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12 (02:48) from 147.142.196.118' of 147.142.196.118'	Article Number :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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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문법은 논리적이지 않아!  "

오늘이었다. 오후 아우프바우 수업 도중에 잘 이해가 안되는 문법에 대해서 어느 누가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고 설전을 마악 하다가 결국 선생의 이 한마디로 이야기는 마감 되었다. "학생! 문법은 논리적이지 않아!" 결국 언어의 논리를 추구하려는 엄청난 우리들의 노력과 그 문법에 대한 우리들의 노력이 결국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결론과 닿아버리니 뭐라 할까, 참 낯설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그냥 무언가 모를 또 다른 어법에 가슴이 뛰기도 하였다. 우리는 화이트헤드가 1+1=2 를 증명하기 위하여 러셀과 엄청난 작업을 한 것을 알고 있다. 또한 과정과 실재에서도 저 문제는 언급되고 있다. 사실 자명한 것은 세상에 별로 없는 것 같다. 알고보면. 저렇게 한번 세상을 뒤집어 놓고 보면, 이상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수학도, 문법도, 그리고 신학도 그리고 자명한 듯한 우리네의 삶도. 유럽은 분명 많이 열려 있고 세상과 많이 호흡하고 있다. 끈질기게 자기네들 문제들을 가지고 토론하고 비판하고, 정치적인 사안을 가지고도 국제적인 여러 문제들을 가지고도 아주 끈질기고 집요하게 고민하고 달라붙어서 대안을 마련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문법을 아예 새로 짜는 것이다. 사실 무엇이 발전되었다고 하는 것은 세상에 더 열려져 있다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런지 모른다. 하나의 유기체가 건강하다는 것은 그 유기체의 운동이 더욱 더 투명하게 드러나고, 타자와 자연과의 상호소통과 대화의 과정속에서 빚어지는 여러 오류와 갈등의 양상을 더욱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맞추어나가는 놀라운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건강은 미래에 대한 현재의 소통가능성 뭐 이런 식의 생각이 들었다. 유럽은 끊임없이 자기들의 문제 남들의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다. 안락사 문제도 인상적이었다. 북유럽은 태생적으로 그런 것인지.... 며칠전 신문에는 Land ohne Leute 라는 큰 테마로 인구문제가 심각하게시리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슈뤠더가 어린아이에게 주는 양육비를 월 30마르크에서 200마르크까지 올린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뉴스를 보고 기숙사에서 친구에게 너도 킨더겔트를 받느냐 물어보았더니, 받는다고 하였다. 월 200마르크인가. 공부 말고는 별 직업이 없는 박사과정 받는 친구가 30세까지는 받으니 29세인 자신은 해당이 되는 것이었다. 루프트한자는 계속 데모하고 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회사가 어려웠을 때 임금인상을 안하였는데 지금은 살림이 펴졌으니 30프로 인상을 요구한다. 파일럿 월급이 얼마나 센지는 일반인들은 상상을 못하리라. 그런데 거기에 30프로 인상을 요구한다. 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 옆에 앉아 있는 미국에서 온 친구에게 부시에 대해서 물어보니 영어도 못하는 부시, 멍청한 부시 하면서 한참 열변을 토한다. 알고보면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과 긴장과 평형을 유지하려는 그 신기하리만치 복잡다단한 운동이 우리의 개체의 차원에서부터 전지구적인 차원에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다가 깨지기도 하고 새로 만들다가 부숴지기도 하고 그리고 그러다 조금씩 잘 나가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생명이고, 과학이고, 문명인 것인가. 지구는 끊임없이 누가 뭐라하든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것은 신열을 앓고 있는 아픔의 모습일 수도 있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려는 진지하고 끈질긴 몸부림일 수 있다. 우리가 자명하게만 보아왔던 문법이 결코 궁극적으로는 논리에 잇대고 있지 않다는 사실 처럼, 1+1=2라는 사실이 그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놀라운 형이상학적 가설인 것 처럼, 우리 주위의 삶을 가만히 주시하고 헤아려보면 낯익은 것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낯익게 여기고자 하기에 다가오는 환영이나 착각일 뿐이고, 오히려 한없이 무한과 닿아 있는 놀라운 비밀을 갖고 있는 에너지들인 것일런지 모른다. 학문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기본이 없는 뜬금없는 공상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문법이 자명하다고만 하고 그 안에서 안주하려는 자세만 가지고는 결코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으리라. 그건 그렇고. 나는 교회사 막시우스 교수의 라이프니츠 상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약간 놀랐다. 상도 상이지만 상금에 대해서 그는 흥미있는 관심을 많이 가졌다. 백만마르크이면, 6억원이다. 도대체 막시우스는 무슨 아이디어로 새롭게 그 교회사 학문의 지평을 열었는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막시우스 교수는 젊고 유능하고, 마치 컴퓨터에서 데이타가 나오듯 매우 인상적인 강의를 하고 있다. 도대체 막시우스는 어떤 문법을 새롭게 엮어내었길래.. 며칠전에는 시디 하나를 받았는데 1989년까지 신학책및 논문 목록이 제공되는 수백만권의 자료 시디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Minjung 하고 딱! 치니 거기에 걸리는 여기에서의 박사학위 논문 그리고 안박사님, 몰트만, 채박사님 그리고 등등 논문들이 쫘르르 나오는데 약간 놀라고 집요하게 이런 것들을 만들어낸 이사람들에 대해서 약간은 짜증까지 나게 되었다. 분명 이러한 것들은 나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RGG라는 신학종교백과사전의 방대한 내용을 보고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 시간 한시간 일분의 짧은 에포크에서도 새로운 문법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러한 것들은 언젠가는 새롭게 우리 앞에 출현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무한 앞에 서 있는 먼지만도 못한 나의 지식과 사유에 대한 자조감 보다 훨씬 더 강렬한, 새로운 문법을 열어나가고자 끈질기게 자신을 훈련하고 단련하고 노력하는 숨어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그들의 창조적 영감에 대한 동조와 관심인 것이다. 공부란 어쩌면 그런 건지 모른다. 새로운 문법을 창출하려는 인류의 노력에 동조를 하고 조금이라도 조력하려는 자세. 그리고 그러한 문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삶에 유용하게 적응하고 세상의 끈질긴 아픔과 시련들을 단번에 바꾸어나아가고자 하는 건강한 파쇼인 것인지도 모른다. 정치는 정치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학문은 학문대로, 과학은 과학대로, 끊임없이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려는, 무한한 열망 앞에 자그마한 내 자리를 찾아가는 것 아무리 머리가 아프고 체력이 딸리고 능력이 없고 심지어 괴롭고 아프고 슬프고 외롭더라도 이러한 경이로운 운동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힘이 생기고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여하간, 문법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쉽게 잊지 못할 명언이 된 것 같다. 5월 12일 금요일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