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8/08 (09:26) from 147.142.196.118' of 147.142.196.118'	Article Number : 157
Geist	Access : 7305 , Lines : 188

生, Das Leben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 마음에 품고 있는 독일어 단어 몇개가 있다. 고난 Leiden 열정 Leidenschaft 생 Leben 그리고 영원 Ewigkeit, 그리고 마음 Herz, 그리고 영혼 Seele, 그리고 사랑 Liebe 그리고... 또 뭐가 있지, 몇년동안 사용했던 하이텔 아이디 Geist도 좋아한다. 그리고 더 많은데... 많이 까먹었다. Gott, 이것은 고난과 열정의 그 하느님의 의미보다는 무소부재 전지전능한 신의 뉘앙스를 품고 있는 것 같아 그리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가운데에서도 생 Das Leben은 사랑 Die Leibe보다 간혹 더 생생하고 생동감 있고, 그리고 어떻게 저 한 단어로 우리는 잘 이해못할 생 그 자체를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을 갖게 하는 단어이다. 그리고 저 단어만 보면 다스 레벤~ 다스 레벤~ 하는 누군가의 노래 한 구절이 머릿속에서 그냥 떠오른다. 언제 들었지? 하는 물음으로 기억을 헤아려도 잘 근원을 찾지 못하는 그 노래의 멜로디가 사라지지도 않고 머리에 계속 남아 있다. 어쩌면 ,오히려, 단어와 말이라는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잠시 잘 보인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속성을 지니게 하는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모든 세상을 한번 단어 안에 넣고 다시 모든 것들을 캄캄한 밤하늘 가운데 하나 둘씩 이해하려 하지만 오히려 알고보면 뿌연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을 하며 느낄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삶 Das Leben 은 사랑Die Liebe 과도 비슷하게 생겼고, 또 살아있는 lebendige 그리고 산다 leben는 지극히 좋고 비슷한 것들만 몽땅 변경에 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다. 그래서 건조한 독일어와 어려운 문장들을 보다가 숨이 막힐 것 같아도 저 단어만 나오면 가끔 숨이 확 트이고 입맛이 돋고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가 오히려 심미적인 관심을 갖게 한다. 한국이 비가 오지 않아서 많은 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디 고등학교 국사에나 나올만한 까마득한 옛 이야기처럼 들리는 기우제라도  대통령이 하고싶다 할 정도로 심각한 것 같았다. 삶을 삶 답게, 인간의 얼굴이 인간답게 드러나기를 소박하게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우리의 여러 복잡다단한 사회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는데 이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자연까지도 이렇게 인간의 삶과 얼굴의 그늘을 지게 만드는 것 같아서 참 야속하기만 하다. 분명 비가 오지 않아서 내가 아는,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쓰라린 마음을 헤아리면서 발과 손을 동동 구를 터인데 말이다. 비님이 언제 오시나 언제 오시나 이렇게 존칭을 쓰면서 글을 쓴 사람들을 보고 속으로는 저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는 인상이 든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가 님이 아니고 누가 님이라 불리울 수 있을 지. 종교가 주술과 거리를 둔 이력은 사실 오래전의 일이다. 지금에 들어서 기껏해야 이단 몇몇 종파에서 비를 오게 한다는둥 말라는둥 헛소리를 계속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기계로서의 신이라도 우리에게는 간절하게 되어버리기까지 하였다. 사실 어느 정서보다 가장 종교적이고 우주적인 면모와 심성을 품고 있는 이들이 바로 자연과 함께 삶을 꾸리고 씨를 뿌리고 거두면서 생명을 생산해내는 이들이다. 대지에 대한 진지한 감수성과 자연과 더불어 한 호흡으로 살아가는 삶을 우리는 사실 수십년 전까지 살아왔었고 그러한 정서는 자연 앞에 삶 앞에 겸허함, 그리고 우리의 온정과 유유함을 갖게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그래도 아시아인들의 심성이라는 것이 여타의 민족과 지역에 비해 매우 부드럽고 온화하고 조화로운 면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여기에서 간혹 느끼는 것이다. 아, 아프리카 친구들도 아시아와 매우 비슷한 면이 많다. 그들의 대부분은 아직도 자연과 같이 공생하는 문명을 지니고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보다 더욱 더 가까이... 그래서 비가 오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그분들의 모습이 더욱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기지역에 약간의 비가 온다고는 하는데 아직은 더욱 많은 단비가 필요한 것이고. 자연안에서 그를 통하여 우리는 나름대로의 모던한 문명과 사회를 열심히 개간해 가는 도중 너무나 쉽게 우리의 역사와 기억과 삶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되는 키르헨탁, 몸과 무의식적인 자연의 교감보다는 머리 그리고 가슴으로 부딛혀야 하는 시간들이기에 정작 자연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이순간은 그 일정들이 부담스러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번지 잘못찾아 보슬보슬 내리는 비소리를 들으면서 생에 대해서, 가뭄에 대해서, 우리를 이곳까지 그저 아름드리 인도하는 대지, 태양, 생명, 자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가뭄이 빨리 해갈이 되고 단비가 많이 내려, 기름진 대지에 많은 생명들이 다시 생생해지길, 생생한 삶을 다시 얻기를.... 2001년 6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