게 쉽지 않게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이니 실로 비밀 중에 비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하나님 나라가 우리의 소망의 영역으로만 밀어놓아버린 채, 우리에게 이미 열려진 그 세계에 대한 체험과 고백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하였다. 이후 베를린에서 떠난 후 막데부르크에 있는 안드레아스와 같이 며칠을 보내고 하이델베르크로 내려가려는 도중에 쾰른을 들르게 되었다. 그 이유로 해서 쾰른 성당에서 예배를 드렸다. 물론 카톨릭 성당이었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생경하였다. 워낙 주일만 되면 관광을 하다가도 어느 곳이든 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여타의 관광객들에 대한 배려였을 까 두시간 터울로 예배는 계속 진행이 되었다. 메고 온 짐과 가방을 다소곳하게 의자 옆에 놓고 기도를 드리는 여행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여행의 여흥은 잠시 잊고, 고향 교회에 대한 생각, 식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예배를 드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이델베르크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교회는 간간히 보였고 특히 신학부가 있는 구 하이델베르크는 많은 교회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한국처럼 교회 십자가에 붉은 네온을 다는 것은 전혀 볼 수 없었고, 오히려 밤이 되면 교회 건물이 따로 특수하게 장치한 은은하고 아름다운 노란 빛에 반사가 되어 구시가지 전체가 교회와 성곽이 종교적이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드러낸다. 여러 교회 가운데 카톨릭도 있고 정교회도 있고 개신교도 있겠지 하면서 개신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러 이리저리 주중에 돌아다니다 기숙사 친구 스테판을 통하여 대학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일요일 대학교회보다는 매우 크고 아름답게 서 있는 일반교회를 같이 가자는 약속을 하고 토요일 각자의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요일이 되어서 교회 앞에서 이리저리 그 친구를 기다리다 시간이 넘어도 오지 않게 되어서 혹시 내 독일어 청취력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정작 교회도 10시에 예배를 드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시간을 더욱 지체할 수 없어서 다른 가까운 곳에 가서 11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곳은 개신교회였고 150여명 정도가 모이는 곳이었다. 처음 듣게 된 독일 목사님의 설교였다. 독일에 온지 한달도 안된 내가 설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얼토당토 하지 않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심지어 한국말로 된 설교를 목사님이 하셔도 그 깊은 뜻과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고 얼마나 많은 동상이몽을 우리들은 꾸고 있는 것인가.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가장 많은 메시지 오류를 일으키는 공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설교의 장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여하간 "설교영감설"에 의거하여 귀만 쫑끗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생각보다 직설적으로 단언적으로 신학자들과 신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언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를 들어 본회퍼에 대한 삶과 그가 한 이야기를 직접 설교를 통하여 전해주고 있었다. 한국 설교의 정서에서는 신학과 신학자들의 논의를 생짜 전하는 것이 예의 금지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동네의 본회퍼는 예를 들어 한국의 주기철 목사나 혹은 신앙의 선배의 역할을 독특히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 교인들이 들을 때에는 본회퍼라는 신학자에 대한 설교보다는 신앙의 선배에 대한 회상으로 들려질 수 있겠구나 하는 발견을 하게 되었다. 물론 본회퍼가 한국 교인에게 있어서 신앙의 선배가 아닐 법도 없겠지만 말이다. 예배가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와서 그 친구를 오후에 만나게 되었다. 이래저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상황을 물어보니 친구는 너무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에게 사죄를 한다. 나는 내심 우리의 약속시간을 내가 잘못 들어서 이러한 경우가 생겼나 했는데 그 친구는 그 시간에 대학교회에서 몰트만의 설교를 듣고자 나의 약속도 포기하고 대학교회에 갔다는 것이다. 몰트만이 설교했던 그 주를 전후로 하이델베르크 신학부에서는 큰 회의가 있는 듯 하였다. 기숙사에 가스트로 왔던 어떤 목사님도 그 회의로 연일 바쁘게 참여하셨고 기숙사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갖게 되었다. 그분은 한국의 교회성장에 대해서 매우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에게 정현경 박사를 아냐고 물어보기도 하였고, 또한 몸과 마음의 문제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해서 매우 큰 관심을 가졌다. 융의 동시성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있게 주고 받았다. 내가 신학부 도서관에 가면 꼭 그 목사님은 도서관에서 책을 찾고 보고 계셨다. 학구파 목사님, 박사님이셨다. 일요일 저녁이 되어 같이 식사를 하다가 그분이 오늘 몰트만 교수의 설교를 들었는데 굉장했다!고 아주 흥분을 하시면서 열광을 하시는 것이다. 그분도 대학교회에서 몰트만 교수의 설교를 들었던 것이다. 대학교회보다는 일반교회에 같이 가자는 친구의 이야기에 원래 대학교회를 가고자 했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가지도 못하였고, 그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몰트만 교수의 그 엄청난! 설교, 두 명을 쓰러트린 그 설교도 듣지 못하였지만, 여러모로 지금 생각하면 그때 드렸던 예배가 마음에 은은하게 남아 있다. 생활하는 기숙사는 신학부 기숙사인지라 대학교회에 관련된 정보가 기숙사에 붙어져 있었다. 이후에 쭉 내용을 보니 몰트만의 설교는 지나버렸고, 신약학 교수 타이센과, 조직신학 교수 슈베벨의 설교 등등 앞으로의 스케줄을 보게 되었다. 타이센 교수라면 갈렐리아 사람의 그림자라는 책으로 한국에 익숙하게 소개된 교수이다. 일요일이 되어서 대학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한신대학교 채플실의 1/3 정도 될까. 경동교회보다 약간 작은 듯한 교회이다. 친구 마리아와 같이 예배를 드렸다. 마리아는 정교회 전통에 서 있는 불가리아 친구인데 나와 동일하게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대학교회라는 이름만 보고 처음 예배를 드렸다. 대학교회와의 만남에서 첫 설교는 슈베벨 교수가 하게 되었다. 슈베벨 교수는 리츨 교수의 후임인 젊은 조직신학 교수님으로 벨커 교수와 함께 하이델베르크 조직신학 학풍을 이끌어가고 있다. 또한 에큐메닉스 기숙사와 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는 디렉터이다. 벨커 교수가 성령론을 중심으로 화이트헤드 및 과정사상과 바르트 및 전통신학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는 분위기라면, 슈베벨 교수는 전통적인 조직신학의 흐름을 풍부하게 안으면서도 에큐메니칼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분의 설교는 현대 신학의 조류를 일관된 맥으로 훑어내시면서 물질성과 정신성에 대한 관계성을 새롭게 열어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설교를 하셨던 것이다. 물질성, 신체성, 그리고 물질 또한 하나님의 창조사역이라는 것, 그리하여 기존의 전통적인 기독교 사유방식인 물질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고 새로운 하나님의 창조역사와 섭리를 깨닫고 고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이나 한국이나 대학교회의 설교는 그 대학이 지향하는 정신과 아카데미즘이 흠뻑 교회를 통하여 설교를 통하여 드러나는 장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교회보다는 조금은 아카데믹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특징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독일은 더욱 그 아카데믹한 면이 강하게 부각되는 듯 하다. 마치 설교자, 신학자들의 신학적인 구도와 안목이 어떻게 설교를 통하여 육화되고 교회에 선포되는지를 치열하게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용광로로 다가왔다. 현금 한신의 학문성과 여러 모습에 대한 아쉬움들을 가끔씩 토로하지만, 내가 그동안 선생님들을 통하여 배워왔던 한신의 교육과 안목이 얼마나 세계적인지는 비로소 이곳에야 와서 느끼게 되었다. 물론 독일이든 미국이든 특화되고 지엽적인 면에 국한한 탁월한 신학적 성과가 많으리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신이 우리에게 가르친 전체적인 신학적 안목과 식견, 그리고 신학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에 가서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세계를 읽고 있다는 것을 계속 느끼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인으로서 주체적인 신학을 하는 것은 하이델베르크에도 하버드에도 없기 때문에 그만큼 얼마나 소중한 지를 이렇게 나와서야 깨닫게 되었다. 김재준 목사님이 얼마나 큰 눈으로 깊은 곳을 바라보고 생각해오셨는지를 겨우 겨우 알게 된다. 슈베벨 교수의 그 설교와 설교 배후에 있는 신학적인 구도는 이런 의미에서는 전혀 새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분을 통하여 지금 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일획의 말씀 선포는 언제나 낯선 것이었다. 또한 중세시절 모국어와는 전혀 다른 라틴어 설교에서 자신과 공명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찾기 위하여 부단히 갈급했던 수많은 교인들처럼, 귀를 세우고 말씀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나는 무릎을 꿇었다. 설교는 끝나고 성찬식이 거행되었다. 설교와 성찬식, 그리고 예배의 모든 제의가 한국 개신교와는 달랐다. 오히려 성당에서 드리는 예배 처럼 설교자의 송영, 그리고 교인들의 답송 등등 상당히 제의적이면서도 복잡하고 견고한 양식을 취하고 있었다. 성찬식을 하면서 나는 안병무 교수님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분은 예수의 피와 살을 떼는 성찬식을 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문자적으로가 아니라 직접 경험을 하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낯선 곳에서 고난과 격동에 여전히 휩쌓이고 있는 고향교회, 교인들, 한국교회를 향한 그리움이었을까. 아니면 안병무 교수님 처럼 선배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에서 다시 그 깊고 넓은 신학의 길과 골을 따라가는 후배들의 계속되는 여정이 사뭇 가슴 서늘한 느낌을 주었을까. 교인들의 눈빛은 진정 예수의 살과 피에 스며있는 희생과 십자가의 수난에 대한 깊은 생각과 회상에 잠겨 있었고, 떡과 포도주를 건네주는 한 분, 교수님같은 그분은 한 교인 한 교인의 눈을 따스한 시선으로 혹은 투명한 시선으로 직시하면서 진실된 마음과 표정으로 "이 떡은 예수의 살입니다.", "이 포도주는 예수의 피입니다." 하면서 건네주는데, 예수가 벌떡 살아나서 자신의 살과 피를 건네주고 저 앞에 놓여 있는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하여 처형당하시는 듯 하여서 도대체 눈물이 앞을 가리게 되었다. 한참을 무엇인가와 깊이 공명한 후에, 다시 우리는 제 자리에 돌아가게 되었고 그렇게 하여 첫 대학교회의 첫 예배는 마치게 되었다. 교회 정문을 나서니 학교에서 만났던 몇몇의 친구가 이 교회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후 1주일간 바쁜 시간이 흐르고 생각해보니 다음 주에는 타이센 교수가 설교한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궁금한 마음, 기대 되는 마음에 일요일 교회를 나섰다. 일요일 예배를 드리기 위하여 중앙도서관 앞에 있는 예배당을 들어가려고 하던 즈음에 어떤 머리 하얀 할아버지 비슷한 아저씨가 헬멧을 벗고 자전거를 옆에 몰며 교회 안에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직관적으로 혹시 타이센 교수가 아닌가 생각하였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혹시.. 하는 생각에. 잠바 차림에 하얀 백발의 할아버지같은 아저씨. 시간이 지나고 예배를 드리니 아까 자전거 타고 왔던 그 아저씨가 설교하시는 것이다. 그분은 타이센 교수님이시다. 교수님은 예수의 부활에 대한 말씀을 설교하셨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설교였다. 온갖 시와 레토릭이 아주 강하게 부각된 설교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는 설교영감설의 힘을 빌어 귀를 쫑긋하고 기울였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예수는 부활하셨나, 어떻게 부활하셨나, 등등 부활에 대한 내용을 서너번 물음으로 던지면서 거기에 Ich weiss es nicht!을 꼭 꼭 반복하셨던 것이다. 나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차분하고 강렬하게 교인들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그들을 쳐다보면서. 그래도 믿을 만한 식견과 학문을 갖고 계신 교수님이 그 말을 서너번 강조해서 던지고, 그 울림이 내 귀에, 그리고 우리 교회에 들릴 때, 정말 예수의 부활은 인류에 있어서 영원한 비밀의 문으로 사라진 사건인가. 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만큼 예수의 부활에 대한 인류의 지식과 이해가 얼마나 부족할 수 있는지를 가슴 깊이 느끼게 한 순간이었다. 어느 뜻을 가지고 하늘에서 내려와서 같이 인류와 같이 고초를 당하고 고난과 더불어 뒹굴다 또한 헤아리지 못할 뜻을 가지고 다시 부활하신 예수의 모습을 헤아리면서 2천년 전에 잠시 세상살이를 하다 갔던 예수는 나에게 더 가까이, 또한 예수의 부활은 더욱 멀고 희미한 비밀로 사라지는 듯한 누미노제적인 체험을 하였다. 예배를 드리고 우리 형님인 페르난도와 사모님과 교회밖에서 같이 만나게 되었고 기숙사로 같이 들어오게 되었다. 형님 말씀에 타이센의 설교는 시와 문학적인 표현이 같이 어우러져 있기에 매우 어렵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교수가 그냥 논문을 읽는 보어레중은 그래도 쉬울 것이라고.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직 나에게는 두개 다 어려우니까 말이다. 이후 나는 대학교회를 계속 나간다. 베를린 한인교회에서 만난 한 교인 가운데 내가 하이델베르크로 내려간다니 그쪽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소개시켜주셨다. 자연과학계열 박사과정인 박청우라는 친구인데 매우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재수씨도 있고 이번에 새로 낳은 아기도 있다. 재수씨가 한인교회 같이 예배드리자는 조언도 해줬지만, 이렇게 낯선 곳에서 낯선 언어로 하나님의 말씀을 간간히 좋지 않은 라디오가 전파를 잡아서 듣는 것 같은 기쁨도 얼마나 큰지 모른다. 이번 주에는 타이센 교수는 헌금바구니를 들고 헌금위원 봉사를 하였다. 여전히 자전거 타고 집에 돌아갈 것이다. 한국 교회는 밝고 정열적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교회당의 천장에는 새하얀 형광등과 같은 밝고 하얀 빛과 열정이 한국교회의 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독일교회에서 형광등은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약간은 침침하고 우울한 잿빛 조명이 대부분의 교회의 천장에 장식되어 있다. 한국의 형광등과 독일의 잿빛 조명. 밝음과 열정, 아득함과 차분함의 대조가 매우 인상적이다. 한국 교회는 독일보다 열정적이고, 독일은 한국보다 열정은 없지만 튼튼한 기반과 전통을 상이하게 서로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복잡하고 현란하지만 매우 큰 정성이 들어있는 아름다운 스테인드 클라스와 조각들, 교회 역사에 관련하여 큰 역할을 하신 분들의 무덤과 석상이 그대로 교회 안에 같이 놓여 있는 이 교회에서 교회생활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헤아리고 바라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듯 하지만, 또한 그렇게 쉽지도 않고, 오히려 지금 이 순간 다가오는 그 말씀에 대한 소망, 혹은 유유히 흐르는 크로노스적인 시간을 틈타 진입하는 그 짧은 카이로스를 의식적으로, 긴장하면서 기다릴 때에만 공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