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24 (08:28) from 129.206.82.102' of 129.206.82.102'	Article Number :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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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서만 선생님을 맥도널드에서 만나고

저번 주 토요일 저녁이었다. 아는 선생님과 함께 시내에서 식사를 하고 잠시 산책을 하였다. 선생님은 걷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나도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발로 잘 옮기지는 못한다. 밤 바람이 워낙 차가워서 우리는 따뜻한 커피로 몸을 따스하게 하기 위하여 맥도널드로 들어갔다. 거기에서 우연히 막스베버에서 나를 가르친 Wasserman 선생님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한학기 선생님의 도움으로 문학 및 여러 지평, 그리고 독일어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씀을 드렸다. (속으로는, 야 전철~, 많이 배운게 이정도냐? 하는 말을 들었다.) 우리 바서만 선생님은 대단하신 분이다.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통하여 협연을 하고 지휘를 해버린다. 취미 치고는 너무 심했다. 시디도 찍고, 팔고. 몇개월전 대학교회에서 연주회가 있었는데 레퀴엠의 마지막 연주가 다 끝나고 이제 관객들은 바서만 지휘자가 관객을 향하고 박수를 받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연주가 다 끝나면서 머리를 푹 숙이고 좀체 움직이지를 않는 것이었다. 나도 긴장했다. 혹시 고혈압? 혹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요지부동? 그런데 그것은 아니었다. 나는 지금도 선생님이 1-2분이라는 그 기나긴 시간동안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매우 궁금하다. 왜 비탄과,눈물을 흘리셨을까. 도대체 무엇에 감동하셨을까. 발칸반도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한 그 음악회에서 선생님의 영혼은 이 땅의 전쟁과 분진과 아픔을 홀로 그 순간 대면하셨을까. 하이델베르크 독문학과(IDF) 강의실 선생님은 교양문화사와 문학사를 가르치셨다. 하이델에서 수업을 들은 가다머에 대한 회상은 지금도 인상적이다. 바서만 선생님은 가다머를 인간성 뿐만 아니라 대단히 조직적인 사유를 구상한 학자로 평가하고 있다. 전체 그림을 그려놓고 어느 부분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 지점에 대한 수정을 차근 차근 행해 나아가는 방식으로 전체적인 사유의 형태를 평생동안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아갔다고 한다. 지금 진리와 방법을 읽고 있지만, 보통 생각의 깊이가 탄탄하고 완전히 결집된 문장을 보통 많으면 한 페이지에 두 세 줄 만나게 되는데, 가다머의 본문은 이러한 긴장이 서린 문장의 끊임없는 연속이 된다. 그래서 이런 책들을 읽으면 흔히 머리가 아파오는가보다. 자신은 수십년 생각한 것들을 문장으로 만들고, 그 돌같은 문장들을 녹녹하게 녹여서 독해해야 하는 독자들의 피로가 얼마나 심할 것인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 10월에 가다머가 폰라드 심포지움에 온다니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못보면 언제 보나. 백살이 넘었다던데. 바서만 선생님은 멕도날드에서 반갑다고 나를 껴안아 주셨다. 그리고 수업시간의 발제 좋았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선생님이 나의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하여 나를 위로하시는 소리로 이해하였다. 선생님을 거짓말장이로 몰지 않는 방법은 이 방식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에도, 그리고 계속 선생님은 나와 같은 학생들을 그리고 후배들을 위하여 가르치시겠지.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도 바서만 선생님에게 큰 인상을 얻었고 앞으로의 후배들도 분명히 그러한 인상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인상이란 것은 그분의 학식과 그 이외의 것들보다, 대부분 바서만 선생님의 학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소중한 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선생은 학생에게 지식보다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준다. 지식에 대한 인상은 대부분 사라지던지 아니면 사유의 무의식에 침잠이 되곤 한다. 그러나 선생이 뿌린 희망의 씨앗은 그저 썩어 사라지는 듯 하지만 우리의 삶이 위태롭거나 유혹이 올 때 서늘하게 혹은 따뜻하게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영원한 풍경이 된다. 우리가 무덤에 묻힐 때까지. 나에게 기쁨과 용기를 준 바서만 선생님의 건강을 빌고 또한 다음에도 반갑게 만나기를 소망한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선을 행하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군자의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조식) Mozart, Requiem/Kyrie(Chor/Sopran) in Requiem d- moll KV 626 2001/09/11 홈페이지메인 전철논문 한국논문 사물의질서 연구실 방패와창 꼬람데오 新자연신학 엽서한장 토론광장 추천사이트 방명록보기 신학동네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