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12 (01:49) from 147.142.196.118' of 147.142.196.118'	Article Number :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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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간의 EKD 바이마르 지역  탐방을 마치고.

1주일간의 지역 탐방을 마쳤다. WCC를 통하여 선발된 독일개신교회(EKD)장학생들은 1년에 3번 디아코니아에서 주관하는 회의 및 여행을 갖게 된다. 나는 이 여행이 두번째 참가였다. 이번에는 바이마르, 튀링엔을 중심으로 1주일간의 기행을 가졌다. 이 지역은 괴테와 바흐의 생가, 그리고 부헨발트라는 수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히틀러 시대의 포로수용소, 바이마르의 공화국의 흔적들, 그리고 루터가 성서를 번역하고 살았던 곳, 그리고 예나를 중심으로 헤겔과 쉘링 그리고 여러 알려진 이들이 활동을 하였던 곳이다. 루터가 살았던 집과 책상, 그리고 성서를 번역했던 허르스름한 성, 내가 고등학교시절 나를 열병에 앓게 하였던, 루터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거하면서 훈련을 하였던 에트프르트의 어거스틴 수도원이 바로 여기였음을 정작 오고 보고 느끼면서, 잘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감격, 그리고 홀로 외길들을 살다가 간 큰 사람들의 그림자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느꼈다. 나의 경험을 고유하는 것은 나와 같이 교회공동체를 통하여 혜택받은 이들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그래서 나만을 위한 것을 넘어서서 도스밖에 되지 않지만 매우 유용한 노트북을 가져가서 짬짬히 정리하였다. 그러나 내 경험의 십분지 일도 안되는 기록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 속담에 아무리 작은 콩이라도 나누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같이 나누고, 서로 배우는 것이 유용하다 생각하여 정리를 하였고, 지금도 정리하고 있다. 디지탈 카메라가 있었을 때에는 백장 이백장이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어서 사진도 일반카메라로 어줍잖게 찍었다. 사진 인화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 그러나 부담없이 쓴 글들은 1주일 이내에 올리고, 나중에 사진은 스캔해서 끼어 넣으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괴테를 다시 만나고, 바흐를 다시 만나고, 히틀러의 잔혹스러움을 다시 만나고, 수많은 살아있는 유산과 문화를 만나고, 그리고 몽롱한 환영 속에서 십여년간을 그려왔던 에트프르트의 어거스틴 수도원과 루터의 삶과 기행을 다시 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독일에 살면서 독일애호주의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결코 없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좋은 유산은 우리가 거리낌 없이 배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독일도, 그리고 우리도 완벽하지 않은 것을 전제하고 말이다. 가면서 오면서, 버스를 타면서, 산책을 하면서 만난 그 순수한 동구권의 얼굴들, 여전히 때묻지 않았지만, 자본의 소용돌이 앞에 언제 영혼이 팔릴지도 모르는 안타까움을 이미 자본에 물든 나는 마음 속에서 품고 있었다. 또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다양한 얼굴들, 친구들이여, 우리 힘내어서, 우리 모두를 위하여 생을 살자꾸나. 우리를 흔드는 이념의 소용돌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자본의 폭력, 교회의 사회를 향한,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향한 열정, 열망, 그리고 자칫 빈틈 사이에 피어오르는 아련한 어지러움 등등을 여지없이 발견하였다. 우리는 루터를 보았고, 서로의 얼굴을 보았으니,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일구어 나아가야 할 험난하지만, 결코 놓치어서는 안될 우리의 미래를 보았으니, 힘내어서 우리가 염원하는 나라를 일구자꾸나. 이번에는 베를린 미션스베르크에서 특집으로 한국에 대해서 주제를 잡아서 잡지를 만들었다. 아프리카에서 온 에릭이 그 잡지를 보고, "너는 한국에서 할 일이 많겠구나!" 라고 조언하고 말하였다. 아직도 귀가 얼얼하다. 업적에 치일 필요는 없지만, 아픈 현실앞에서 일을 간과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왜 내가 정작 수도원에까지 와서야 이곳이 나의 고등학교 시절 나를 앓게 하였던 그 곳임을 몰랐을까. 하나님은 언제나 전혀 생각의 수위를 넘어서서 우리를 바라보시고 뜻하시는 바대로 인도하신다. 저번 첫 모임 처럼 많이 슬프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신앙이란 슬픔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유쾌했고, 감동적이었고,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별은 언제나 슬픈 것인가보다. Abschid ist immer traurig! 1주일간 동거동락했던 50여명의 친구들과 헤어지고 하이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거지성자의 책을 보면서, 뜻모를 아름다운 슬픔이 밀려들었다. 6월경인가 우리는 거의 반 강제적으로 키르헨탁 Kirchentag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WCC와 디아코니아는 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또 어떻게 이를 통하여 하나님이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실까, 기다려진다. 헤어지면서 우리는 이야기 하였다. bis bald! 곧 우리는 다시 볼 것이라고. 우리의 마음에 이렇게 고이 맺힌 소중한 1주일간의 경험, 그리고 독일교회가, 그리고 하나님이 왜 나를, 우리를 이 놀라운 시간으로 초대했는지를 아직은 잘 헤아리지 못한다. 그러나 곧 나는 알게 되겠지. 그리고 그 희미한 별들이 선명하게 보일 때쯤 우리는 다시 프랑크프르트에서 키르헨탁에서 다시 껴안고 인사하며, 기도하고 예배하고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뜻을 더욱 가까이 헤아리게 되겠지. 다음주부터 1달동안 정신없이 시작되는 방학 인텐시브 수업도 일에 치이지 않고, 왜 내가 여기 서 있는지, 왜 내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면서 살아가길. 업적이 아니라, 생명을 위하여, 우리의 희망을 위하여. Die Liebe gehoert mir wie die Glaube! 사랑은 나에게는 신앙에 속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디아코니아의 아버지의 피셔른의 저 귀한 한 마디처럼! Hier stehe Ich! Ich kann nicht anders! 오 주여! 내가 여기 서 있나이다! 하면서 고백하는 루터의 그 간절함이 절절히 흘러나오는 저 한 마디처럼! 이렇게 조금씩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WCC와 독일개신교회, 디아코니아, 수고하신 왕언니 3명, 그리고 뮐러 목사님, 언제나 나를 게으름의 구렁텅이에서 정신을 차리게 하는 동구권 그리고 같이 시간을 나눈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언제나 뜻하지 못할 인연과 시간으로 나를 일깨워주는 하나님에게 감사한다. 2001년 3월 18일 바이마르의 1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