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24 (19:12) from 129.206.82.102' of 129.206.82.102'	Article Number :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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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물리학

나는 일요일, 그리고 친구 닉은 오늘이 생일이었다. 서로 마음을 맞추어서 오늘 명사와의 좌담을 끝나고 쫑파티를 간단히 준비하였다. 닉의 자가용으로, 맥주와 와인과 포도주, 그리고 과자를 대충 구입하였다. 우리는 모든 일과가 끝나고 나는 조금 늦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닉과 함께 쫑파티를 하였다. 그런데 분위기는 쫑파티에 만족하지 못하고 예배실에 있는   고출력 오디오와 함께 디스코 타임으로 번지게 되었다. 앤스, 그리고 학기초의 부담감에 다 쫄아있었는지 우리 식구들 모두가 우루루 우리의 어설픈 무대에 서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알고보면 춤은 대단히 정신적인 운동이다. 운동과 춤의 차이는 만약 운동이 몸의 속도와 기능을 문제삼는다면, 춤은 마음의 흐름을 몸으로 표현하는 대단히 깊은 정신성이 개입된 인간의 원형적인 유희이다. 어제밤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큰 슬픔을 만나게 되어서 잠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그나마 몇 시간은 악몽에 시달렸다. 매우 슬프면 마음이 아프다던데, 정말 나의 심장이 하루종일 왜 그렇게 아프던지, 마음의 멍이 바로 이런 통증을 말하는 것이구나 하며 느낄 정도였다. 가시나무새도 아닌데 내 마치 심장의 실밥이 [트더지는] 것 같았다. 그나마 겨우 겨우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친구들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 저 깊은 곳에 가라앉은 나의 아픔, 쓸쓸함의 한 앙금들을 그나마 건져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맞아, 어제였다. 서점에 가서 벨커의 책 다원주의 안에서의 교회 Kirche im Pluralismus와 교회사 교수 막시이스의 저서인 영지주의Gnosis를 구입하였다. 많은 책들을 구입하고자 하였으나 정말 대단히 비싼 책들이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 이리 책이 비쌀까?] 하는 물음을 다 접어내리지 못하여 꽃혀 있는 다른 많은 책도 꺼내지 못했다. 예를 들어 판넨베르크의 조직신학 Systmatische Theologie I, II, III은 약 15-6만원 정도이다. 내가 정말 놀란 사실은 신약신학의 베르거 교수, 타이센 교수와 쌍벽을 이루면서 하이델을 지키고 있는 교수인데 이분의 저서는 특이하게 아예 씨리즈 처럼 한 출판사에서 책이 단일한 형식으로 출판된다는 것이다. 양도 대단히 엄청났다. 약 15권 정도가 200-300페이지 두께의 양으로 꾸준히 그동안 출판이 되었다. 현재 30권 이상의 저서를 썼다고 하고 저 씨리즈 같은 책 이외에도 두꺼운 분량의 저서와 독자성서주해를 출간하였다. 정말 그동안 밥만먹고 가르치기만 하고 책을 쓰기만 했나보다. 자전거를 타고 강의실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기인 같기도 하고 천재 같기도 한 베르거 교수의 인상적인 눈빛은 그 책에도 아주 분명하게 사진으로 나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자잘한 소제목 모두가 물음?으로 되어 있었다. 물음에 대한 대답의 형식으로 책의 내용은 구성이 되었다. 또 인상적인 것은 니콜라스 루만이라는 사회학자의 저서들이다. 이미 이 까페에 '어느 선배'님이 루만에 대한 글들을 많이 올리고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되었는데, 정작 책들을 보니까 대단히 인상적이고 중요한 주제들을 많이 다루었다. 특히 Liebe als Passion - (수난으로서 사랑) Zur Codierung von Intimität, 1982 이라는 책은 제목부터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사회학자가 본 사랑에 대한 이해의 방식은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나중에 여유가 있다면 이 사랑Die Liebe의 현상, 혹은 세상에 깃든 사랑의 문제를 꼭 딱딱한 신학과 교리와 초월자를 전제하지 않으면서 꼭 보고 이해해보고 싶다. 요즘 내 주위에서 사랑 때문에 울고, 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마음 한 곳이 부서진 채 타고난 사랑의 잔해가 남아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대학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친구들을 한 눈으로 보면 그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겠지만 다른 눈으로 보면 사랑에 기뻐하며 혹은 더 많은 친구들이 사랑 때문에 머리를 싸메고 고민하며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생의 또 다른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발걸음으로도 보인다. 어제 한 친구도 그 아픈 사랑 때문에 울었다. 사랑의 사회학, 사랑의 물리학, 사랑의 영혼학, 언제나 사랑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주체가 사랑이었으며 그로 인하여 많은 젊음과 청춘들이 수레바퀴 아래서 고뇌하였고 지금도 슬퍼하고 있다. 세상에 목숨 걸만한 것들이 몇 가지가 있을까만, 그 가운데에서도 인간이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을 위하여 아주 정열적으로 단호하게 던지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사랑 앞에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 하지 않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도 아까워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 사랑의 동력학의 와중에서 사람 사이에서 사랑의 열병도 번지고 어쩌면 아픔도 번지는가보다. 그러나 이는 어찌 보면 일부분에 불과한 것. 한 인간의 영혼의 아픔과 고뇌를 어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정말 심장이 통증이라는 것을 타인은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 심장에 대단히 무겁고 아픈 쇠구슬을 달고 다니는 본인 자신만 보고 느끼고 아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다른 이들의 속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다른 이들도 나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욕심내어 초월의 자리에 올라가서 멀찌감치 헤아려보면 사실 모든 이들이 많건 적건 마음의 통증으로 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하간, 루만의 사랑에 대한 독특한 독법이 어떠한지를 관심을 갖게 되었고 조금 멀지 않은 거리에서 잔 아스만Jan Assmann의 저서를 발견하였다. 특히 Das kulturelle Gedächtnis 문화적 기억이라는 책을 발견하였다. 이 책은 신학자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가다머의 해석학과는 다른 차원이지만 우리 시대의 여러 문화적 유산과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이 어떠한 맥락으로 우리 문화에 개입하고 다른 문화와 관련을 맺는가를 접근하고 있는듯 보였다. 어거스틴 세미나 시간에 기억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화이트헤드의 casual efficacy와 관련해서 기억의 문제를 간단히 언급하였는데 우연히도 이 책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이 책도 언젠가는 보아야겠다 생각을 하였는데, 오늘 기숙사 친구들의 생일선물을 방에 들어와서 열어보니 바로 이 책이었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저번에 프랑스에 가는 길목에서 패르난도 엔스와 아스만의 문화적 기억에 대한 물음을 몇마디 던졌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엔스가 준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닉의 선물은 분명 내 선물의 사이즈보다는 작아서 나는 안도감을 가졌는데 안도감 이상의 깊은 뜻이 각각의 선물에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닉에게는 닉에게 어울리는, 나에게는 나에게 어울리는. 선물도 받고, 친구들과 간단히 쫑파티도 하면서, 그리고 그간의 삶의 고단함과 어려움들을 다들 마음에 품고 있는 친구들과 더불어서 스팀에서 증기가 나듯 몸에 열이 날 정도로 열정적으로 친구들과 같이 마치 시계추와 같은 운동을 하고나니 마음이 가라앉으며 더욱 차분해졌다. 데미우르구스 신이 세상을 창조하였을 때 왜 사랑과 함께 동시에 아픔을 만들었을까. 마치 배중율의 원리 처럼, 사랑이면 사랑이고 아픔이면 아픔이지 왜 이 고요한 세상에 그 두 몰약을 동시에 유출시켜 흩뿌렸을까. 인간이 소유한 모든 초인적 연금술로도 이 마약은 변모시킬수 없어서 그럴까. 많은 이들이 대기에 퍼져 꽃시처럼 흩날리는 사랑에 그리고 아픔에 감염되어 넘어지고 힘들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흔든다는 것, 단순한 법칙에 귀속되는 평범한 운동이지만 이는 마음 한 구석에 아픔의 추를 달고 다니는 우리 젊은 청춘들이 간직한 영혼의 대지에 잠시나마 아픔에 대한 마취를 가하여 모종의 작용을 일으킨다. 몸이 흔들린다는 것, 이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에 고인 사랑의 그늘, 마음의 아픔은 물리적인 근육의 노곤함으로 전이되어 처리되어지고 사랑의 열정 고귀함 환희는 이 생의 귀한 가치로 정제되어지는 대단히 기묘한 사랑의 물리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rotzdem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아픔이라는 것들이 청춘의 정열과 사랑과 한켤레 짝이더라도 그 광풍에 우리 영혼이 가벼운 모래알이 되어 고귀한 형체를 잃으며 흩어지지 않기를. 2001년 11월 14일 홈페이지메인 전철논문 한국논문 사물의질서 연구실 방패와창 꼬람데오 新자연신학 엽서한장 토론광장 추천사이트 방명록보기 신학동네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