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8/08 (09:43) from 147.142.196.118' of 147.142.196.118'	Article Number : 164
Geist	Access : 7180 , Lines : 280

기숙사 여름학기 종강파티를 마치고

한학기가 거의 다 지나갔다. 어제는 Sommerfest를 하였다.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기숙사인지라 그리고 이곳을 거친 분들이 여전히 친교회, 후원회를 통하여 끈끈하게 인연이 이어지고, 기숙사에 대한 추억을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어제의 페스티발에서는 그 이유로 이곳을 거친 많은 분들이 같이 자리를 하게 되었다. 또한 수년사이 이곳을 거친 이들도 멀리 파리에서부터 옆 동네에서까지 모이게 되었다. 이 행사는 여름학기의 끝, 그리고 크리스마스 주간, 이렇게 두번 열리는 것이고, 일년에 한번 기숙사 여행 행사와 함께 가장 큰 규모의 행사로 치뤄진다. 여기를 거친 많은 분들은 에큐메니칼 기숙사의 특성상 세계 각지에서 생활하고 있을 것이고 또한 뜻과 의지가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후원회 조직, 그리고 잡지를 만들어서 서로 인연을 계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어제는 우리들이 직접 준비한 여러 음악, 기타, 그리고 연극, 연주, 등등과 더불어, 또한 기숙사 동료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들과 더불어, 여기를 거친 동문들의 생맥주 제공과 더불어, 그리고 마지막에는 같이 흥겹게 춤을 추는 시간을 가졌다. 저번 겨울에는 벨커 교수와 슈베벨 교수가 나란히 즉석 좌담도 갖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파우스트를 기숙사와 같이 사는 에큐메니칼 연구소 박사, 조교, 멤버들이 연극을 하는 것이었다. 가끔 대사가 떠오르지 않아, 앞에서 대본을 들고 있는 슐랍콜 박사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대작을 연극으로 진행하기도 하였다. 파우스트는 내 옆방의 나탈리가 맡았다. 그리고 메피스토는 신인식론에 관련하여 논문을 쓰고 있는 디안나, 그리고 슐랍콜 박사 그리고 몇몇의 다른 친구들이 역을 맡아서 진행했다. 러시아쪽에서 온 안나는 연극이 시작되기전에 밥을 같이 먹는 시간부터 연극타령을 하였다. 옆에 있었던 실바나는 넌 나보다 훨씬 독일어 잘 하니까 걱정 말라고 위로하기도 하였다. 하긴 그럴만 하다. 연극 파우스트를 네이티브가 아닌데 한 장면을 맡아서 연극 해야 하니... 케롤린은 저번에도 그랬지만, 리스트나 슈베르트 등, 자기네 나라 가곡을 이번에도 불렀다. 케롤린이 성악가가 아니고 목소리가 흔들리고 불안해도 이 어설픔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연말만 되면 교회에서 연극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하였던 유년시절의 기억이 머리에 떠올랐다. 페르난도 엔스는 전공이 에큐메니칼에다가 WCC 멤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기숙사의 독일인과 외국인들 25명 사이의 언제 터질지 모를 국지전 및 인종적 갈등을 잘 조율하고 분위기를 조화롭게 이끌어왔던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기에 조만간 사감을 마감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2003년까지 연장되었다고 슈베벨 교수는 말씀하셨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기숙사 동료들의 여행을 위하여, 그리고 피아노를 위하여,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기숙사 전반의 복지와 희망을 위하여, 여기를 거친 많은 분들이 후원을 하고, 도움을 주는 모습은 결코 흔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물론 여기를 거친 사람들이 다 열성적으로 그런 것도 아니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기숙사 재정이 이러한 후원금과 배려를 통하여 남았으면 남았지 모자라지는 않는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백프로 의무는 아니리라 생각하는데 이곳을 거친 사람들이 연간 얼마씩을 후원하고, 또한 그런 후원과 도움으로 이번 네덜란드, 작년 이탈리아, 그리고 매년마다 여러 나라로 기숙사 기행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1주일에 두번 자체예배, 1주일에 한번 공동식사, 그리고 아침에 제공되는 식사 1주일에 한번 명사를 모시고 진행되는 특강, 그리고 집단토론... 그리고 에큐메니칼 연구소에서 계획하는 특강, 이렇게 2년 살고 나면 독불장군 장사가 아닌이상 끈끈하게 정이 들기 마련이다 싶다. 나에게 있어서 이 기숙사 생활은 언어 뿐만이 아니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장이고, 또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독일인들의 속내의 문화와 삶의 모습들을 직접 엿보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호텔같은 기숙사지만 정작 각 방에는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아서 적어도 이런 면에서는 내가 있었던 한국의 성빈학사보다 한 3/4년은 뒤떨어진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목조목 인터넷이 필요한 이유를 제안서를 통하여 이번 주에 사감과 학생대표에게 제출하였는데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다음 주이면 결과가 나오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를 거친 많은 이들이 이곳의 삶을 잊지 못하고 몇년 몇십년이 지나도 반가움과 그리움과 추억을 갖고 있듯이, 나도 이곳에서 경험하는 이 행복한 시간에 대한 지극한 그리움과 추억을 평생 심장에 메달고 살아가겠지. 이렇게 뻔히 알면서도 속는, 삶 가운데 피할 수 없는 몇몇 것들 가운데 하나... 여기 간단히 어제 있었던 섬머페스트에 대한 인상을 남긴다. 2001년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