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12 (01:59) from 147.142.196.118' of 147.142.196.118'	Article Number :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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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프리카 학생의 이상한 포즈를 보고.

며칠 사이 고민이 많았다. 요는 그것이다. 여기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는데 한국 가면 도루묵이 될까 하는 것이다. 자기뱃살 채우다 끝나는 것은 아닐까. 일단 우리나라의 예는 민감하니 집어치우고,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미국으로 공부하러 온다. 그들은 우리들처럼 흔하지도 않다. 다들 여기서 공부하고 모국에 돌아가서 소위 큰 자리를 한다. 그런데 배운 것보다, 배운 덕분에 그 자리로 나쁜 짓을 더 많이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도대체 왜 이딴 식이지? 한국은 그러면 어떤까? 나도 잘 모르겠다. 하긴 아프리카보다는 훨씬 상황이 다르다. 그들보다는 훨씬 넘치는 이들이 유학생이니.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들이 공부하고 돌아가서 제대로 자신들의 나라와 삶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물론 내가 확인한 바는 아니다. 그런데 그러한 내용의 정보를 요며칠 들을 수 있었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오늘도 세계 각국의 수치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독일 26천, 그리고 유럽 대부분 일인당 소득 2만달러 대, 오늘 덴마크 영국 스웨덴 등등 유럽을 한바뀌 돌았다. 역시 2만달러 대이다. 한배를 탄 유럽. 유럽의 통합도 사실 정치적 목적보다는 그 이전에 전후의 평화를 위한 무드 위에서의 노력이었고, 정치적 목적은 부수적인 이후의 영향이었다고 누가 지적하였다. 이는 나의 선입견과는 정 반대의 이야기여서 일단은 더욱 속속들이 유럽의 상황의 맥락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결국 요는 오늘 통계를 보면서도 생각이 들었는데 유럽은 이미 서로 나름대로의 상향평준화 혹은 여러모로 집단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동유럽, 동구권은 상황이 약간 다르지만.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가 하나 있어서 그 친구 나라 통계를 확인해보았다. 지금 옆에 공책이 없어서 실질적인 수치는 모르겠고 나라도 잘 모르겠다. 인구는 일억이 넘고 일인당 소득은 연 삼백달러. 나는 마음이 뭉클하였다. 아프리카 마다카스카에서 온 친구가 있는데 유럽은 아프리카의 금을 도둑질하여 자신의 부를 챙겼다는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를 하였다. 같은 지구땅떵어리에 붙어있는데 어찌 이렇게 차이가 날까? 물론 물가 그리고 인구수 수치 등등 변수가 여럿 있어서 일인당 국민소득 수치로 모든 것을 쉽게 평가할 수 없다. 그런데 300대 25000이라... 한쪽은 배터져 죽고, 한쪽은 굶어죽고. 이게 정상인가.. 하는 머리아픈 생각이 막 들었다. 그리고 수업듣는 친구의 아프리카 나라는 60년대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다고 한다. 우연히 바로 옆에는 영국 친구 둘이 있었고. 끔찍하였다. 식민의 역사가 단지 수십년전에까지 굴러왔던 것이다. 그런데 나의 뚜껑이 열린 것은 그 아프리카 여자의 이상한 포즈였다. 이만, 이만오천, 이만육천, 이만, 그리고 한국 덕분에 만 이하의 팔천으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이만, 이만오천 이만 하다가 삼백 하고 팍 떨어지니 자신의 자존심까지 떨어졌다고 생각하였나? 요는 그것이다. 그 아프리카 여자 왈, 하지만, 우리 잘살고 부자도 많고 돈도 많아. 석유도 수출하고 덕분에 잘 살고 있어.. 이딴 식의 이야기이다. 누가 자기네 나라 300밖에 못버니 못사는 나라라고 욕을 하였나, 챙피를 주었나. 나는 오히려 속마음으로 안타까움과 슬픔이 밀려들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 없어서 굶어죽을까 하고 이딴 식으로 머리 통밥을 굴리고 있었는데, 그 여자 한다는 소리가, 우리 300이라는 수치보다 훨씬 잘산다는 소리를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 바로, 며칠전, 아프리카 유학생들이 돌아가서 제대로 자리를 매김하지 못하고 더욱 기득권에 편입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이야기가 버뜩 머리에 떠올랐다. 사실 그 나라 안에서 잘 사는 사람이 많고 돈이 많다는 것은 정말 챙피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가 8000밖에 안되지만, 소유불평등 구조가 너무 심화되어 생활의 질의 평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 못한 것 처럼 말이다. 그녀는 분명, 잘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300이라는 모든 국민들이 제대로 빵을 나누어도 300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가슴을 쳐야 하는데 그 안에서 잘사는 이들이 더 잘산다면 실질 일인당 복지의 수치는 100도 안된다는 말인가? 속으로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정말 귀족일런지 모른다. 잘사는 갑부의 가족으로 이곳까지 와서 공부할런지는 모른다. 그리고 다시 궁금해 하였다. 무엇을 위하여 그녀는 공부하는가. 공부를 하고 그녀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노예근성도 벗어던지고 지배근성도 벗어던지고 자신의 자리에서 개인을 위하여 혹은 사회를 위하여 그리고 가능하면 민족적인 뜻과 전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쉽지는 않겠지. 여하간, 오늘 아프리카 여자의 태도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분노를 자아내게 한 장면이었다. 내가 이름도 없는 아프리카의 그 나라를 찾으러 지도책을 찾고 바라보면서, 다른 나라는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미국의 껄떡거림에 한국이 많이 수난을 겪고 있는데 외교통상부 장관의 명쾌한 지적처럼, 경제력이 없고, 군사력이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 무엇을 믿고 당차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개인이 아무리 잘났거나 못났거나 하는 것보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민족공동체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복지인 것이다. 나는 오늘 아무리 백만장자 귀족의 딸이 아프리카에서 여기에까지 와서 열심히 공부하여도 그것이 하나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은 이유는, 그 여자의 이상한 자세와 포즈였고, 또 자신의 민족이 안고 있는 여러 어려움 앞에서 적어도 그것을 같이 짊어지고 극복하고자 하는 바램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나님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 나라는 개인의 관련성보다 그를 포함한 공동체의 문제와 더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2001년 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