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2/07 (14:32) from 203.252.17.164' of 203.252.17.164'	Article Number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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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와 불교에 대하여

유동식, 한국 무교의 역사와 구조, 1975 우리는 흔히들 무교를 아주 원시적이고 미개한 종교로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교는 결코 원시종교나 사라진 고대종교가 아니라 우리의 민간신앙의 기저에 깊이 침윤되어 있는 종교성의 근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나는 유동식 교수의 책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이는 이후의 한민족의 다양한 종교적인 변화의 양상을 설명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특히 한국에 전래된 그리스도교가 우리의 근본적인 신앙의 기저를 형성한 무교와 어떠한 관계를 도모하였고 그리스도교 자체의 종교성에 어떻게 지평융합이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은 오늘날의 한국인의 그리스도교 영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매우 유용한 기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물음은 든다. 저렇게 풍부하고 보편적인 유형을 지니고 있는 무교의 종교성과 그 원형적 구조가 만약 우리 그리스도인의 영성의 밑변에 깔려 있다고 할 때, 그렇다면 진정한 그리스도교인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우리의 밑변에 깔린 무교가 우리의 정체성인가? 아니면 그를 넘어선 새로운 정체성이 우리 그리스도교인의 심성 안에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정병조, 한국종교사상사, 1991 한국불교는 1천 6백여년의 깊은 전통을 우리 안에 뿌리내리고 있다. 물론 불교의 특징을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보살정신의 함양과 실천, 일승정신의 추구, 그리고 호법의 의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특징은 신학도의 입장에서 볼 때도 매우 깊은 의미를 던져주는 불교의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불교의 위대한 사상적 종교적 깊이와 통찰이 민족의 얼로서 깊이 전개되어 왔기 때문에 내적으로는 삶의 깊은 성찰을 열어 나아갔고 외적으로는 민족의 정체성을 다양한 종교적 문화적 집단적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일단 나는 이러한 불교가 우리 민족의 얼을 통하여 풍부한 지평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놀랍게 발견하였고, 동시에 나의 혈액에 살아 숨쉬는 불교의 사상적 의미를 너무나도 이해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부끄럽게나마 발견하였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구성하는 한국교인들 또한 이러한 자신의 정신적 영적 깊이의 차원에서는 천 육백년의 커다란 전통과 영향사에 의해서 주조되어진 면이 있을 터이고, 어떻게 하면 내면적인 전통과 그리스도교인이라는 오늘의 정체성을 조화롭게 연결시켜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앞으로는 불교에 대한 더욱 더 심화된 이해를 수행해야 하리라고 다짐하였다. 하나를 알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한국문화사에 면면히 흐르는 종교적 심성을 간취하는 작업은 200년의 역사를 지닌 기독교적인 차원만에 국한시킬 때 그 진면모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진정한 영성의 지평을 발견하고 복원하는 과정에 있어서 타종교가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은 계기들을 들추어내는 작업에 게으르지 말아야 할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