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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벨커 교수를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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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벨커 선생을 알게 된 것은 신준호 박사 번역의 하나님의 영이라는 책을 접하고서였다. 나는 그 책에서 벨커가 언급한 화이트헤드에 대한 자료와 논지를 보고 매우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후에 창조안에 계신 하나님의 서문에서 몰트만이 쓴 내용 한 끝에 벨커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한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벨커가 이 벨커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즐겁고 기뻤던 대학원 세미나 시절 하나님의 영이라는 책이 김경재 교수님 세미나의 교재가 되었다. 이후 대학원 동료 명성이가 벨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 명성이는 벨커 홈페이지 http://thelogy.co.kr/welker 도 열게 되었다(명성아. 홈페이지 잘 돌아가니?). 또한 화이트헤드학회에서 김재진 박사님의 논문발표도 듣게 되었고, 익표 형과 김재진 박사님의 논문 한 꼭지를 분해(?)한 경험도 갖게 되었다. 그리고 8월에는 신준호 박사님에게 전화 할 일이 있어서 전화통화도 하게 되었다. 9월에 벨커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만, 나는 벨커를 보지 못하고 그냥 떠나왔었다. 이 정도가 벨커 교수에 대한 나의 직간접적인 경험이다. 나는 벨커를 10월 중순에 처음 만났다. 이번 학기에는 벨커 교수의 조직신학 보어레중과 성령론 세미나를 듣는다. 보어레중은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신이 작성한 논문을 쭈욱 읽는 독일대학의 전형적인 강의이다. 성령론 세미나는 한국과는 약간 다른 것이 한국에는 발제물을 가지고 학생이 발제하고 토론하고 선생이 교정하고 또한 강의도 하는 형식인데, 이곳 세미나, 아니 성령론 세미나는 텍스트를 다 읽고 선생이 텍스트를 읽어가면서 학생에게 이 본문의 뜻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학생이 대답하는 식의 주해를 진행한다. 발제는 없는 세미나이지만, 친구들의 본문을 보면 모두 여지없이 언더라인으로 꼬박꼬박 읽고 들어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어레중이 끝나고 그 다음 날인 세미나 첫 시간이 열리고 오리엔테이션을 마쳤다. 벨커 교수는 현재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다. 원래부터 깁스를 한 것 은 아닌 듯 하고 한국에서 다쳤는지, 아니면 그전부터 깁스를 하였는지 모르겠으나 거동이 매우 불편하시다. 나는 신학도서관에 있는 강의실에서 세미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도서관 현관에 이리저리 붙어 있는 쪽지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쪽지나 정보나 모든 것을 자신이 찾아야 하는 참 주체적인 학생생활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귀에다 일일히 대고 자전거 50마르크짜리 팝니다! 미국 대학 교환학생 선발합니다! 하는 정보를 소리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유용한 정보를 놓치기 일수이다. 그렇게 광고판을 보고 이리저리 내용을 훑어보고 있는 즈음에 벨커 교수가 불편한 거동으로 정문으로 나가고자 하셨다. 그래서 나는 문을 열어드렸고 정문을 잘 나가도록 도와드렸다. 그래서 어짜피 한 번 뵙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이렇게 가까이 계시니 인사를 드렸다. 인사를 드리고 하나님의 영이라는 책으로 세미나를 대학원에서 했다는 경험을 말씀 드렸다. 교수님은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을 하셔서 한신에서 왔다고 하니까 한신에 대해서 매우 반가워 하셨다. 한신을 잘 아시는 걸로 생각 되었다. 그리고 김균진 교수님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생각해보니 김균진 교수님은 몰트만 교수의 가족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분명 몰트만의 제자로 알고 있는 벨커와, 몰트만의 제자이자 가족인 김균진 교수님은 어러 해동안 잘 알고 계실만한 관계로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오래동안 여기에서 공부할 것인가 등등 간단히 몇 가지 질문하시고, 이후 하이델베르크 있는 시간이 좋은 시간이 되길 빈다고 격려해 주셨다. 그리고 교수님과 헤어지면서 나는 그간 입에 달라 붙어 있었던 "츄스~"라는 인사가 달랑 나와버렸다. 교수님은 나에게 "아우피더제엔" 하면서 다음에 다시 보자고 인사하는데, 나는 그동안 매일 기숙사에서 뒹굴면서 배운 인삿말, 즉 만날때에는 할로~ 헤어질 때에는 어김없이 츄스! 라는 인삿말로 벨커 교수님과의 헤어지는 인사말을 하게 되었다. 그 순간 내가 혹시 실수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말하자면 동료들과 츄스 츄스 하면서 헤어지는 인사를 선생님에게 해댔으니, 선생님이 속으로 얼마나 놀라고 혹은 웃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의 암기도 중요하지만 단어의 맥락과 용법을 안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그래서 기숙사에 돌아와서 친구에게 이런 저런 상황을 말하고 츄스라고 말해도 실수는 아닌가 물어보았는데, 뭐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외국인이니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괜찮은 것인지는 살아보면 그 뜻을 정확히 알겠지만. 사실 슈퍼같은 데에서도 돈을 계산하고 아주머니에게 츄스~ 츄스~ 하긴 하는데 정작 그리 높임말 갖지는 않다. 아우피터제엔은 6자이고 츄스는 2자라 그런 것인지. 꼭 안녕히 계십시요!와 안녕~의 글자와 의미의 차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막 물었다. 나는 아직 정확하게 유럽은 커녕 독일 조직신학의 판을 정확히 짚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하이델베르크 강의실에서는 슐라이어마허-하르낙-바르트틸리히-판넨베르크-융엘-몰트만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링크가 현대독일신학의 지평에서 간혹 논의된다. 벨커는 바르트신학의 전통에 서 있고 몰트만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하빌리타치온(교수자격을 위한 논문)은 화이트헤드의 사상을 신학적으로 해석한 논문으로 보여진다. 이 논문은 책으로 출간이 되었고, 3주전에 하이델베르크 신학 전문서적에서 전 서적에 대하여 50% 할인을 하여 팔던 행사가 있었는데 여기에서 다른 책과 함께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과 목차와 내용을 흘낏 보면서 벨커 교수는 과정과 실재라는 책에 대한 심도깊은 독해작업을 마친 것 같았다. 그리고 미국에서 직접 과정사상에 대한 강의와 세미나와 토론도 경험하였던 것을 확인하였다. 벨커 교수와 슈베벨 교수를 중심으로 하이델베르크 조직신학의 학풍은 새롭게 면면히 형성되고 진행되어지고 있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독일 신학의 지평에서 볼 때에는 비교적 새롭고 참신한 벨커교수의 학문적 성향으로 인하여 하이델베르크가 나름대로 과정사상과 독일 신학을 접맥하는데 메카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Dr. Andras Schuele이 진행하는 문화신학 위붕(Uebung)에 참여하는데 이 위붕에서 학생들이 화이트헤드의 사상을 가지고 질문하고 강사가 대답하고 하는 아주 진기한 풍경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개념은 presentational immediacy 제시적 직접성이라고 번역되는 것이다. 문화신학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문화가 무엇이냐는 난상토론이 진행되다가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가를 진행하는 과정 가운데 상징에 관련된 화이트헤드의 개념까지 튀어나와서 나는 상당히 충격이었다. 살아있는 신학자는 언급도 안한다는 독일, 미국의 신학은 신학으로도 쳐주지 않는다는 독일이라는 불명예(?)의 언급을 우리가 모르는 바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세미나를 끝나고 그 질문을 한 친구에게 가서 화이트헤드를 공부했느냐 혹은 이러한 과정사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리저리 물어보니, 바로 Andras Schuele과 저번 학기에 과정신학에 대한 세미나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강사에게 가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이델베르크는 벨커 선생의 영향으로 그를 중심으로 과정사상에 대한 연구가 여타에 비해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그는 말하였다. 그리고 본인도 이전학기에 과정신학 세미나를 진행하였고 화이트헤드는 과정철학적인 요소가 많은데 이를 신학화 하는 작업이 매우 요구된다는 말씀을 하였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러한 사상에 관심을 갖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하이델베르크에는 많은 학생들과 몇몇의 강사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나는 화이트헤드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가 가진 견고한 추상성과 논리 때문에 숨이 막힐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것보다 더욱 깊은 심층적 논리 예를 들어 불어의 에스프리 독일의 가이스트는 도대체 화이트헤드의 버케블러리로 어떻게 번역이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 그런데 정작 여기에서도 과정사상에 대한 영향과 그 연구는 독일에서도 꾸준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내가 주소를 잘못 찾은 것이었나 하는 의아심과 또한 반가움이 같이 서려 있었다. 화이트헤드 읽으면 머리가 하얀해지지만 마음이 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도대체 그 안에서 Geist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하는 반절 하소연 투의 이야기를 그에게 건네니 바로 그 지점이 자신도 화이트헤드를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동일한 감정이라고 말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과정사상이 보여주고 있는 좋은 안목과 전통적인 논의와 연결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한국에서는 잘 몰랐던 조직신학의 형세를 여기에서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링크 교수(Christian Link)도 현대신학의 창조론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은 학자로 독일에서 평가받고 있는 듯 하다. 왜냐하면 벨커도 링크 교수의 Schoepfung 이라는 책을 참고도서로 제시하고 있을 정도로 그는 이 방면에 아주 깊은 연구를 한 사람으로 보여진다. 또한 다른 강의실에서도 링크 교수에 대한 책과 이야기는 가끔 언급이 된다. 링크 교수가 한국에 왔을 때에도 화이트헤드에 대한 논의를 잠시 개진한 바 있다. 물론 우리는 틸리히의 조직신학에서도 화이트헤드에 대한 언급을 진행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독일 신학에 있어서도 화이트헤드의 사상은 그저 켈리포니아의 단세포적인 마인드가 아니라, 자신들이 창조적으로 수용하고 새롭게 재해석해야 할 중요한 재료 가운데 하나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디까지 수용이고 어디까지 재해석이고 어디까지 비판인가에 대해서는 논의하고 있는 그 핵심의 바다로 들어가야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벨커 교수의 실물은 저 위의 사진의 수위(?)를 훨씬 넘어선다. 훨씬 미남(?)이고 훨씬 목소리가 분명하고 발음이 또박또박하고, 유모어가 있다. 그의 강의실에는 많은 학생들이 찾아들고 있다. 하이델베르크에는 슐라이어마허, 가다머, 막스 베버, 그리고 은퇴한 리츨, 그리고 나의 좋지 않은 기억력 때문에 언급되지 못한 유명한 선생과 학생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또한 신학과도 마찬가지이다. 그 신학, 조직신학의 유유한 흐름을 젊은 교수인 벨커, 그리고 슈베벨이 지금 이어가고 있고 새롭게 형성해 가고 있다. 벨커 교수는 보어레중 시간에 영어본문을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영어를 가끔 사용한다. 왜 다리가 아픈지 모르겠으나 여러 이유로 책상 위에 딱 앉아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강의내용을 줄줄 읽으면서 분명하고 또렷하게 그리고 가끔은 빠른 속도로, 그리고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유모어로 독일 학생들을 깔깔 거리며 웃게 만든다. 나는 무엇이라고 지껄이는 저 교수의 노이즈에도 저렇게 깔깔 웃는 독일학생들을 보면서 다시 웃는다. 벨커 교수의 세미나 시간에는 약 25명의 학생들이 세미나를 진행한다. 요즘 진행되는 교재는 몰트만의 생명의 영이다. 이 생명의 영에는 성부성자성령 논쟁이 언급되어 있다. 대학원 시절 김경재 교수님의 성령론 세미나 시간에도 이 책을 가지고 세미나를 하였다. 그 시절 성부성자성령의 관계에 대한 도표를 교수님께서 그려주시고 학생들이 머리 끄덕이면서 세미나를 했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벨커 교수도 김교수님과 똑같이 칠판에 삼각형과 선 몇개를 끄적이면서 강의를 하고 진행을 한다. 이 세미나는 이상하게 발제는 없으니 학생들이 부담이 없는 듯 하지만, 학생들이 전부 책을 읽어가지고 오는 듯 하였다. 여기나 한국이나 선생의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고 발표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그러나 이곳 학생이 발표하는 태도나 자세는 더욱 적극적이다. 특히 저학년에 갈 수록 꼭 유치원에서 선생에게 질문하는 어린이들처럼 선생이 질문하면 학생들이 손을 팍팍 들어 선생이 한 학생만을 꼽기에 난감하게 하고, 다른 학생은 대답하는 학생의 이야기에 반론을 갖고 있으면 또 손을 들어 반론을 하고. 내용을 보면 아주 치열하게 논쟁을 주고받는 긴장감은 아니나, 직설적이면서도 반응이 빠르고 서로 격의 없이 질문 대답하는 것은 매우 인상적인 모습이다. 벨커 교수가 진행하는 성령론 세미나는 독일대학에서 8학기에서 12학기 혹은 박사과정 학생들도 들어오는 세미나이기 때문에 유치원에서 손드는 식의 분위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밀도있게 오고가는 하우프트 세미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이러한 세미나에는 말은 많지 않아도 25명의 귀가 쫑끗 열려 있고 더군다나 학문의 귀신같은 선생님이 가운데에 딱 버티고 있기 때문에 그 말하는 바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점검 없이는 쉽게 대답도 못하고 질문도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내 대학원 시절을 떠올려보면, 선생님에게 던지는 혹은 동료들에게 던지는 학생들의 질문과 대답이 급히 급조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분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물며 학문의 귀신 앞에서야 '거짓부렁'이 쉽겠는가. 더더욱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세미나에 참여하는 독일 학생들도 질문과 대답이 그리 활발하지는 않는 것 같다. 더더군다나 외국학생이라.. 이것은 정말 어려운 지경인 것이다. 예를 들어 세미나라고 하는 것이 한국에서 열리는 세미나라고 하더라도 빠른 속도로 논의가 진행이 되면 학생들은 그 논의의 총알속도보다 느리게 쫓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세미나 끝나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오히려 휴게실이 제2의 세미나실이 되어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시끌벅적한 것 아닌가. 그만큼 세미나는 어려운 것이고 더군다나 외국인이 경험하는 세미나, 그리고 발표를 하는 세미나는 더더욱 어려운 것이다. 간혹 가다 탁월하게 이러한 세미나의 여러운 논점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거기에서 대안을 마련하거나 탁월한 식견을 발휘하는 순발력 있는, 실력 있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건데 우리 한신에서는 몇몇의 선배님들이 그렇게 외국에서도 유학생활을 아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온 분이 있는 걸로 안다. 그러나 결코 쉽거나 비일비재한 경우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하우프트세미나에서는 그 많은 외국인 학생과 박사과정 학생은 찾아볼 길이 없다. 저번 세미나에서 두 명의 박사과정으로 보이는 동양계 학생이 참여하였으나 이번 주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외국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그 특별한 목적과 의도,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잘 조화를 이루어야 의미가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한국어로 사유하고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더 큰 허송세월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짜피 진정한 사유는 국적이 없는 것이니까. 앞으로 하나 둘씩 벨커와 링크의 창조론을 이해하고 또한 어떻게 화이트헤드의 사상이 독일 신학의 지평에서 유입이 되고 변형이 되는지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싶다. 어쩌면 깊고도 넓게 드리워진 독일신학의 두꺼운 전통과 적층들을 탐구하다가 시간이 다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동네는 바르트도 자신의 선배이고, 틸리히도 자신의 선배이고, 본회퍼도 신앙의 선배이고, 헤겔이 대학교수 선배이고, 정말 신학에 있어서는 묘한 학연과 지연에 꽁꽁 뭉쳐 있는 이상한 동네로 보인다. 독일어에 대한 낯선 감각을 가지고, 그것도 자신의 선배나 조상도 아닌데, 멀리 한국에서, 혹은 독일에서 이곳의 신학을 파고자 하는 사람들을 이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참 이상하게 보여질 것인가. 아니면 이곳이 모든 신학의 정수이니 환영합니다! 하고 반가워 할 것인가. 그네들의 시선이 참으로 궁금하다. 나는 이곳에 그리 많은 시간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전개되는 문화신학이나 여러 한국적인 신학 구상에 대한 모든 논의는, 어설프더라도, 혹은 공허하더라도, 죽은 동물의 살코기가 아무리 맛이 있기 때문에 살점 쪼아먹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한 생경한 논의가 얼마나 진리에 육박해 들어가는가 하는 가치평가와는 별개로, 자신들의 언어를 구상하고 사유를 전개하고 하나 둘씩 전통을 만들어 나아가는 그 과정이야말로, 진정 새롭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밖에 나와보니 정말 한국적인 사고, 사상의 정수, 그리고 전통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지고 한국 터전에서 약간은 이방인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는 신학에 있어서도 그게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이 열린다.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지금 이 시점에서 찾는다면, 바로 젊은 시절 여기서 쏟아내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이러한 논의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신학적인 사유를 깁고 형성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로 차이에 대한 경험은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무한과 닿아 있는 영역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