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7 (19:55) from 129.206.82.103' of 129.206.82.103'	Article Number :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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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와 영국

금요일 오후 수업을 마치고, 한가로운 저녁에 네카강 저편에 있는 마리아의 기숙사를 방문하였다. 마리아는 불가리아의 수도인 Sofia 대학에서 법학석사를 마쳤지만 이번학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법학 공부 석사 Aufbaustudium 학위과정을 시작하기에 수업도 많이 듣고, 과제도 많아 보였다. 그래도 천성적으로 밝고 적극적이며, 세상을 즐기려는 그 자세 때문인지 그 표가 별로 나지 않았다.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에서 온 친구들과 대화하면 가끔은 한국 친구들을 만나는 것 처럼 별 다른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내가 이상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별로 그렇게 문화와 민족의 씀씀이와 결이 비슷한지 아니면,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Museum of the Sofia University 나는 그래서 확인하지 않은 뜬 소문 같은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면서 이 정보를 가지고 질문을 하였다. 한국은 남들에게 침략은 많이 받았어도 내가 알기에는 한번도 자치적으로 남의 나라를 공격하거나 전쟁을 일으킨 적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불가리아도 그러냐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불가리아도 남들을 그렇게 괴롭힌 역사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혔다. 그러나 특히 세계대전의 와중에서 독일의 히틀러에 어쩔 수 없이 인접국인 불가리아가 동의를 하였으며 1년이 되지 않아서야 독일의 패전을 맛보았다는 것, 그리고 옳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히틀러정권에 동의한다는 사인을 하였던 정권의 대표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르는 죽음을 동의한 그 다음날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도대체 이 세계대전 때문에 소련군 2천만명이 무기와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정보의 정확함 유무를 떠나서 백만단위 이상의 생명이 그저 사라져갔다는 사실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전의 역사를 헤아리면서 불가리아는 지금 체코 그리고 터키 지역일부를 점유할 만큼 큰 세력이었다는 것, 그리고 히틀러에 동의는 하였지만 불가리아에 있는 유대인들에 대하여서는 전적으로 그들에게 위협을 주지 않았다는 것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가장 필요한 것이 지금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 아무래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10여년 전 공산주의정권에서 새롭게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바뀌어가면서 현재 여러 어려움들, 그리고 새로운 과제가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시 기숙사에 들어오니 우루루 금요일밤의 여유를 즐기고픈 친구들이 같이 밖에서 바람좀 쐬자고 하여 학교 맨자 까페에 가게 되었다. 거기서는 기숙사에서 같이 생활하는 닉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정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닉은 영국과 독일 가족 사이에서 자란 친구이며 영국에서 4년 그리고 지금 독일에서 신학 마기스터를 위하여 2년간 공부하고 있다. Oxford Student 한국과 독일의 대학시스템에 대한 여러 문제를 이야기 하였는데, 한국보다 더한 영국 대학의 경험을 이미 갖고 있는 닉은 독일 특유한 대학시스템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약간의 경직되거나 정체의 늦은 속도감을 가지고 있는 이곳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였다. Gate of Honour, Gonville and Caius College in Cambridge 닉은 교사를 꿈꾼다. 영국에서는 문학을 전공하였으며 여기서는 신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하는데 독일에서 교사의 자리Status와 목사의 자리는 거의 똑같다는 지적이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매우 새롭게 들렸다. 어쩌면 둘 다 공무원인 독일에서는 가능한 현실일런지도 모른다. 나는 독일서 공부한 어느 분이 영어로 신학이 되겠느냐 하는 우려섞인 견해도 접해보았으며 미국서 공부한 분이 전통에만 안주하고 새로움이 없는 독일신학이 어찌 새로운 미래를 열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견해도 접해 보았다. 이러한 갈등은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여기에서도 많이 겪고 있다. 닉 또한 이러한 부분을 몸소 경험하고 있으면서, 영미신학의 서클과 독일신학은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표현하였다. 비튜겐슈타인은 어느 언어도 그 언어에는 사유의 보편성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물론 모국어어의 미묘한 특성에 따라 어느 언어는 비교적 더욱 특징적인 부분을 깊이 포괄할수 있기에 서로간의 공통분모 아닌 사각지대도 분명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영어로 신학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고려해 본다면 상대적으로 전통의 영향사가 쌓이지 않은 영미의 신학전통이 신학작업에 약간의 어려움과 제약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보인다. 독일대학의 강의실 또한 독일의 신학전통이 사실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발목을 오히려 잡는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나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잘 모르겠다. 분명 유럽 독일신학의 전통과 그 힘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면면히 쌓여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전통 때문에 꼭 현대의 여러 생동감을 요구하는 논의가 숨이 막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국제심포지움때 느낀 인상, 그리고 수업을 통하여 책을 통하여 느낀 독일 신학자들의 자세는 분명 새로움을 전통과의 대화 가운데 되도록이면 전통의 논의 속에서 소화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정말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롭게 말하는 것에 대한 오기와 반기가 있어서 그런지, 되도록이면 전통의 맥락 안에서 소화하고 자리매김하려는 시도가 유독 눈에 보이기도 한다. 독일대학의 친구들 어쩌면 이 또한 나의 어설픈 인상일런지도 모른다. 이러한 스케치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특정한 신학적 문제제기를 해명하는 여러 논의들을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얼핏 느꼈던 전망들의 핵심적인 의미와 한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링크가 저렇게 신학전통의 논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전통에 충실한 저서와 생각을 일구어내는 모습도 정말 인상적이고, 화이트헤드처럼, 자신의 머리에 입력된 다양한 논의들을 새롭고 신선한 언어로 창조적으로 엮어내어서 후대에 나름대로 영향력을 기여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한 자리에 인이 박히면 그 자리의 의미와 한계를 보는 눈을 얻기가 대단히 어려워지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것이 타성이 되며 그것이 고집이 되어서는 안될 터인데 말이다. 여유 있는 금요일 밤, 불가리아의 마리아를 보고 닉을 통하여 영국, 그리고 독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어 매우 기쁘고 흥미로왔다. 한번 이렇게 낯선 나라의 생생한 이야기를 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통해서 듣게 되면 그 나라에 대한 관심의 자리가 머리에 확보되며 계속 관심의 끈들이 이어지고 확보되니, 이 또한 중요한 경험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두 친구들도 좋은 금요일 밤이 되길 바라며, 기뻐 몇 자 남긴다. 장한나의 Varion 홈페이지메인 전철논문 한국논문 사물의질서 연구실 방패와창 꼬람데오 新자연신학 엽서한장 토론광장 추천사이트 방명록보기 신학동네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