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은 그것이었다.
성서에 나온 하나님의 뜻에 반역하는 바벨탑!
뜻은 전혀 다르지만 마치 그 바벨탑과 같이!
하나님의 이름이라는 성스러운 뜻으로
인간들이 쌓아나가는 엄청난 위용의
바벨탑으로 나는 키르헨탁이 느껴졌다.
마치 하나님이 바벨탑을 파괴하였듯이,
이렇게 인간이 모여서 하나님을 외치고
고백하고 기도하고 운동하는
바벨탑의 위용을 보고
하나님도 어쩌면 감탄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요일부터 오늘 일요일까지
제 29회 교회의 날 행사를
Diakonisches Werk der EKD
장학프로그램 일환으로
더불어 참가하였다.
당신은 나를 더욱 넓은 곳으로 인도하시고! 라는 시편의
주제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벌써 29차가 되었으니
역사로 따지면 약 60년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유럽의 교회가 텅텅 비었다는
이야기들을 간혹 신학을 하면서
듣곤 한다.
다른 곳은 모르겠다.
그리고 외양적으로 독일교회를
본다 하더라도 분명 한국처럼
교회당에 교인들이 많이 모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키르헨탁을 통해서..
5일동안에 무려 2500여개의 세미나, 토론,
그리고 여러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 그리고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교회의 날을 위한 상설본부의 1년 반의 준비기간
수천명의 자원봉사자,
도시 전체가 키르헨탁을 위한 문화공간 및
박물관, 교통의 적극적인 배려,
대통령부터 각 정당의 정치인들,
그리고 일급 신학자들의 대거 강연의 연사,
그리고 성서연구..
(하지만 벨커 교수와 슈베벨 교수, 그리고
링크 교수는 보이지 않았다)
잘 헤아리지 못할 엄청나게 많은 수백개의
조직들이 자신들의 정신과 취지를 소개하는
Markt der Moeglichkeit..
그리고 행사기간 동안 50만명의 참여속에서
이루어지는 엄청난 조직과 스케일의 키르헨탁.
그 프랑크프르트 도시 전체가
키르헨탁의 깃발의 물결로
기독교인들의 발걸음들로
그리고 각종 행사의 진행들로
움직이고 있었다.
독일의 신학은 결코 교회와는
별개의 영역이 아닌듯 하였다.
어느 누구보다 많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지지와 관심을
바탕으로 엮어지는 신학작업과
엄청난 명성으로 운위되는
신학자들의 모습을 생생히 보았다.
신학과 교회, 신학자와 기독교인의
거리가 훨씬 가깝고 훨씬 긴밀하게
공존하는 곳.
수많은 머리 하얀 장년 노인들로부터
테크노와 팝에 맞추어
흥얼거리는 젊은이들
그리고 청소년들까지
모든 세대를 위한 행사였고
단지 개신교 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과 더불은 행사였다.
왜 한국에서 키르헨탁 키르헨탁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하였나 실감하였고
왜 교수님이 거기 가서 돌아가는 것을 잘 보고
많이 배우라 말씀하셨나 실감하였다.
교회와 국가가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모이는 교회보다는 흩어져서
조직을 통하여 봉사를 통하여
구체적인 행동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삶을 실천하는
이들을 보았다.
어제 마지막날 우리 팀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나는 말하였다.
처음 독일에 왔을 때 놀라웠던 것이
독일의 디아코니아 조직이었고,
이 키르헨탁을 통하여 두번
놀라게 되었다고.
아직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하지만 분명 독일교회의 저력과 조화와
희망을 어렴풋이 발견하게 되었다고.
다음 2003년의 베를린에서 열리는
키르헨탁에 참여할 때에는 더욱
이 엄청난 실체들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나의 놀라움을 표현하였다.
탄탄한 교회의 지원을 통하여 엮어지는 신학
국가, 정치와 같이 맞물리면서 돌아가는 교회, 신학
엄청나게 많은 노인 어른들의 그 진지함,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배려되는 여러 교육프로그램....
당연히 한국생각이 많이 났다.
아직은 갈 길이 많은 교회, 신학,
청소년 어린이를 위한
기독교 교육 등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성서와 신학에 관한
질문을 교회에 다니면서 선생님에게 던지다
그 물음들을 더욱 생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장을 발견하지 못하여 교회생활에
약간의 실망을 느꼈던 나의 경험이 떠올랐다.
그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많은 말 하고 싶은 의지를 상실하게 한
머리를 뒤죽박죽 만들어 놓은
며칠동안의 경험들...
한통의 필름이 인화가 되면
그것들을 보면서 기억을 떠올리면서
하나 둘씩 여유가 되면 정리하기로 하고
여기에서 펜을 놓아야겠다.
하루하루 내가 경험하였던 가장 중요한 행사만을
뽑아보면 이정도가 될 것 같다.
13일 수요일 첫날
프랑크프르트 시내에서 개회예배를 드렸다.
14일 목요일 둘째날
북한 교회대표자와 남한의 NCC 총무 목사님이 전 독일 대통령과
함께 만남을 갖게 되었다. 15일 금요일에도 피터교회에서도
남북연합 예배를 드렸다.
2500개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루에 기껏해야 3/4개를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유럽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동구권과 서유럽의 여러 관계를 테마로한 포럼을 나는 선택했다.
거기에서 슈뤠더는 강연을 하였고,
그 이후에 유럽 여러 인사들이
EC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였다.
나는 2시간을 기다려서 앞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카메라까지 모두 뱉어내야 했기에 슈뤠더를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이번 키르헨탁의 두번째 안타까운 일이다.
슈뤠더는 대단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인상적인 것은 귀가 매우 컸다는 사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생각났다.
15일 금요일 셋째날
나는 이날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포룸에 참여하였다.
유명한 명사가 대거 출현하였고 책으로만 보아왔던 융엘을
직접 보게 되었다. 그의 인기는 가히 대단하였다.
주로 장년을 중심으로 수천명이 군집하였다.
융엘은 레토리카였다. 옆에 있는 분은
독일 어느 지역 카디날이다.
그는 시간과 관련하여 진리문제를
접근하였다.
16일 토요일 넷째날
이날도 전날과 같은 장소,
가장 큰 홀에서 진행되는 테마
종교간의 대화를 들었다.
한시간 전에 기다려서 앞자리를 얻게 되었다.
좌석은 수천석이고 늦으면 자리도 없다.
우연인지 내 옆에 볼프강 후버가 앉게 되었다.
후버는 2부의 토론을 진행하였기에
1부동안은 맨 앞자리 내 옆의 관람석에서 앉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쉬는 시간에
몇마디 나누었다.
한신에 대한 이야기와,
하이델에서 더 이상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을 이야기하였다.
그분은 하이델에서 조직신학 윤리학
교수로 있다가 베를린주 비숍으로 가셨다고 한다.
1부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튀빙엔의 요셉 교수의 말이 나올 때마다
Es ist sinnlos! 쓸데없는 허튼 소리!
하면서 화를 내고 바로 메모장에다 반론거리를
적어내는 모습, 그리고 요셉 교수가 맞는 이야기를 하면
박수를 손수 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바로 앞 가까이서 사진을 찍으니
웃음으로 사진을 받아주시는
인자한 면도 있었다.
17일
16일 우리가 거한 다름슈타트의 페이지 호텔의
마지막 밤에 우리 팀들은 홀에서 서로
각 나라에서 갖고 온? 음악과 노래를
부르고 못다나눈 이야기를 하였던
덕분에 대부분 늦게 서두르게 되었다.
나도 빨리 서둘러서 폐회행사를
참가하려 몸을 서둘렀지만 밥을 다 먹고
짐을 다 정리하니 벌써 9시 30분이 되었다.
게다가 비도 후두둑 쏟아지고...
폐회예배 스타디움까지
적어도 한시간이 걸리는 거리라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방향을 프랑크프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로 돌렸다.
하이델베르크로 와서 뉴스를 보니
그 스타디움 폐회예배에
7만명이 군집하였다고 한다.
후회가 막심하였다.
하지만 다음 베를린 키르헨탁을 기원하며
마음을 삭혔다.
아직도 교회의 날의 놀라움과 감동에서 헤어나오지는 못하였다.
여기 기록된 백분의 일도 안되는 스케치와
경험 외에도 참여하고 보았던 많은
경험과 체험들이 있는데
사진이 인화되면 하나 둘씩 헤아리면서
정리하든지 해야겠다.
2001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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