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23 (10:03) from 129.206.82.102' of vpn102.urz.uni-heidelberg.de'	Article Number : 201
전철	Access : 5883 , Lines : 153

기나긴 하루의 그늘 아래서

이소라 | 내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오늘은 주일. 기차를 타고 교회를 향해 가는 종일 햇살이 차창 밖에서부터 어깨에 내려앉았다. 내 마음은 어제 밤 한국의 한 선생님의 배려 담긴 편지를 받은 기쁨과 감동에 여전히 울적거리고 있었다. 오늘, 전도사님 하면서 따라오는 아이들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벌써 1달이 다 되어간 우리 아기들. 서로가 처음엔 많이 서먹했는데, 이제 사귀다 보니 엄마보다 전도형아 손잡고 밥먹으러 교회식당을 갈 만큼 서로 가까워졌다. 오늘은 피아노 반주 하면서 아이들 한국노래를 가르쳐주었다. 타향에 산다고 한국노래도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우리 아이들아, 너희들은 정말 곱고 이쁘게 자라길.... 예배가 모두 끝나고 다시 기차를 타고 먼 곳에 도착하여 새로 취임한 목사님도 만나고 그 자리에서 낯익은, 그리고 낯선 얼굴들도 만났다. 또한 이야기도 듣고 나누었다. 늦은 밤에 다시 기숙사에 돌아왔다. 여전히 수호천사는 하루도 어김없이 방문 앞에 귀여운 방울 초컬렛을 살짝 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며칠 전 비싼 책값 때문에 신세한탄 조로 쓴 내 글을 그냥 넘기지 않고 유심히 읽은 누나가 1주일 전 통장에 책값을 입금한 것을 이렇게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왜 세상은 이렇게 고통스러우면서도 또한 이렇게 아름다움들이 저 별빛처럼 삶에 속속들이 박혀 있을까. "있을 때 잘 하자"는 말이 있다. 세상살이가 힘겹지만 우리 삶을 그래도 지탱하는 원천은 바로 우리가 이렇게라도 존재의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먼지로 돌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존재를 지탱해주는 그 근거의 힘, 용기, 사랑, 나에 대한 세상의 모든 배려일 것이다. 모든 이들이 다 떠난 기나긴 하루의 그늘 아래,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이는 몇 만리 떨어진 가족이다. 그리고 오늘 헤어진 우리 어린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 누나, 그리고 걸리면 '아작날' 나의 수호천사. 있을 때 잘해야겠다. 우리가 왜 무가 아니라 존재의 옷을 덧입고 살아가는 이유와 그 심오한 뜻을 나 다는 헤아리지는 못하였으나, 허나, 이렇게 살아있을 때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 그것,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존재하지 않으면 행할 수 없는 세상의 가장 고귀한 것들이기에. 2001년 12월 10일 홈페이지메인 전철논문 한국논문 사물의질서 연구실 방패와창 꼬람데오 新자연신학 엽서한장 토론광장 추천사이트 방명록보기 신학동네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