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11 (00:51) from 211.216.126.75' of 211.216.126.75'	Article Number :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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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적은 낙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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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에게 유혹이 오면, 나의 하나님, 그리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 나의 민족을 생각하자. 2. 두 번 생각하지 말고 한 번 생각하자. 그리고 그 생각이 하나님의 뜻에 가깝도록 희망하자. 3. 말은 유리병 안을 보듯, 최대한 진실하게 하자. 4. 인간은 언제인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언제나 잊지 말자. 5. 젊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꼭 젊을 때 놓치지 않고 하자. 6. 시간을 헛되지 않도록, 시간 안에서 시간을 넘어서자. 7. 신학은 진지하고, 즐겁고, 기쁘게.... 8. 사람의 외모보다, 마음, 영혼을 보도록 하자. 그도 어찌 포장할 수 없는 영혼을. 9. 결국 그리스도인은 삶을 은총으로 경험하는 이들이기에,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자. 10. 한 사람 한 사람 대할 때 절대적으로 인격적으로 대하라. 11.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말하기를 주저하지 말자. 12. 마음의 가난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우리 몸의 가난은 최대한 극복하자. 13. 십자가에서 젊은 시절 고귀하게 죽은 예수를 생각하며, 게으르지 말고, 나에게 불현듯 닥치는 세상의 유혹을 넘어서자. 14. 믿고 출발해야 사실 더 잘 알게 된다. 모든 것을 믿고 출발하자. 15. 힘들 때는 나보다 더 힘든 이들을 생각하자. 16.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자. 이는, 그만큼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가능한 것. 17. 학문 앞에서는 경건하고 성실하자. 18. 협소한 것에 얽메이지 말고, 더 큰 것을 보고 더 깊은 것을 보자. 19. 신음하는 피조세계의 진통에 귀를 기울이자.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20. 학문과 생각과 삶이 언제나 조화롭도록 노력하자. 21. 큰 사람이 되려 하지 말고, 세상에, 그리고 하나님에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22. 목사, 가장 고귀한 삶이지만, 그만큼 타락의 길도 가깝다. 23. 사람 만나는 것을 한없이 기쁘게 생각하자. 24. 모르면 거침없이 물어보고, 알면 최선을 다하여 대답해 주자. 2001.02.09-10. 루프트한자 비행기 안에서. 낙서후기.... 한 학기의 길고도 짧았던 수업과 독일 대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처음 독일행 루프트한자 비행기를 탑승했을 때의 그 놀라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조금의 여유가 생겼는지, 스튜어디스와 농담은 아니더라도 익숙해진 독일어로 가볍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의 독일어가 조만간 마지막 독일어일 거라는 생각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비행기 안에서는 독일어와 한국어가 시끌벅적 반절 정도 서로 어울리다가, 김포공항이 도착하니, 익숙한, 혹은 가끔은 낮설었던 한국어가 이제 왕창 주위에서 울렸다. 이 곳이 몇 달 동안 그렇게 짝사랑하고 증오했던 내땅이라는 생각을 하고 발로 첫 발을 디디니 마음이 글썽글썽 하였다.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 몇 가지 놀랐던 단상이 있었다. ...... 지구에 대해서 여전히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것.   촌놈 처음 비행기 탔을 때, 난 많이 놀랐다. 나에게 구름과 비는 거역할 없는 불가항력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구름 층을 박차고, 더욱 높은 대기로 올라가니 한낮도 아니고 어르스름한 오후도 아니고, 조금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하늘에는 눈이 부셔서 제대로 처다보지 못할 정도의 쨍쨍한 태양만 동동 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구름도 없고, 비도 없고, 눈도 없었다. 한참 밑을 보니, 뭉게구름이 육지를 덮고 있었다. 만약 내가 우주인이고, 지구를 구슬처럼, 태양을 성냥불처럼 볼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영감이 떠오를까 신기하게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한국에 전화를 하면 여기는 자야할 시간인데, 한국은 새벽이라는 것이다. 여기가 아침이면 그곳은 오후 저녁 가까이 되고 말이지.. 그것도 바로 지구가 둥그니까, 가능한 시간차라는 생각이 드니, 지구가 정말 둥글다는 것을 백날 지구과학에서 교조적으로 배웠어도 이렇게 실감나게 느낀 적은 처음이다. 구름의 영향을 벗어나는 곳이 있고, 지구가 정말 동그랗다는 것도 생각하면서, 우리의 지구, 우주, 우리의 정신의 영역, 진, 선, 미, 그리고 그와 닿아 있는 신적인 비밀의 높이와 깊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 콘택트도 생각이 난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우리의 삶과 우주에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여하간, 요즈음 이렇게 광활한 우주 안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생각하게 된다. 실로 내가 지금 죽어도 끄떡하지 않을 세상, 내가 백년 후에 죽어도 그저 비바람에 사라지는 돌들처럼, 모든 것이 희미하게 사라지는 세상, 심지어 인류가 3차 세계대전으로 모두 폭삭 망해도, 끄덕하지 않고 그저 별 이유 달지 않고 새롭게 생명을 기워나갈 채비를 할 것만 같은 이 생태계의 질서 안에서, 인간의 삶 가운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모두 있을 때 잘하자.. 2000.01.28 ...... 낙서가 토해진 경로는 이렇다. 모니터에서 한국으로 가는 행로가 점점 가까워지는 지도표시를 보면서, 그리운 사람들을 이제는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기뻤고 긴장되었다. 기쁜 날 그냥 몇 시간 뭉크러니 앉아서 음악만 들을 수 없어서 진토닉과 꼬냑을 서비스 받아 한 잔 들이키다보니, 그저 종이에 저 글이 써지게 되었다. 술김에 써진 낙서이다. 다시 여기에 옮겨본다. 3주의 짧지만, 소중한 시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만날 수록 분명 더 커진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지만,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그래도, 만나야지. 사람에 대한 의미는 그 사람이 부재한 자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하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시 쉽게 기약할 수 없는 인연과 시간들이니, 눈에 인이 박히도록 한국의 푸른 하늘과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