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2/25 (18:56) from 203.252.17.161' of 203.252.17.161'	Article Number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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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애의 1억원 광고비 희사 소식을 보고

구성애에 대한 사회적 이목과 관심은 대단하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구성애에 대한 신문지상의 보도나 친구의 이야기로만 그의 기억이 머물러 있었다. 오늘은 우연히 텔레비젼에 나온 그를 보게 되었다. 톤은 상당히 높았고, 언어와 생각은 매우 탄탄하게 직조되었다. 현실 세파에 대한 풍요로운 개인적 체험과 이력이 그의 억양과 눈빛에 스며나왔다. 그 분이 세간의 화제가 되자, 광고에 나가게 되었고 두 번의 광고를 통해서 1억의 광고료 수익을 얻게 되었다 한다. 그는 빚쟁이이다. 그럼에도 많은 고민과 번뇌 끝에 1억의 광고료를 새로운 성의 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관에 희사했다고 한다. 나는 두 가지가 놀라웠다. 하나는 자신의 지위를 서민이라고 고민 없이 밝혔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빚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억이라는 커다란 돈을 자신만을 위해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그는 서민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의 광고는 단 두번에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1억의 희사는 결코 큰 의미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희사하는 곳은 자신이 운영하는 연구소나 기관 같은 곳으로 알고 있다. 어찌 보면 더 큰 광고효과를 위한 은밀한 전략이었을까? 그러나 만약 우리가 1억을 손에 쥔 그 상황이었다면 쉽게 구성애씨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 대답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분이 참 존경스러웠다. 그분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성' 운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구성애 씨 방송이 끝나고 다음에 이어지는 프로그램 사이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광고는 순간 무척 기이하고도 낮설게 보였다. 우리가 알다시피 광고의 주인공은, 물론 예외도 있지만, 스타의 각축전을 방불케 한다. 문득 나는, 그 많은 화려한 스타들은 그 많은 광고료를 얼마나 벌어들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수억대를 호가하는 광고부터 어떠한 조건 없이 등장하는 광고가 있음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어떠한 조건도 없이 등장하는 광고는 묘하게도 그 광고의 주인공이 어떠어떠한 의도로 광고를 무상으로 출현했다는 멘트가 하나의 자랑거리가 된다. 어떤 이는 광고로 수억을 호가하는 돈을 단숨에 챙기고, 어떤 이는 자신이 거할 따스한 집 조차 하나도 없어서 추운 이 크리스마스에 거리에서 지내는 사람이 같이 공존한다는 이 자명한 사실은, 우리가 지성을 복잡하게 돌리지 않고 생각해 보더라도, 진정 <코메디>와 같은 현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진정 광고료는 얼굴값을 정당하게 받은 당연한 노동의 댓가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또한 나 자신이 두 손 두 발 멀쩡한 사람이 살려는 의지를 일찌감치 포기한 면에 대하여 너무 관대한 시선을 던지는 것일 수 있겠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은, 어느 사람이 잘났건 못났건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갈등의 양상, 20대 80의 상호 길항은 끊임없이 더욱 견고해져만 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스타들이 공인의 감각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왜냐하면 스타는 비록 20의 자리에 서 있지만 80을 위해서 존재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스타는 대중을 위해 존재한다. 스타는 대중의 광대이다. 대중 없이는 스타가 없다. 그들이 진정 대중의 우상이 되기 위해서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애절한 희노애락과 공명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너무나 화려하지만 그 화려함을 넘어서는 스타의 진정한 본류와 역할을 알고 사회적 공인으로서의 감각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스타에 대한 사회의 반감의식이 증대될 때를 상상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화려한 스타에 미쳐서 카오스적으로 집착하는 팬들이 있는 만큼, 이미 스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무관심의 시선을 던지고 있는 이들도 이미 많다. 인간은 자신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향유한 이후에 자신을 넘어서는 타인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을 때 인간이다. 그 최소한의 향유의 마지노선을 너무 높게 잡을 때 인간은 타락한다. 내가 보기에 스타들이 자신의 땀의 수고로 받는 댓가는 너무 크다고 판단한다. 어찌 보면 스타의 얼굴에 기대어 더욱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거대한 기형의 구조가 우리 앞에 있기 때문에 가능할런지 모른다. 이는 기업과 자본가의 이윤창출에 대한 사회적 환원을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주된 타겟은 못된 정치가도, 자본가도 아닌 스타에게 있다. 최소한의 생계보장비가 우리에게 법적으로 제시되어 있듯이, 최대한의 생계보장비도 우리에게 법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스타의 광고비를 경쟁하며 부추기는 언론의 유치한 과열경쟁이나, 광고비와 출연료의 수치를 자신의 인격을 보증하는 수표로 생각하여 펼쳐지는 스타들 사이의 집착들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서민이 1억을 받는 스타를 부러워한다고, 1억을 받은 스타가 몇억을 받은 이웃집 스타를 부러워 해야 하겠는가. 미국스타들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여기가 미국인가. 여기는 미국 빚을 값아야 할 가난하고도 궁핍한 빚쟁이 나라이다. 수백만명이 실업 때문에 이 시간에도 고통 당하고 있다. 더욱 슬픈 것은 진정 우리의 경제적인 가난을 문화로,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진정 매진하는 예술혼은 없고, 물질의 그 달콤함에 영혼을 팔아버리는 값싼 광대들의 쓰레기같은 군상만이 앙상하게 남아있을 뿐이라는 묘한 스산함이다. 진정 자신의 삶의 최소한의 향유의 경계를 넘어 열리는 부와 명예와 권력에 대한 긴장과 살아있는 정신이 우리, 특히 스타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 구성애 씨와 같이 어쩌면 자신의 삶의 최소한의 조건으로 돌아올 몫 마저도 자신을 넘어서 타인을 위하여 넘겨주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다. 그 고귀한 신의 자리에서 떠나 이 험난한 세상에 태어나 진정 모든 것, 자신의 생명 마저도 희생하신 예수도 있는데 말이다. 정말 멋진 스타, 정말 좋은 일 많이 하는 사회의 공인, 멋진 우리의 광대로서의 본령을 지켜주기를 희망한다. 나는 지금부터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그런 멋진 스타를 찾아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