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24 (08:31) from 129.206.82.102' of 129.206.82.102'	Article Number :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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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아픔을 내가 느낀다면

오공이의 집에서 배경 퍼옴 1층 기숙사 식탁에는 몇 가지의 신문이 이리저리 널려 있다. 먹는 것과 읽는 것은 어쩌면 비교적 유사한 행위일런지 모른다. 친구들은 먹는 것과 읽는 것을 헷갈리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해댄다. 덕분에 나도 잠시 전염이 되었나. 신문에 이번 테러로 부모님을 잃은 '고아'에 대한 기사와 많은 '고아'들이 어떻게 정신적으로 세상에 대한 면역성과 정체성을 새롭게 세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배려하는 기사였다. 수천명이 그 한순간에 생명을 잃었다. 가족이, 부모가, 자녀가, 친구가 애인이,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이. 얼음은 녹으면 물이 된다. 물이 다시 하늘로 올라갈 때에는 수증기로 변한다. 세상 모두를 주고 바꿀 수 없는 이 생명이 이 대지를 더 이상 밟지 못하고 아스라이 사라져갈 때 이는 그저 물리적인 변화를 훨씬 넘어서는 아픔과 상처의 변모를 동반한다. 많은 이들이 시름에 잠겨 있다. 그 가족도 그렇고, 미국 국민이 그렇고, 그리고 나도 그렇다. 인간의 몸은 자기를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하기에, 나 또한 사라져간 가족과 같은 무게의 아픔을 결코 동일하게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가족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그리고 이렇게 비극적인 테러로 인하여 우리와 더 이상 같은 하늘과 땅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상상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아프고 괴로운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상이 아니라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민학교때 세계 최고의 빌딩 이름과 높이와, 몇몇 건물에 대한 암기를 서로 자랑스레 외우고 다녔거늘 이제 우리 유년시절의 유희의 목록에도 더 이상 포함되지 않은 채 저 빌딩과 그 안의 많은 사람들은 아스라히 세상을 떠났다. 또한 떠난 이를 보내는 고통은 떠난이의 고통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리라. 만약 그들의 상처를 내가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자 하더라도 이렇게 맘이 아픈데 말이다. 한 순간에 부모님을 잃어버린 그 아들 딸들의 마음을 우리가 헤아려본다면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일까. 가족이, 피붙이가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모두에게나 지극한 아픔과 상처를 주는 것이다. 살아있는 이 모든 것의 살아있음에 대한 가치가 동일하다면 죽음에 대한 아픔의 무게도 다를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베트남전을 기억한다. 그리고 중동의 수많은 전쟁을 기억한다. 팔레스타인의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 한국전에서 일어난 수많은 죽음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기억한다. 삶과 죽음은 질적인 것들과 같이 하지 결코 양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의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극 이전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수천이 아닌 여러민족 수백만의 연약하고 무고한 생명들이 미국의 이익을 위한 전쟁으로 인하여 세상을 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만약 테러에 희생된 이들의 상처를 느끼고 아파하고, 심지어 분노한다면 이와 같은 무게를 가지고, 미국의 행위로 인하여 죽어간 수많은 제3세계의 아픔을 느끼는 것도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리고 세상은 지금의 참사보다 훨씬 많은 죽음과 상처에 대하여는 무관심하다. 만약 형이상학적 감각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감각은 바로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명에 대한 감각을 재고하게 하는 초월적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참사에서 자식을 잃은 어느 미국의 부모는 자식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자식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시에게 말한다. 세상에서 제대로 삶을 피워내지 못한 채 사라진 자식에 대한 부모의 그 상처와 아픔이 얼마나 지독히 컸을지 우리는 헤아리게 된다. 그러나 부모의 마음이 보여주는 감각은 부시와 미국의 여러 복잡다단한 감각과는 전혀 다른 곳에 닿아 있다. 자식의 죽음이 이렇게 고통스럽다면 또 다른 땅에 있는 자식의 고통 또한 그 부모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를 그는 가슴으로 느꼈는지도 모른다. 부시의 머리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생각하고 고안하고, 준비하는 것들이 얼마나 허망하고 또한 얼마나 허위적인 것인지를 그들은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또 다른 무고한 이들에게 죽음을 가져다주는 행위를 한다면 사실 부시나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기 백성의 아픔과 상처에 대한 공감이 얼마나 위선적인 아픔인지를 반증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박사학위를 받고 내일이면 아랍 고국으로 돌아갈 라미아는 지극한 두려움과 고통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미국을 반대하는 정서를 가진 그녀도, 적어도 미국을 가한 테러행위에 대해서는 진정으로 잘못된 사건이라고 말하면서도, 미국의 또 다른 복수에 대하여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짓이라며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개강을 앞에 두고 하나 둘씩 친구들이 기숙사로 들어온다. 옆방의 루마니아 실바나, 그리고 불가리아 마리아는 상당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동구 또한 미국의 타격의 지점과 별로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언제 모국으로 이러한 전쟁의 불똥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빈라덴과 북한이 그간 모종의 유대가 있었다는 미국의 보도를 그대로 조선일보에서 언급한 기사가 보였다. 인류는 미국에 가한 테러행위 하나만으로 충분히 무기력해졌다. 그러나 부시와 미국의 대응은 진정 미국이라는 나라와 숨가쁜 우주의 맥박을 지켜오며 하루 하루 키워온 인류의식이 겨우 이정도 밖에 되지 않나 하는 자괴심과 절망감을 갖게 한다. 미국은 더 이상의 고통과 피를 부르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하리라. 미국은 그 빌딩에서 사라져간 많은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들의 죽음과 슬픔이 존재하였으며 상처 속에서 여전히 수많은 민족들과 국가들이 눈물 지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어야 하리라. 진정 맨하탄에서 사라져간 그 많은 이들의 상처와 죽음을 가슴으로 느낀다면 말이다. 아버지의 소매 뒤에서 살려달라며 공포에 절규하던 위 아랍소년은 몇 초 뒤 난사된 총탄을 맞고 숨졌습니다. 2001/09/21 홈페이지메인 전철논문 한국논문 사물의질서 연구실 방패와창 꼬람데오 新자연신학 엽서한장 토론광장 추천사이트 방명록보기 신학동네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