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24 (08:30) from 129.206.82.102' of 129.206.82.102'	Article Number :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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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의 산책

황지우 선생님과 같이 점심을 먹고, 시내와 넥카강을 거닐었다. 시인이 우리를 가이드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나는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하이델베르크를 구석구석 문지르고 다녔다. 그리고 차는 외곽 도로를 따라 한적한 숲으로 계속 들어갔다. 숲을 관통하여 산꼭대기에서 만난 고즈넉한 시골과 어느 외딴 골목들을 우리는 생생히 발바닥에 기억시켰다. 시인은 셧터 열리는 소리가 꼭 총알 발사하는 느낌을 주는, 덩치가 큰 120미리 카메라로 유독 허름한 풍경들을 찍었다. 성당 및 교회를 돌면서 교회의 건축양식에 관한 즉석강의도 들었으며, 도로의 음악가들의 연주를 한참을 보고, 듣고, 그 선율에 잠시 눈물이 나고, 시인은 고향이 같은 동족으로 보이는 듯한 그 예술가의 초상을 여지없이 담아내곤 하였다. 시내는 활기 있었고 예술가들 또한 거리에 붐볐으며 햇살은 생생하였고, 가을의 향기가 묻어나오는 바람은 너무 좋았다. 오늘 유독 하이델베르크는 시인을 위한 준비가 대단한 날 같았다. 시 뼈아픈 후회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으며, 계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고, 유학과 삶에 대한 조언을 듣게 되었다. 젊은 시절, 타지의 문화와 예술의 혼을 이렇게 체험하는 것이 나의 생각보다 더 기쁘고 소중한 것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시인의 서늘한, 혹은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기꺼이 볼 수 있는 시선과 오지랍을 가까이 접하면서 시인, 예술, 창조, 아름다움에 대하여 더욱 조용하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스위스의 남은 일정도 잘 진행되기를 바라고 앞으로의 선생님의 시심 또한 더욱 깊고 감동적이길 기원한다. 시인과 몇시간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두 눈이 쾡해지고 마음은 더욱 사물에 대한 사려를 고민하고 있다. 행복한 하루였다. Alles Liebe,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람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 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니었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나의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2001/09/19 홈페이지메인 전철논문 한국논문 사물의질서 연구실 방패와창 꼬람데오 新자연신학 엽서한장 토론광장 추천사이트 방명록보기 신학동네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