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23 (10:00) from 129.206.82.102' of vpn102.urz.uni-heidelberg.de'	Article Number : 199
전철	Access : 6047 , Lines : 195

눈망울 큰 소와 한 아이

Sigmund Groben | reodor 몇년전 주말 서울의 연구소 일이 끝나고 밤이 다 되어 학교 진입로에 들어오다 보면 눈망울 큰 소가 나를 반기면서 물끄러미 쳐다보곤 하였다. 약간 눈물에 젖은 혹은 약간은 고단한 그의 눈망울에는 인간인 내가 쉽사리 헤아리지 못할 뜻이 있을 터인데 왜 어찌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을까 안타까워 한 적이 있었다. 그래, 하이데거는 인간 현존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 낯선 동물들을 고민했다 하였지. 전혀 낯선 존재인 동물들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 고민을 하다가 채식으로 갈까? 말까?에 시달리다 속으로 허튼 고민 하네 하면서 애써 내 마음의 책상 서랍에 그 상념을 방치하곤 하였다. 오늘 주일도 어린이들을 만났다. 예배 드리기전에 한 어린이가 기도를 하였다. (예배를 위한 기도를 어린이들이 서로 손들고 한다고 하여서, 주일날 너무 자주 기도하는(?) 어린이는 아예 후보에서 탈락되기도 할 정도로 예네들은 기도를 밥먹듯이 한다.) 기도 도중 우리 아이가 하나님께 이 기도를 드렸다. "... 하나님 오늘도 전도사님과 가까이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어린이의 언어는 이렇게 맑고, 순수하며, 단순하다. 나는 저 기도에 마음이 대단히 따뜻해졌다. '... 그래 어른들은 그리고 너희들이 앞으로 만날 세상들은 서로 가까이 지내지 못하고 있지...' 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속도 상했다. 그 아이는 나와 그 아이가,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그리고 세상들 사이 서로 친하게 지내지 못하여서 하나님에게 그러한 소망을 말한 것도 아니어서 나는 더 낯선 감정을 느꼈나보다. 저 아이의 저 근거 없는 아름다운 소망과 바램의 원천은 도대체 어디였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어쩌면 어린이는 우리의 이전단계를 다시 거쳐가는 것이 아닐 뿐더러 우리가 거쳐간 과거의 한 시절 또한 아닐런지 모른다. 그들은 지금 축복받은 시간을 잠시 경험하는 행복한 계절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동경하여도 되돌아 갈 수 없는, 순수한 심성의 세계이며 그 고운 마음들의 원형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전혀 다른 세계일런지 모른다. 유아심리학 류나 경험과학적인 여러 가설들로 어린이들의 세상을 통속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시절과 공간과 시간과 시선을 그들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몇년 전 보았지만 마음에 얼얼히 남아 있는, 그 큰 눈망울의 송아지가 매우 낯선 타자이듯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 또한 그만큼 낯선 것인지도 모른다. 저 아이의 언어는 인간이 생각이 흔들리는 세상에 아직 영향을 받지 않고 드러나는 순수한 언어들이기에 거기에서부터 어른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결국 이루어야 할 유토피아의 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암시이자 신호들일런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의 그 소망은 성취욕과 세상의 욕심에 뿌리를 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하나님의 품에서 경험한 그 에덴의 아름다운 기억을 여전히 상실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목소리일런지도 모른다. 지독히도 쓴 패배감을 주는 이 거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고안하는 유토피아가 아닌, 망각의 강 이전의 기억에 잇대어 있고, 아직은 그 에덴과 현실을 분간해내지 못하는 (그럴 필요가 없는) 그 고귀한 무지몽매함의 계절을 어린이들은 저렇게 살아가고 있다. 저 낯선 곳에서 아이들이 느끼고 꿈꾸는 그 세상, 마치 눈망울 큰 소를 보듯 그들이 보는 세상 풍경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나. 여전히 모든 것들과 가까이 지내는, 또한 모든 것들과 가까이 지내고자 하는 아이들의 그 마음 씀씀이가 쉬이 지치지 않고 자라길 바란다. 2001년 12월 3일 홈페이지메인 전철논문 한국논문 사물의질서 연구실 방패와창 꼬람데오 新자연신학 엽서한장 토론광장 추천사이트 방명록보기 신학동네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