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12 (02:36) from 147.142.196.118' of 147.142.196.118'	Article Number :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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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행복한 날..

오늘은 너무너무 행복한 날이라 맘편히? 그냥 잘 수가 없어서 몇자 남긴다. 어제 오늘 레오나르도 보프의 강의와 세미나를 들었다. 해방신학자로 잘 알려진 보프의 강의와 세미나는 생각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다. 수염이 많이 나서 맑스의 얼굴에 수염만 하얀 수염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보프는 날카로운 학자라는 생각보다는 세상의 모든 아픔, 특히 브라질의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가슴에 품은 채 신학을 매우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타협없이 해나가는 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는 만연 조용한 웃음이 가득하다. 첫시간 수업에 하이델에서는 교수들이 수업을 들었다. 옆에는 오전에 잠시 인사를 했던 순더마이어 교수님도 있네??? 하하.. 그리고 오늘은 가난한 이의 영성이라는 세미나 첫 시간이었다. 나는 약간의 충격과 긴장을 얻었다. 이러한 작업이 해방신학의 그간의 작업인지 아니면 보프 자신의 개인적인 신학적 행적인지 잘 판단이 안섰으나, 벌써 신물리학, 패러다임론, 자연신학, 생리학 등등의 새로운 논의와 연구에 관한 저서를 꿰고 있었고, 그 내용으로 이번 영성세미나는 진행이 되고 마지막에는 해방신학의 영성이 논의가 된다. 나는 이곳에 와서, 민중신학에 대해서 비교적 때가 지난 논의가 아니냐 하는 이야기를 많이는 아니지만 몇번 들었다. 그것도 한국을 잘 아는 독일의 학자나 박사를 통해서.. 하지만 해방신학은 이렇게 독일에 와서 강의도 해서 엄청난 학생들이 해방신학을 다시 보게끔 열의를 일으키고, 영성이라는 우리시대의 주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접합시키는 노력들을 보면서 괜시리 오기가 생기고 질투가 생겼다. 여하간 이에 대해서는 연구실에다 쭉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해서 한번 다시 올릴 생각이다. 그리고 오후에는 EKD에서 좋은 소식을 얻었다. 하이델의 막스베버하우스는 독일어를 배양하기에 좋은 연구소로 소문났는데 거기에 가서 수업을 들으려 해도 쉽게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우프바우 인텐시브를 한번 듣고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디아코니아에 메일을 보내니 오늘 답장이 왔다. 이 답장을 가지고 금요일 한번 맑스베버 디렉터를 만나서 협상?을 펴야겠다. 그러면 정말 원없이 독일어를 깊이 깊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돈주고도 들어가기 어려운 그 곳에서.. 수업을 끝나고 나는 시디및 여러 자질구래한 것들을 정리할 수 있는 다이를 보러 프로막에 잠시 들렸다.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목에 도서관 앞에서 어느 한 독일학생이 무엇을 끌고 가는 것이었다. 알고보니까 시디도 넣고 그리고 티브이나 그런 것들을 위에 얹여 놓을 수 있는 멋진 다이였다. 그 학생이 너무 부러웠다. 그렇지 않아도 프로막에는 여러 종류가 많이 있던데.. 어디서 저런 것을 샀지?? 해서... 그러던 도중? 기숙사 바로 앞 어느 집 앞에 나무나 가구같은 것이 마악! 나와있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오늘이 물건이나 가구를 바깥에 내놓는 날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전거 방향을 시내 쪽으로 돌리고 씽씽 달리다보니 도서관 바로 그 근방에 아까 보았던 그 시디 및 티브이 다이를 보았다! 그래서 그 앞에서 물건을 막 쌓아놓고 있는 아저씨에게 아저씨! 이것 가져가도 돼요? 했더니, 물론이지! 하는 것이었다. 실은 물건을 그들은 밖에 놓고 오늘 하루만 사람들이 집어가고 내일이 되면 청소차가 다 집어가기에 그들 입장에서도 재활용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래서 너무나도 나는 기뻤다. 그것을 꾸역꾸역 기숙사로 끌고가다가! 또 의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실은 기숙사 의자는 완전 단단한 나무의자이다. 그래서 푹신한 의자를 몸에 맞는 의자를 사야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 의자를 보고 또 줏어왔다. 의자와 다이를 몰고 기숙사로 들어가던 도중에 바로 옆에서 그 의자 좋아! 한번 잘 써봐! 어떤 아저씨가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요? 했더니 그럼 내가 버린 의자인걸, 좋아! 그래서 고맙습니다! 하고 꾸역꾸역 기숙사로 줏어 들어갔다. 기숙사 바로 앞에서 어떤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고운 미소를 지으셨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재활용에 대해서 매우 기뻐하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나도 물건을 줏으면서 이렇게 당당하고 기분이 좋고 신난 적은 처음이었다. 하긴, 물건 주은 적이 오백원 백원동전 빼놓고 한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한달에 한번 이렇게 난리를 친다. 사람들은 불필요한 물건을 집앞에 버리고, 그 물것을 재활용하러 많은 이들은 다시 물건을 줍고, 너무나도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사실 우리는 한국에서는 지하철 역 에서 동전이 떨어졌어도 눈치봐서 못줍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는가. 하물며 누가 버린 물건이야. 그런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한쪽은 내놓고 한쪽은 줏어가고.. 그리고 저녁에는 3미터 오디오 선을 프로막에서 사서 오디오 스피커 양쪽을 쫘악 갈랐다. 그리고 새로 구입한? 의자와 다이를 열심히 청소하고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닦고 다 방에 모셔놓았다. 너무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한국에서 이동희 박사님이 병원 몇몇 식구들을 데리고 하이델로 오셨다. 그래서 저녁에 선생님이 잘 아는 맥주집에 가서 병원 몇몇 식구들과 간단히 한잔 했다. 내일은 병원 탐방을 이곳에서 하고자 하는데 나는 수업 때문에 같이 갈 수 없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직접 쓴 책 몇권과 히히.. 신라면 몇개를 선물로 주었다. 오늘은 너무 너무 행복한 날이다. 시디 레코딩 해서 한국에서 산 소설과 함께 은범이에게 편지도 전달하고, 한국에서 후배들에게 기쁜? 소식도 듣고, 또한 본에 있는 아는 사람의 기쁜? 소식도 듣고, 아참, 벨커 교수와 그의 애재자 쉴레 박사님도 기숙사 앞에서 만나고, 선생님이 나를 보고 반갑게 미소 지어주셨다. 학생은 이렇게 선생의 작은 미소에 힘을 얻는 그렇게 여리면서도 약한 존재인가보다. 나도 너무 기뻐서 선생님에게 인사했다. 손은 흔드는 것이 버릇되어서 손이 퍼떡 나오려 했지만 겨우 막았다. 오늘 너무 너무 길었지만 기쁘고 행복한 날이다. 하지만 오늘 소시지 먹으면서 이야기 한 의사선생님의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은 기가 막히면서 정확한 표현이었다. 한국은 이드와 슈퍼애고만 존재하는 나라.. 이 표현은 가슴에 담아둘 가치가 있는 사실 같다. 하지만 그 아픈 표현이 오늘의 행복을 결코 대체할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 그런 날이었다. 자 그럼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하기를... 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