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24 (19:10) from 129.206.82.102' of 129.206.82.102'	Article Number :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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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얼굴

두팔 걷고 생명을 걸고 긴 여정에 나선 예수의 공생애를 맞이했던 년수 만큼 이제 나도 새롭게 세상을 맞이한다. 어떤 뜻이였을까. 처음 만난 찬란한 세상 빛에 대단히 눈이 부셨던, 내가 태어난 그 날, 난 내가 섬기는 교회에서 교육전도사 임직식을 하게 되었다. 교회 안에서, 목사님 앞에서 선서를 하였다. 그리고 교회의 어린 생명들과 어린이들, 청소년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명단을 목사님으로부터 받았다. 교육전도사로서, 교우들에게 새로 출발하는 나의 마음을 담아 말씀을 건넸다. 모든 식과 예배가 끝나고 가장 즐거운 시간, 공동식사를 하는 시간을 갖았으며 유독 새로운 분들이 많이 방문한 이번 주에는 여느 때보다 더욱 교회가 교회답게 시끄럽고, 웃음이 넘쳤으며, 더욱 우리 사이의 생명력이 넘쳤다. 기차를 타고 다시 기숙사에 돌아오니 몇 통의 생일축하 이메일과 카드와 쪽지와 선물이 컴퓨터에, 그리고 문앞에 대롱대롱 걸려 있었다. 실바나, 마리아, 소냐, 마틴, 스테판, 안나가 차례차레 방에 들려서 Alles Gleuck zum Geburtstag!!! 하면서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이 친구들은 나에게는 별거 아닌 생일을 별거로 만들어 버렸다. 학기가 시작되니 정작 수업과 논문에 관련된 일들이 많아 이번 생일은 포복자세로 조용조용 넘기려 하였는데, 아무래도 그냥 슬쩍 넘어가면 안될 것 같다. 기숙사에서 조그마한 쫑파티라도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일은 대부분 우리가 잊고 사는 자신 삶의 출발과 끝의 의미를 자각하게 하는, 심지가 붉게 타는 촛불과 같은 것일런지 모른다. 생일은 분명 내 출발의 엄연한 모태이자 동시에, 저 머나먼 회상의 영역에 존재하면서 내 생의 근원과 종말을 묻게 하는 미지의 발화점이기 때문이다. 生日이 있음은 적어도 死日도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우리의 유한한 삶은 대단히 뎌딘 시게 추처럼 그 양자 사이에서 매 순간 흔들거리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또한 검붉은 심지의 키가 커지고 자신을 태우는 초가 작아지면서 아스라히 촛불이 사라지듯 우리의 삶 또한 어딘가를 향해 조용하게 소멸해 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이토록 조용한 일요일 밤 내 주변에서 시끄럽고 흥겹게 먼지를 풍풍 일으켰던 그들은 가고 나는 나에게 주어졌던 하루를 정리하고 있다. 난 교회가면, '전도사'도 아니고 '형아'도 아닌 이상하지만 대단히 귀여운 표현, "전도 형아~~" 하면서 나를 따르는 아이. 내가 한 품으로 안으면서 "형아 뽀뽀" 하면 귀엽게 내 볼에다가 빨간 입술로 뽀뽀를 해주는 서너살 꼬마 시무와 나눔이가 머리에 떠올랐다. 어린이들의 마음에 그들이 참된 삶으로 자랄 수 있도록 전도사로서 선생으로서 선배로서 형아로서   건네주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목사님은 예식 도중 교회의 어린이들과 청소년의 명단이 담긴 편지를 건네주었다. 허나, 그 목록은 지금 나에게 없으며 그저 교회에 두고 온 성경 사이에 고이 꽂혀 있다. 내가 두고 온 얼굴들, 어쩌면 이는 다행일까. 하나님의 말씀 사이에 조용하게 놓여 있는 그 생명들이 다가오는 1주일동안, 아니 그들의 삶이 다 할 때 까지 하나님이 주시는 긍휼과 자비와 사랑 안에서 살아가길 희망한다. 2001년 11월 12일 sigmund groven / reodor's ballade 홈페이지메인 전철논문 한국논문 사물의질서 연구실 방패와창 꼬람데오 新자연신학 엽서한장 토론광장 추천사이트 방명록보기 신학동네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