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23 (10:01) from 129.206.82.102' of vpn102.urz.uni-heidelberg.de'	Article Number : 200
전철	Access : 6554 , Lines : 318

도대체 누가 나의 꼬마요정(Wichtel)이지?

Sarah Brighman | Dust in the wind 이번 주 화요일 기숙사 모임에는, 꼬마요정(Wichtel) 놀이를 위하여 뽑기를 하였다. 서로가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 모은 후 거기에서 다시 남의 쪽지를 뽑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까지 자신이 뽑은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매일 선물도 주고 행운도 주는 '연례행사'이다. (한국도 이러한 비슷한 놀이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작년에도 나는 이 Wichtelspiel을 통하여 한 친구의 꼬마요정이 되어서 신나게 2주 종일 그 친구의 시다바리를 하였다. 또한 내가 바친 열정에 미치지는 못하였으나 어느 누구도 나를 위하여 초코렛, 맥주, 등등을 눈치채지 못하게 건네주었다. 이번에도 나는 한 친구(?)를 뽑았다. 그 친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밤에 자기전에 캄캄한 복도를 지나 그 친구의 방문 앞에 초컬렛이나 과자, 그리고 여러 필요한 조그마한 용품들을 건네놓곤 하였다. 그런데 복병을 만난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나의 꼬마요정이 너무나도 이쁘고 귀엽고 나를 수호해주어서 오늘은 완전히 감격을 해버렸다. 이 게임이 시작되는 첫 날 아침부터 이쁜 넵킨에 호두, 과자 그리고 온 몸의 성분이 초코렛으로 생긴 산타클로스를 아침에 받았을 때의 그 놀라움이란. 하하. 그것도 모자라서 매일 매일, 기숙사 전용 냉장고의 내 공간에 살짝, 그리고 양념통에 살짝, 조그마한 것들을 매일 매일 갖다 놓고 그런 것이다. 이 꼬마요정이라는 것이 동화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나를 수호하고 지켜주고 따라다니며 행운을 던져주는 존재임을 이렇게 심장 벌떡거리면서 느끼게 될 줄이야. (꼬마요정에 비하여 천사는 너무 묵적찌근하잖아...) 오늘 늦은 밤 잠을 자기 위하여 화장실에 잠시 들르려고 문을 여는 순간, 복도가 순간 안보이는 것이었다. 알고 보았더니 나의 요정이 내 문에 깜찍한 종이 커튼을 주렁주렁 만들어서 붙여논 것이었다. 마치 더운 여름 중국집에 들어가기 위해서 우리가 통과해야 하는 그 돌돌 말린 좁쌀같이 생긴 커튼들 처럼 말이다. 화장지 성분의 그 커튼 표면에는 꽃과 여러 이모티콘 그리고 귀한 메시지가 형형색색 적혀 있었다. '.. 내가 분명히 방에 있었는데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였었는데, 언제 이렇게 다 만들어 놓았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파고들면서 정말 꼬마요정이 누구인지가 너무나 궁금하게 되었다. 그저께는 기숙사의 한 친구가 방에 들렸다. 한마디로 이 친구는 [꼬마요정 브로커]이다. 말하자면 꼬마요정으로서 정을 주어야 할 친구가 맘에 안들거나, 꼬마 요정으로서 특정한 친구를 꼭 수호하고자 하는 경우 이들 가운데에서 중재 역할을 해주면서 서로 중매해주는 브로커이다. 자기가 이름을 뽑지는 못하였지만 자기가 맘에 드는 친구를 말하고 뽑은 쪽지를 이 브로커에게 주고 이 브로커는 그만 아는 온갖 정보로 서로 서로 일을 도모하도록 [작업]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브로커는 나에게 지금 뽑은 친구가 맘에 드냐고 물어보고, 그렇지 않으면 자기에게 그 쪽지를 주고 내가 원하는 다른 친구를 최대한 주선해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다른 기숙사 친구들은 벌써 6명이나 쪽지를 반납하고 다른 원하는 친구와 연결되기를 희망하는 기숙사 동료들이 있다 한다. (심지어 이 브로커에게 쪽지를 주어도 자기가 원하는 대상과 연결이 될 때까지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싫어하더라도 뽑은 친구의 꼬마요정이 되어야 할 의무는 있다.) 나는 작년에 내가 수호천사로서 챙겨야 할 그 친구를 위하여 그저 운명이려니 하고 그 친구에게 정말 대단한 정성을 다 발휘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요정이 되어 1-2주일 동안 서로 밤이 되면 으슥으슥 선물을 주려다가 덜미에 붙잡힌다던지 아니면 온갖 요정이 남긴 흔적의 뿌리를 찾아서 탐정관이 되어서 그 정체를 밝힌다든지, 아니면 직감으로 맞춘다든지 하는 여러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는 어떤 친구가 받은 선물을 다시 수호천사로서 다른 이에게 주었는데, 결국은 서로 서로 선물을 교환한 것으로 드러나서 한바탕 웃음으로 뒤집어진 경우가 있다. 계네들은 천생연분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수호하고. 여하간 크리스마스가 되면 거의 40-50프로는 자신의 요정이 누구인지를 대충 헤아리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꼬마요정 게임의 묘미는 내가 너의 수호천사였다는 것을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작년 시다바리 다 바친 그 친구에게 나는 너의 수호천사였다는 말을 아직 하지 않았다. 엄연히 존재하였던 것, 그러나 그저 세상의 비밀로 남는 그런 것들로 말이다. 왼 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요정의 철칙 가운데 하나이다. 여하간 종이로 만든 그 커튼을 보는 순간 하늘에서 마치 하얀 눈이 아름답게 쏟아져 내리는 광경을 보았고 정말 나의 요정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믿음을 기쁘게 찾게 되었다. 하긴, 유치원까지 나도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 줄 알았었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헤아리지 못하는 많은 우리의 수호자와 관심을 가진 요정들이 많이 있다. 또한 날개 달린 요정들이라 잘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한참을 감탄하다, 꼬마요정으로서의 오늘의 과제를 깜박 잊고 나는 그냥 밤을 넘길 뻔 알았는데 다시 방에 들어와서 며칠전 다양하게 준비한 선물 박스 가운데 일부를 다시 친구의 방 앞에다 갖다 놓았다. 오늘은 또 바인가르텐이라는 친구가 일을 저질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시내가 난리가 나는데 꼭 거리에서 뜨겁게 먹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뜨거운 포도주다. 이것도 이들의 중요한 취항이나 문화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마치 우리가 팥죽을 먹는 것과 같은 의미일까? 여하간 소냐가 불러서 내려와보니 대대적으로 다른 곳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티브이와 비디오를 딱 갖다 놓고 한 20여명의 친구들은 그 비디오를 보는 것이다. 비디오는 바로그 뜨거운 포도주를 둘러싼 코미디 영화였다. 컴컴한 공간에 몇 쌍의 빨간 촛불은 켜 있고 영화는 돌아가고 얼마전부터 달구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직접 여러 양념과 와인을 넣어서 김을 내면서 보글보글 다려지고 있는 저 "뜨거운 포도주"를 보면서, 예내들 삶이 심심하니까 별 짓을 다하네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고, 이게 특유한 그들의 문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렇게 비디오를 보면서까지 자기 것들을 헤아리고 잊지않고 전수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꼭 우리끼리 모여서 서로 이야기 하고 밤새 놀았던 한국의 그 풍경들이 생각났다. 작년에는 맑스베버하우스 우리 독일어 선생님과 같이 뜨거운 포도주를 들이켰는데 오늘은 기숙사에서 라인가르트의 그 직접 다린 멋진 향의 포도주를 한잔 들이키게 되었다. 이렇게 늦은 지금도 밖에서 문이 열리고 닫히고 하는 소리가 들리니 햇살이 사라지고 밤만 되면 출현하는 그 많은 요정들이 이리저리 밤하늘을 가르면서 조용하게 우리를 수호하고 있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요정이 놀라도록 꼬마요정 게임의 룰을 어겨 요정이 나를 위해 선물을 놓을 자리에다 내 선물을 건네봐야겠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누가 나의 꼬마요정이야? Wer ist denn eingentlich mein Wichtel? 요정! 너 걸리면 죽는다잉~ 하하... :)   2001년 12월 9일 홈페이지메인 전철논문 한국논문 사물의질서 연구실 방패와창 꼬람데오 新자연신학 엽서한장 토론광장 추천사이트 방명록보기 신학동네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