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1/07 (18:42) from 203.252.17.161' of 203.252.17.161'	Article Number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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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ter 3000이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12월 17일 카운터가 2000을 가까스로 넘어섰는데 근 20여일 만에 3000을 넘어섰다.  카운터가 1000을 넘고 2000을 넘고 3000을 넘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하고 나는 물끄러미 생각해 보았다. 혹시 나는 수의 놀음에 나의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자성해 보기도 하고, 혹시 이 3000의 숫자 가운데에서 진정 이 홈페이지를 통하여 일말의 도움을 얻은 이가 몇이나 되는가 하고 물음을 갖기도 하고, 혹은 나 자신이 4000 5000 6000의 숫자에 대한 욕망을 간직한, 업적지향의 사고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나를 들춰어 보기도 한다. 모든 것을 다 헤집어 보더라도 그리 큰 인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없는 듯 하다. 다시 말해서 3000이 넘어가는 소리는 나에게는 2998에서 2999로 넘어가는 소리보다 더 색다를 것도,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수는 언제나 인간을 유혹한다. 그 공허한 추상의 언어가 그보다 더 중요한 근원적인 면을 망각하게 하는 엽기적인 기제로 행세하였던 것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속도의 노예이다. 예를 들자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동차 속도 300Km, 컴퓨터 속도 333Kz, 등등의 숫자에 저당잡혀 있는가. 이런 의미에서 수는 차이에 대한 추상적 기호이고, 그 기호는 우리들의 구체적인 욕망을 끊임없이 건든다. 이는 단지 수 뿐일까. 우리는 왜 책의 저자의 정신에 대한 관심보다, 저자의 바이오그래피를 나의 바이오그래피와 비교하는 데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까. 결국 수는 나이와 재력과 능력을 가름하는 중요한 표징으로서 인간의 본성의 일면을 지시하는 기호이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환영인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은 수를 잊고 살 수 없다. 나이를 잊고 살 수 없듯이 말이다. 단지 지혜롭게 변화하는 세상의 조류를 명민하게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으로서 수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해 본다. counter 3000을 넘어가는 것은 결국 시간의 끊임없는 흐름 속에서 당연히 주어지는 당연한 숫자의 누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숫자의 누적에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의 궁핍한 사상의 지평들이 고스란히 타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안에서 더욱 더 빠른 속도로 폭로된다는 사태를 반영한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나 자신 안에 착상되어 있는 많은 사상적이고도 정신적인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개간하고, 풍부하게 개진하고, 육화시키는 철저한 면모가 요구된다. 그것은, 적어도 이 홈페이지를 찾는 이들을 향한 최소한의 예우일 것이다. 3000이라는 숫자는 객관적으로 보아서 그리 큰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여기는 딴지일보도 아니고 클립아트를 모아놓은 서비스 사이트도 아니고, 회칠한 무덤과 같은 분위기의 딱딱하고 무거운 글과 논문과 생각이 또아리를 튼 곳이다. 저물어가는 신학의 세태 속에서,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신학의 언어들이 부유하는, 조용하면서, 혹은 슬픈, 혹은 재미가 없는 곳이다. 물론 성공적이지 않은 사이트 서치였겠지만, 이런 곳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 나는 이 홈페이지에서 무엇인가를 찾았다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참 궁금하다 - 또 끊임없이 진리와 지성의 보물섬을 항해하는 인터넷 보헤미안이 보이지 않는 곳에 이만큼 있다면 나는 더 할 나위 없는 기쁨과 동지애를 느낄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동료들에게 반가움과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