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29 (09:01) from 147.142.196.6' of 147.142.196.6'	Article Number :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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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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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텔레비젼을 보니 아주 간단하게 신장체크할 수 있는 검사지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그래서 다음날 약국에 가서 그 검사지를 구입하였다. 작년이었던가. 신장에 돌이 생겨서 나는 죽는 줄 알았다. 기숙사를 빙빙 돌고 벽을 타다가 결국 응급실로 실려가게 되었었다. 몸에 돌이 생겼다고 한다. 결국 덕분에 맥주를 많이 먹게 되었고 덕분에 돌은 내 몸에서 빠져 나갔다. 그 이후 기숙사를 뺑뺑 돌 정도의 통증은 아닌데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가끔 옆구리가 따끔해져왔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겸사겸사 해서 검사지를 구입하였다. 1마르크이면 500원정도 되는 저렴한 검사지이다. 한국도 이정도 신장검사지는 있겠지. 오줌을 조그마한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검사지에 적시면 어떻게 색깔이 변하느냐에 따라서 신장의 상황을 볼 수있다. 나는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오후에 다시 와서 검사지를 보니 소변에 혈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항목에 색깔이 아주 진하게 변해버렸다. 내일 정도에 다시 병원에 가서 몇 시간 이후의 색깔 변화도 올바른 결과인지를 물어보아야겠다. 공부하는 사람은 책보는 데 신경을 많이 쓰지만, 정작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신경을 별로 안쓰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공부는 개인과 모든 이들의 복지를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이 복지는 정신적인 가치관을 포함한 우리의 전체의 삶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복지는 몸에 대한 건강일런지도 모른다. 몸생각하지 않고 공부하는 친구들과 동료들은 혹시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를 받게 되면 새로운 책을 찾아 도서관과 서점을 가고자 하는 열정의 십분의 일만 쏟아서라도 꼭 자신의 몸을 체크했으면 좋겠다. 어제는 헤르만 헤세의 글을 읽었다. 헤르만 헤세의 그 깊은 의미의 글들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인간의 삶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 모든 인간의 삶이라고 하는 것은 유일회한 경험이고 모든 우주의 현상이 겹쳐진, 점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번역하니 이상하지만, 의미를 헤아리면 참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요일 예배드릴 때 뒤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인간은 지금존재하지만 몇십년만 가도 한 줌의 재로 변하는 존재이다. 도대체 기나긴 역사를 타고 우리가 이렇게 출현하여 수십년동안 세상을 경험하다가 결국은 소멸한다는 생각을 하니 소멸의 두려움보다는 아, 영원한 삶의 정점, 자연의 정점에 우리가 이렇게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미시적인 차이에 대해서 고민하는 경우가 우리는 많다. 흑인이고 백인이고, 코가 높고, 낮고, 의상이 화려하고 촌스럽고, 저사람의 머릿결은 좋고 좋지 않고, 피부가 곱고 곱지 않고, 그러나 그 차이는 거의 없다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생명이라는, 전혀 알지 못하는 논리를 가지고 출현한, 생명이라는 커다란 사건 앞에서는. 우리는 같은 시대를 이렇게 잠시 살다가 가는 동료들일런지도 모른다. 우리 선생님들, 선배님들, 후배들, 텔레비젼에 나오는 연예인들, 정치인들, 그리고 지금 순간순간 태어나는 아기들. 한 별에 태어나 같은 시대를 거닐다 어디론가 훌쩍 사라지는 동료들일런지도 모른다. 평화나 조화의 관념은 어떠한 이데올로기에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경이로운, 혹은 우수에 찬 이해를 통하여 평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과 인류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별은 반짝이고 있고, 우리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기에. 어제는 또한 많은 아픈 환자에 대한 방송이 독일 텔레비젼에서 방영되었다. 사람이 아프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어떤 사람은 좋지 않은 생활환경과 여건 속에서 병을 얻게 된다. 어떤 사람은 좋지 않은 생활패턴으로 병을 얻게 된다. 병이라고 하는 것이 이러한 경우처럼 한 개인의 잘못된 환경과 패턴을 갖고 있기에 얻는 개인적인 형벌인가. 재수가 없어서 당하는 운명인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떤 꼬마는 개와 같이 물가에서 놀다가 껑충 하는 개 때문에 물가에 빠져서 의식을 잃게 되었다. 이 꼬마는 재수가 없어서 그랬을까. 개에게 책임을 물어서 개에 사형을 처해야 하는 것일까. 어린 아이가 수술중 수혈 받다가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면 그 과정에 잘못한 사람을 처단한다고 하여서 에이즈를 원상복귀 할 수 있는 것인가. 에이즈는 인간에게 더 이상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던데.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질병과 아픔과 고통이 인간에게 오는 것이고, 또 왜 이러한 것이 인간에게 오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어떻게 온다는 것에 대한 대답이 명쾌하다면 책임도 명쾌하리라. 그러나 대답이 쉽지 않다. 개인에게 오는 병도 실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여러 불충분한 복지 및 환경과 정신건강에 대한 배려, 혹은 국가가 국민의 신체와 정신의 복지를 위하여 얼마나 힘을 쓰느냐 등등 복잡한 연관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환경의 물리학, 복지의 물리학으로도 결코 해명할 수 없는 그 지점에 병의 의미와 고통의 의미가 숨겨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그곳에 있으면 당해야 할 사회적 위험을 어느 누가 개인적으로 짊어지고 있는 짐이 바로 병의 무게일런지도 모른다. 예수는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돌아가셨다. 예수와 전혀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병상에서 신음하고 고통하고 있는 이들의 아픔은 사실은 우리에게도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아픔을 대신 경험하고 있는 이들일런지도 모른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건강하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몸의 고통과 아픔을 지니고 있는 그 환자들은 사실은 자연과 인간이 짊어져야 할 고통의 일부분을 그들이 대신 지고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들의 아픔과 고통은 모종의 고난일런지도 모른다. 병은 그저 의학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적인 문제 종교적인 문제와도 닿아 있는 것이다. 왜 테레사가 병에 걸린 환자들을 위하여 그렇게 몸소 자신의 삶을 헌신했을까. 왜 슈바이처가 그 밀림에 들어가서 아픈이들과 같이 삶을 나누었을까. 우리를 위하여 대신 죽으신 예수님처럼, 많은 이들이 병원에서 이 자연과 사회와 우리의 아픔을 자기 아픔처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은 그렇기에 더욱 신성해야 하고 의사 또한 고기덩어리를 다루는 이들이 아니기에 더욱 경건해야 할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말씀으로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지는 않지만 눈 앞에 펼처지는 많은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치료하고 더욱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인도하는 이들이다. 맘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구절은 독일에 와서 더욱 절실하게 생각하는 구절이다. 이곳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묘한 동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가난한 자는 복이 없을까. 몸이 아픈 자는 복이 없을까. 나는 그들 또한 큰 복을 하나님께서 내려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아픔을 대신 지고 가는 이들. 어느 누구도 아픔을 대신 지고 가고 싶어서 질병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느 뜻에 기인한지는 모르겠으나 몸이 아픈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이들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경험하고 있는 분들이다. 특히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질병 때문에 수많은 주사들과 줄로 둘러쌓인 우는 어린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저 아기의 울음 속에서 세상의 아픔을 품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이 간혹 떠오르곤 한다. 우리는 생명을 얻게 되고 세상을 경험하고 소중한 삶을 살아간다. 이 별에서 많은 이들이 죽었고, 죽어가고, 죽을 것이다. 동시에 우리 주위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에는 건강하지 못한 지옥과 같은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많은 아픈 이들이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그들은 행하고 있는가. 몸이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몸이 건강한 사람은 그들의 의미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아픔을 어떤 의미에서는 대신 지고 있는 이들이기에. 몇몇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몸이 아프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진정 우리 모두가 아프지 않도록... 2000년 12월 5일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