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8/08 (08:56) from 147.142.196.118' of 147.142.196.118'	Article Number : 150
Geist	Access : 8274 , Lines : 113

모국어와 신학의 문제

어제는 편안한 토요일 밤이라, 날잡고 한글책을 읽었다. 물론 번역서라 한글책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 외국어라는 것이.. 모국어가 아니면 외국어로 무의식까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니 대가리 안에는 한글과 한국문법이 끊임없이 작동되고, 겨우 한국어 번역을 거쳐서 독일어로 나가고 독일어가 번역을 거쳐서 한국어로 들어오는 꼴이니, 그러니 부팅도 늦고 프로세싱이 복잡다단하지. 무터스푸라케, 머더텅. 모국어... 그리고 그게 아닌 외국어의 차이는 너무나도 큰 것이다. 이 두폭을 아무리 줄이려 하여도 어렸을 때부터 이 두 언어를 접하지 않은 이상 정말 힘든 것일 것이다. 오래간만에 한글책을 읽었는데 일단 속도감이 있었다. 물론 옛날 속도보다 빠른지 느린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한국어를 읽는다는 것은 엄청난 속도로 본문을 스캔한다는 느낌이고 외국어를 읽는다는 것은 문자인식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일일히 문장의 오자를 하나씩 잡아주는 과정과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심지어 이 번역의 원 의미는 어떤 것일까 하면서, 번역한글과 원문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도 한국어로는 생각할 수가 있다. 역시 모국어는 모국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모국어가 완전히 생각의 뿌리에 엮어져 있으니 한국어를 통한 사유와 신학은 그 나름대로의 특징이 분명히 -무슨 아이디어의 새로운 면이 아니라- 그 한국어를 통한 사유의 특징 자체가 분명히 존재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어의 특징을 발견하고 그리고 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매우 아름다운 면들을 구축하고, 생각들을 엮어내는 것만 가지고도 평생 해도 부족한 과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어로 정말 한국어 다운 문장과 작품과 사유를 만들어 내는 것,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일인가. 그냥 기계어로서 둔탁한 언어로서 폄화되어왔었던 독일어를 괴테라는 천재의 놀라운 노력을 통하여 독일어도 아름다운 언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보면 문제는 언어 그 자체보다는 언어를 사용하는 이, 한국어 자체보다는 한국어라는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 안에서 한국말과 한국글을 엮어내는 한국인의 문제가 결정적인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신학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어제 슈나이스 목사님과 대화하면서 그런 것들을 느꼈다. 한국에서 루터신학을 이야기 한다면 그것이 한국의 신학일까 독일의 신학일까? 나는 한국의 신학이라고 말하여도 그리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한국인의 사유와 신학어법에 일단 루터의 신학은 착색이 된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한국신학은 한국에서 하는 신학이라는 조건을 넘어서서 한국인이 하는 신학을 한국신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았다. 한국어이든 외국어이든 자신의 언어의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그 행과 렬을 얼마나 조직적으로 그리고 미학적으로 그리고 현실과의 관련성을 도모하면서 구축하느냐의 문제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책을 여유있게 원 없이 그리고 원서를 한국책처럼 원 없이 읽기를 바라며 2001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