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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온 해방신학자 보프 교수를 만나고

저번학기에는 콘라드 라이저를 기숙사에서 뵐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고, 이번학기에는 이집톨로기의 대가인 잔 야스만을 몇 주 전에 명사좌담때 뵐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뵈었던 보프와의 좌담이 그래도 머리에 가장 남는 시간이었다. 원래 도르테 죌레는 이번학기에 이곳에 들르기로 계획이 잡혔는데 차질이 생겨서 다음학기에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명사를 뵐 수 있는 것은 책과의 만남과 더불어 매우 유용한 시간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보프는 보어레중 세미나 시간에도 뵈었었는데, 우리 기숙사 식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조금은 다른 것이기에 새삼 기대가 되었다. 저번에 콘라드 라이저 총무의 강의를 미니디스크로 녹음하였는데 그 녹음기는 빌린 것이고 주인인 하이드룬은 현재 심장수술을 받은 후 병원에 있어서 녹음은 하지 못하였다.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페르난도 엔스와 보프 교수는 벌써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빅브라더 엔스는 브라질 계통과 독일 계통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에큐메니칼 운동에 직접 나서니 그 현장에서 몇번 교감이 있었던 것 같았다. 저번 주에도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되는 폭력을 넘어서! 라는 WCC의 과제를 가지고 아프리카 가나에 가서 1주일동안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우리는 같이 예배를 드렸고, 특별히 정교회의 전통에서 온 루마니아 아랍, 이집트 친구들이 예배를 준비하였다. 2층에까지 예배실에서 피어오르는 향 냄새가 났다. 정교회는 특별한 예배형식보다는 송영을 주로 하고 낭독을 서로 돌아가면서 하였다. 그리고 그 특유한 음악이 간간히 흐르는데 찬송가나 혹은 가스펠처럼 전혀 밝지 않고 마치 카타콤의 그 어둠과 스산함과 같은 분위기가 노래 전체에 배어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배가 끝난 후 공동식사를 하였다. 공동식사에서 내 옆에 오래간만에 라파엘과 같이 식사를 나누었다. 앞자리에는, 이전에 기숙사생활을 한 지금은 독일 남부 어느 신학대학 교수님이 같이 있었고 밥을 먹으면서 이 기숙사에서 생활한 친구들은 평생 오랫동안 친구가 되고 지금도 본인도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하였다. 그말을 듣자 마자 라파엘이 나에게 확인하였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속으로는 나도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 "적어도 오늘까지는 확실하지" 하고 농을 하였다. 보프가 온다는 소식에 워낙 손님들이 많이 왔다. 보통 기숙사 식구들이 25명 정도 되는데 한 10명이 더 와서 (나중에 강의가 시작될 대에는 다 해서 한 45명 정도가 되었다) 같이 식사를 나누니, 당연히 밥이 모자랐다. 카롤린과 닉이 식사를 준비하였는데 밥에 고기와 야채 소스를 메뉴로 하였다. 나중에 부랴부랴 내 밥통에 밥을 하여서 겨우 십시일반 저녁을 해결하였다. 강의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우리는 다시 뒤의 정원에서 실내예배당 안으로 들어갔다. 약 45명 정도가 모여서 선생님 강의를 들었다. 엔스의 보프 소개는 인상적이었다. 하이델베르크가 선생님을 한학기동안 초빙교수로 모실 수 있어서 대단히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하였다. 옆에 보프는 패르난도 엔스가 브라질리안이라는 것에 대단히 기쁨을 표현하였다. 이후 진행되는 강의에서 선생님은 해방신학의 태동과 여러 변천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이야기하였다. 속으로 얼마나 많이 이런 강의를 하셨을까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는 거의 신학도들이 7-80프로 되었기에 일반 학도들은 조금은 낮설 만한 이야기들도 많이 하였다. 그럼에도 교과서에서 들은 내용을 이렇게 직접 확인하니까 참으로 생생한 시간이 되었다. 몇 가지 인상적인 것만 남기면 해방신학은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하고 갱신해 나아가는 신학이라는 것이다. 어느 신학이야 그렇지 않으랴만은 해방신학은 나름대로 매우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물음들을 자기의 세계 안에 적극적으로 편입시키고 새롭게 가공하는 젊은 신학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해방신학은 해방신학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 에 관심이 있는 신학이라고 하였다. 또한 해방은 관념적 추상적 해방이 아니라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구체적인 해방을 의도하고 지시하고 소망한다는 것이다. 가난과 관련한 "아르메"라는 독일어를 수십번은 강의를 통하여 들었다. 몇개월전 한국에서 가난에 대한 단상을 글로 정리한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그만큼 보프의 가슴에는 브라질 자신의 조국의 가난한 백성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과 동정, 또한 하나님의 백성이 이렇게 고난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매우 진지하게 대면하고 신학을 하고 있는 신학자로 느껴졌다. 이전에는 말을 할 것도 없고 여전히 지금도 브라질은 비참한 삶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정확히 들었는지 모르나 지금도 200만명의 거리의 아이들 부랑자가 있다고 하였다(나중에 확인해봐야겠지만) 그는 여전히 가난의 문제에 많은 이들이 고통당하고 있고 여전히 해방을 간절히 소망하고 구원을 희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진행되는 20대 80의 사회 세계화의 폭풍에서 더욱 더 가난과 빈곤의 문제는 절박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며 이는 브라질, 그리고 제3세계 뿐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와 지역에서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강의를 독일어로 말하였고 해방신학이 앞으로 행해 나아가야 할 과제와 주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하였다. 하나는, 현금의 흐름인 부익부빈익빈의 광풍, 세계화의 폭풍에서 어떻게 가난과 빈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아갈 것인가 하는 해방신학의 과제였다. 이는 해방신학이 세계 신학사에 단지 새로운 조직신학과 교회론의 성립과 상황신학의 새로운 단초를 열어놓았다는 것에 취하여 머무를 때가 아니라 더욱 은밀하게 작동되는 자본주의의 틀거리 안에서 그 맥락들을 잘 읽고 해방신학의 과제를 실천적으로 해명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생태학, 영성, 신과학등의 우리시대의 첨예한 관심사들과 더불어 어떠한 방식으로 해방신학은 접맥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이는 지금 대학에서 진행되는 세미나의 주제와도 닿아 있는 문제들이다. 처음 세미나시간에 제공된 한학기 강의내용은 바로 이러한 에코페미니즘, 신과학, 영성에 관련한 새로운 시각과 도서 그리고 해방신학적 접맥에 관련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온 여러 질문과 관련하여 보프는 나름대로의 대답과 해방신학의 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답변을 제공해 주었다. 그는 신비주의와 신비주의적 영성에 대한 비판적인 자리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서 하나님과의 직접 바라봄 마찰, 그런 것들은 진정한 의미의 영성이 아니라고 그는 진단하고 있다. 진정한 영성은 가난한 자와의, 외부와의 적극적인 연대와 나눔에서만 주어질 수 있는 표현인 것이다. 나는 마이스트 에크하르트를 대학원에서 정리하면서 신비는 혁명과 닿아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보프는 더 나아가서 혁명과 관계되지 않은 신비에 대한 공허함을 비판하였고 혁명에서 신비의 진정한 의미가 작동된다고 그는 보았다. 그리고 어떤 낯선 분이 미국의 현재 행패와 특히 부시의 이러한 신냉전의 재편 구도및 여러 정치적인 문제들과 복잡한 사안들 앞에서 어떻게 해방신학은 나름대로의 길들을 얼어나아가야 하는가 질문하였을때 그 대답은 참 인상적이었다. 결국 그에 대한 관심과 물음의 영역은 가난한 자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인 것이다. 사실 그가 여러 정치적인 논의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아주 단호하게 해방신학의 관심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가난한 자의, 우리 이웃의 진정한 해방, 몸과 마음과 모든 온전한 해방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질문하는 사람이 약간 무안해 할 정도였다. 사실 그 질문은 정치지평과 해방의 역사를 여는 신학지평의 범주의 문제를 나에게 던져준 질문이기도 하였다. 결코 쉽게 둘을 연결시킬 수도 없고 단절시킬 수도 없는.. 그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일단 하루라는 엄청난 시간이 지났고, 그렇기에 나의 기억력보다는 녹음을 하는 것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소망했는데 조금은 아쉽다. 마지막에는 내가 질문하였다. 현금의 민중신학이 해방신학을 통하여 무엇을 기꺼이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였고, 교수님은 아 민중신학! 하면서 벌써 두번이나 브라질에서 민중신학과의 대화를 진행하였고 민중신학이 보여주고 있는 마가복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같은 것은 해방신학보다 훨씬 탁월하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 없는 성과라는 격찬을 하였다. 브라질에서 벌써 대화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신신학연구소에서 있었을때 브라질에서 진행되었던 한국 독일 브라질 신학심포지움이 생각났다. 이미 신학의 전통인 독일 민중신학의 한국 해방신학의 브라질 이 삼국이 모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늦게나마 여기에 와서 발견하게 되었다. 그만큼 상황신학 민중신학 해방신학의 의미는 기존의 신학과는 사뭇 새로운 길을 열었기에 그것은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가복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안병무 교수님의 책이나 이후의 책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민중신학이 어떠한 길을 가야할 것인가에 대해서 관심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페르난도 엔스는 이 말로 정리하였다. 형님이 처음 하이델에서 신학공부했을 때 들은 첫 과목이 해방신학이고 두번째 과목이 바르트의 신학이었다고 한다. 지금 신학도들은 아마 선후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만큼 해방신학, 그리고 민중신학이 나름대로 시대의 역할을 다 한 후에 빛을 잃어가고 있는 듯한 형세를 아주 멋지게 표현한 듯 하다. 우리 안에서도 도대체 민중신학이 어떻게 굴러가고 상황신학이 어떻게 굴러가는지에 대한 자조가 없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서 볼 때 적어도 자신의 목소리로 신학을 하는 것만큼 소중하고 귀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학은 학문 그 자체가 아니라 보프가 말하였듯이 삶의 전체 구원을 위한 프락시스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민중신학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신학, 그리고 우리의 신학의 삶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나름대로 생각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해방, 민중해방, 삶의 해방, 구원 그리고 신학의 삶 이런 것들의 의미들을 다시 한번 가까이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녹음기 대신 거칠게 몇자 남겨보았다. 참고. ........................ ▣특집:자유토론   브라질 바닥공동체의 현실과 해방신학의 미래 ―내용요약― 요약정리: 채 수 일* *신학과 조교수/선교신학 1.자유토론은 '브라질 바닥 공동체의 현실과 해방신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채수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토론에는 브라질 측에서 안토니오 마갈하에스 교수(조직신학), 성정모 교수(경제신학), 제임스 패리스 교수(실천신학)가 참석했다. 2.안토니오 마갈하에스 교수는 브라질 바닥공동체의 형성과정과 발전을 오늘에 이르기까지 간략하게 설명했는데, 초점은 브라질의 예속적 발전과 개발독재의 역사와 교회의 대응에 맞추어졌다. 중요한 점은 바닥공동체의 형성에 대학생들의 역할이 컸다는 지적이었다. 최근 바닥공동체가 '은사 운동'(카리스마 운동)에 치우치는 경향에 대하여, 마갈하에스 교수는 50년 전까지는 바닥공동체 운동과 은사운동이 상호 적대적 관계를 맺어왔는데, 지금은 둘 사이의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그것은 성령운동하는 그룹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에도 한 이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이유를 '해방신학은 가난한 사람들을 선택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성령을 선택했다'는 데서 찾는 그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이른바 '번영의 신학'에도 그 책임이 크다고 평했다. '번영의 신학'은 믿음과 물질적 축복의 직접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복음주의적이고 카리스마적인 신학운동이라고 하겠다. 브라질 교회 안에서의 혼합주의의 현실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마갈하에스 교수는 자신은 아마존 지역 출신이고 또 침례교 목사라고 전제하면서, 브라질 교회와 신학의 문제는 아프로-브라질리안 종교의 혼합주의와 대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프로-브라질리안 종교들은 대부분 카리스마 운동에 치우쳐 있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는 편이라고 한다. 정치적 관심은 현실유지적 측면에서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3.해방신학자들의 최근 동정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마갈하에스 교수는 세 사람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해방신학의 아버지라고 할 구스따포 구띠에레즈 교수는 건강이 악화되어 산소호흡기를 달고 잠을 청할 정도라고 한다. 지금 심혈을 기울여 쓰고 있는 책은 총체적인 종교혼합주의에 관한 것으로 서양 신학과 동양 철학을 연결시키려는 시도라고 한다. 레오나르도 보프는 사제직을 그만 둔 후, 한편으로는 농사를 지으면서 종교철학을 강의하고 생태학과 신학과의 관계에 학문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클로도비스 보프는 해방신학의 방법론에 더욱 천착하고 있다고 한다. 4.해방신학 전통에 서 있으면서 경제문제와 신학의 관계를 규명하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학적 비판을 자신의 주요 신학적 과제로 삼는 성정모 교수는 자본주의 이론 자체에서 출발하여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푸란츠 힌켈암머르트, 후고 아스만, 훌리오 산타 아나 등의 신학적 작업을 소개했다. 그는 경제신학 안에 있는 두 그룹을 제시했는데, 한 그룹은 경제와 신학이 관계없다는 그룹과 경제와 신학이 관계 있다는 그룹이 그것이다. 경제와 신학의 관계성을 주장하는 그룹은 다시 두 개로 나뉘는데, 한 그룹은 예수 믿으면 부자가 된다고 믿는 이른바 '번영의 신학'의 대변자들이고, 다른 한 그룹은 자본주의와 대립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대변한다.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여성과 흑인들을 변혁의 주체로 세우면서 근대적 이성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가난의 문제를 신학적 성찰의 중심에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들은 신자유주의를 오늘의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는데, 신자유주의의 인식론은 하이땚크의 노벨상 수상 연설인 '지적 오만'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시장경제의 움직임을 알려고 하는 죄를 원죄로 규정하면서, 실업이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지적 오만이 등장한다고 하면서,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이며 효율성의 신비를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위에 서 있는데 시장경제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성정모 교수는 근대의 두 혁명, 곧 맑스주의와 자본주의가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는데, 맑스주의가 실패한 것은 인간의 연대에 대하여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기 때문이고, 자본주의가 실패한 것은 인간의 연대에 대하여 지나치게 비관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신학자들 가운데서도 시장경제를 둘러싼 논쟁이 전개되고 있는데, 힌켈암머르트는 시장경제를 인정하면서도 비판하고 있고, 후고 아스만은 과거에 시장경제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었다가 최근 조절이론 등을 연구하면서 시장경제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브라질을 포함한 이른바 제3세계의 문제는 근대화를 제1세계의 엘리뜨, 중산층의 모델을 모방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데 있으며, 이런 모방과의 단절을 위하여 영성의 개발, 소비모방이 아닌 새로운 영적 욕구의 모델을 창출할 과제를 교회와 신학이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월드컵 축구 경기로 나아갔다. 스포츠가 독재권력의 효과적인 통치수단이라는 것은 한국과 브라질 사람들에게 낯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라질 참가자들은 60년, 70년대 브라질 정권이 박정희 군사정권으로부터 통치술을 배웠지만, 민주화 운동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민주화는 80년대 초부터 실현되었고, 헌법, 노동법 등은 민주적으로 정비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경제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80년대를 브라질 신학자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농민과 노동자들의 삶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해방되었지만 재벌 지배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6.경제위기의 상황에서 브라질의 신학자들은 성령의 자유와 시장의 자유가 일치될 수 있는가? 해방개념을 이제는 양적으로만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과 씨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개신교 내부에서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오순절 운동과 가톨릭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카리스마 운동에 대한 평가도 중요한 과제이다. 해방신학은 이런 운동들을 언제나 사회학적이고 인류학적으로만 파악하려고 했고, 그래서 도피, 소외 현상으로만 이해했다. 그러나 이제는 종교들의 다양한 표현 형식들과의 대화가 중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7.한국측 참가자들의 질문과 논평이 이어졌는데, 첫 질문과 논평은 김경재 교수가 했다. 김경재 교수는 '혼합주의' 개념에 대하여 부정적 시각을 지금까지 가졌었는데, 브라질과 독일 참가자들로부터 혼합주의에 대한 적극적 접근방식을 배울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지적하면서, 문제는 그것이 목회, 교회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전개되느냐는 것임을 문제삼았다. 언제나 남는 문제는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성정모 교수는 자신을 종교혼합주의의 현실이라고 제시하면서, 자신을 한국인이면서 브라질인이고, 가톨릭 신학자로서 개신교 신학대학에서 심포지엄을 하고 있지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말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마치 우리가 진리를, 참 하나님을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대답하기 어렵지만 끊임없이 제기해야 할 질문일 것이라고 답변. 마갈하에스 교수는 복음과 문화에 대한 논의를 자본주의 문화와의 관련성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아프리카 종교, 브라질 종교 안에서도 자본주의를 정당화하거나 혹은 비판할 수 있는 능력과 전거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영 교수는 혼합주의를 건강한 혼합주의와 병리적 혼합주의로 나누어 생각할 것을 제안하면서 건강한 혼합주의를 발전시킬 새로운 상징을 발굴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8.정체성이란 엄밀한 의미에서 과거(전통)에서부터만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체성이란 임마누엘 레비나스가 지적한 것처럼 낯선 이와의 만남에서 드러나고, 또 미래에서부터도 규정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토론에서 브라질 바닥공동체가 우리가 이곳에서 상상했던 해방공동체, 혹은 민중교회와 비슷하리라는 생각과는 상당한 거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훨씬 카리스마적이고 오순절적인 경향을 갖고 있는 것이 브라질 바닥교회들의 분위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규모와 관계없이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해방을 지향하는 바닥공동체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 한국과 브라질을 함께 묶어내는 고리는 신학만이 아니라 경제적 현실이라는 것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 기아 등 일부 대기업들이 이미 브라질에 진출해 있고, 한국교민들의 정착과 함께 교민교회도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도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이른바 1세대 해방신학자들의 신학적 관심과 스펙트럼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경제문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부터 교회사의 재정리, 생태학, 혼합주의, 문화와 종교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해방신학 2, 3세대의 연구가 깊이를 더해가고 관심의 폭도 크게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신학적 대화가 어떻게 서로의 학문적 상상력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우리는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http://www.hanshin.ac.kr/~press/explanation/theology/theology40/th99-11.htm Link Geist : 보편신학과 상황신학 2001년 6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