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8/08 (09:40) from 147.142.196.118' of 147.142.196.118'	Article Number : 163
Geist	Access : 7847 , Lines : 402

잃어버린 꿈

수업이 끝난 후 강의실에서 짧은 단편영화를 보았다. 번역하자면 "잃어버린 꿈" 정도가 되겠다. 30분정도의 단편 영화인데, 수상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어느 브라질의 부모도 없는 가난한 두 형제의 거리의 삶에서부터 시작된다. 레오나르도 보프가 말한 그 거리의 부랑아들Strassenkinder의 줄거리가 바로 이 영화의 내용이다. 보프는 2백만명의 집없는 고아들이 거리를 헤메며 브라질에서 어렵게 삶을 연명하고 있다고 저번 강의때 말하였다. 나는 나의 귀를 의심하였고, 그 기억이 점차 기력을 다할 때 이렇게 그들의 삶을 다시 영화로 볼 수 있었다. 부모가 없고, 따뜻한 안방이 없다는 것, 그것도 10여살 남짓한 두 어린이들이 황량한 거리에 떠밀려 노래와 구걸로 가난한 삶을 연명해야 한다는 것, 눈은 귀보다 우리의 영혼에 더욱 가까이 닿아 있어서 그랬을까. 그들이 뛰어놀고 구걸하고 잠을 자는 그 지하 축축하고 허름한 공간은 종일 우울했고 영화는 지극히도 슬펐다. 그 두 형제는 가난했지만 한편으로는 유년의 즐거움과 건강함을 만끽한 우정과 사랑이 서로 흐르고 있었다. 쓰레기통을 뒤집으면서 음식을 같이 찾았고 담배꽁초를 깡통에 줏고 힘이 들때면 같이 그 꽁초를 하나 둘씩 피웠고, 밤이 되면 하루에 벌은 동전을 계산하며 더욱 낳은 내일을 위하여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땟구정물이 얼굴에 흐르고 있었고 머리에 벼룩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몰래 국민학교 샤워장에서 들어가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다가 학교선생에게 들켜 급히 그곳을 도망나온다. 순간 일열로 줄을 서서 학교로 들어오는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과는 달리 그들은 거리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고 먹을 것을 구해야 했다. 공부하고 싶어도, 장난감을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그저 땅바닥에 숨어있는 금싸라기를 하루종일 파고 그것으로 먹을 것을 사서 연명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상황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들은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구걸을 한다. 하지만 레스토랑의 주인에게 벌은 돈의 반절을 레스토랑의 담당자에게 돌려주어야만 하였다. 반절을 빼앗아간 그 담당자가 돌아간 후, 어린 꼬마는 입안에 숨긴 동전을 다시 뱉어낸다. 그들이 이렇게 힘들게 돈는 벌어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거리에서 풍선을 팔고 싶어 하였고 거리에서 팔고싶은 풍선을 몽땅 사려면 브라질 단위 100원의 돈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더 열심히 돈을 모았다. 어느날 큰 형은 지하도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소녀를 발견하였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동생 몰래 그동안 어렵게 돈을 모아놓은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면서 그녀의 얼굴을 더욱 가까이라도 보기 위하여 얼마를 빼돌린다. 시간에 맞추어 그녀를 기다리고 큰 형은 빼돌린 돈을 손에 움켜쥐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주위에 있는 친구들은 가난한 그 친구가 아이스크림을 살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놀리는데, 손에 쥔 돈을 그녀에게 주면서 아이스크림을 산 것이다. 이 큰 형의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날로 깊어지고, 어느날은 20여 원의 돈을 동생 몰래 훔쳐서 그녀와 함께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한다. 동생은 형이 보이지 않아서 그 걱정에 이리저리 형을 찾다가 우연히 그 형과 어느 소녀와 같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발견한다. 동생은 슬퍼하고 좌절하였고, 한동안 그 식당의 문턱 앞에 주저앉게 되었다. 그리고 그 형을 뒤로 하고 다시 허름한 지하도 어느 구석 그들이 사는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형은 꼬깃꼬깃 동생과 함께 어렵게 벌은 돈으로 그 소녀를 위하여 밥값을 지불하고, 같이 지하도를 거닐며 그녀에게 물어본다. 남자친구가 없으면 자기와 같이 인연을 맺을 생각 없냐고 하면서. 그녀는 그 말에 주저하면서 이만 돌아가야겠다고 말한다. 형은 너를 위하여 식사를 사주지 않았느냐고 토로하면서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자 하였다. 그녀는 어렵게나마 그 자리를 피하였고 그 지하도에 있었던 여러 낯선 남자들에게 그 형은 몰매를 맞는다. 그녀와의 데이트를 위하여 몰래 산 새 옷은 이미 빨간 피투성이에 범벅이 되었고 원래 입고 있었던, 어느 곳에 숨겨놓은 자신의 옷을 갈아입으면서 피투성이의 새 옷을 그자리에 내던졌다. 동생은 형이 자신을 배신하고 100원을 모아서 풍선을 사고자 하려는 그 꿈을 산산조각낸 형을 용서할 수 없어서 돈을 모아놓은 깡통에서 자신이 벌은 돈과 자신의 짐을 이미 챙기고 형이 올 채비만 기다리고 있었다. 형은 그늘진 어깨로 다시 허르스름한 곳으로 들어왔고, 동생은 형에게 우리 돈을 누가 훔쳐갔다고 형에게 넌지시 떠본다. 형은 다시 돈을 벌면 되지 않겠느냐고 신경쓰지 말라고 위로한다. 동생은 이미 모든 것을 다 알았고, 그것을 형에게 이야기하고 그 자리를 뛰쳐나온다. 형은 동생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빌면서 동생을 쫓아가지만, 동생은 이미 모든 마음과 몸을 정리하고 허르스름한 버스를 타고 형은 그 동생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 버스 뒤를 한참 달리면서 따라간다. 그 순간이이 형과 동생의 마지막 만남이고 또한 긴 이별이었다. 처음 영화의 장면, 어느 도시의 호텔 야웨 커피숍에 앉아 있는 한 신사가 허르스름한 몰골로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한 거렁뱅이를 깊은 시선으로 오랫동안 쳐다본다. 그 거리의 거렁뱅이는 수십년동안 그대로 사용한 담배깡통을 열어 꽁초를 다시 줏어서 피웠고, 동전 몇푼이 있는 깡통을 앞에 두고 잊혀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로 부르면서 사람들의 동정을 구걸한다. 그리고 그 거렁뱅이를 바라보는 한 신사는 수십년전부터 사용하였던 돈을 모아놓는 깡통을 열어 지폐로 커피값을 지불하고, 호텔 지배인이 인도하는 자기의 자가용에 다시 몸을 맡긴다. 그 높이 뻗은 빌딩 사이로 그 유년시절 두 거리의 형제가 그렇게도 꿈꾸었던, 둥실둥실 하늘로 떠오르는 그 풍선들이 여운을 남기면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동생은 성공하였고, 형은 계속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잘 모르겠다. 그 동생이 오랜 시간동안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형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형제들 사이의 서글픈 운명들이기도 하면서 내가 여기에 와서 가장 가슴저리게 느낀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의 깊은 삶의 골들과 아포리아를 다시금 그 영화를 통하여 느끼게 되었다. 보프가 말한 2백만 거리의 아이들 이야기가 결코 나의 착각이 아니었던 것도 가슴 아팠고,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앞만 바라보고 자수성가한 그 동생의 모습과 사랑이 형을 사로잡아 동생의 믿음에 금을 가게 되었고, 또한 계속 그 자리에서 저렇게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는 형의 모습에서 애시당초 우리는 결코 남이 아닌 제1세계와 제3세계의 서글픈 운명과 긴장을 느낄 수 있었다. 회사로 돌아가는 동생의 자가용이 다시 형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을 지 아니면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갔을 지 감독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따뜻하고 동생을 사랑했고 또한 유년시절 사랑에 눈이 먼 그 형의 가난한 삶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동생과 형이 다시금 만날 수 있기만을 나는 속으로 진심으로 바랠 수 밖에 없었다. 가난과 슬픈 삶을 서로 유년시절 나누고, 그리고 어느덧 시대를 머금고 쉽게 화해할 수 없는 곳까지 가버린 두 형제의 인생을 놀랍게 형상화한 이 한편의 영화, 잃어버린 꿈을 보고 내 마음에 놓여있는 잃어버린 나의 형, 나의 꿈,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이웃에 대한, 다른 얼굴들에 대한, 제3세계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슬픔을 머금고 피어오르게 되었다. 2001년 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