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2/07 (14:35) from 203.252.17.164' of 203.252.17.164'	Article Number : 21
Geist	Access : 7205 , Lines : 9

내 믿음의 출발점에 대하여

내 믿음의 출발점에 대하여 내 믿음의 출발점이 무엇인지는 아직은 잘 모른다. 적어도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대답해야 할 강박관념에 내가 사로잡혔던 시절이 있었고, 그리고 그 대답은 여전히 진실하지 못하였다. 적어도 나의 신앙과 나의 믿음이 굳건하여야 함을 보여주는 유일한 보증수표로서 몇 가지의 대답을 마음속에 넣어다닐 때였으니 말이다. 분명한 대답은 없다. 내 믿음은 적어도 나에게서 오지는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믿음에 대한 회상을 지성을 통하여 건져내 본다면 그것은 흥미롭지는 않지만, 결국은 나에게 몇 가지의 인상으로 기억의 언저리에 남아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주 어린 국민학교 시절 곤한 잠을 자다가 문득 나의 얼굴이 뜨끈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잠을 깨면 어머니가 나를 품에 껴안으면서 기도를 하시다가 눈물을 나의 얼굴에 흘리신 것을 놀랍게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체 어머니의 기도를 그냥 눈을 감고 듣곤 하였다. 나는 어머니의 기도를 잊을 수 없다. 어머니는 앞에서 기도하셨지만 아버지는 뒤에서 기도하셨다. 또한 나의 신앙의 젖줄인 할머니를 잊을 수 없다. 우리 할머니는 찬송하기 좋아하셨고 성경 보기 좋아하셨다. 작년에 돌아가셨을 때 나는 나의 신앙의 뿌리가 동강나는 듯한 힘겨운 아픔을 경험하였다. 8년만에 기도로 나를 세상에 잉태하신 부모님의 마음도 아랑곳 하지 않고 태어난지 6개월만에 생사를 오가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생명을 영위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때 고통을 잘 모른다. 하지만 그때 나는 생명이 나의 손에서 한올 빠져나갈 수 있었음을 직관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이 생의 삶이 결코 슬프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의 생명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우리 가족은 한 점의 의견도 없이 하나님의 일에 그의 제단에 한발짜욱 나아가는 삶을 선택했고, 그리고 지금도 훈련받고 있다. 국민학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유일한 꿈은 하나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지금은 더욱 구체적으로 믿음과 신앙의 문제를 오늘의 언어에 걸맞게 조율하는 신학자의 삶을 살기를 꿈꾸고 있고 기도하고 있다. 칼 융을 만난지 6년이 되고, 아름다운 신학의 학문을 걸어가니 이제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희미하게 나마 보이고, 또한 진정한 의미의 나의 개성화Individuation를 위해서 이렇게 한 자욱 한자욱 나아가는 학문의 과정은 하루 하루가 참으로 고마울 뿐이다. 나의 인생은 선물Gabe이니 하나님을 향한 나의 책임Aufgabe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걸어가는 나의 모습인 것이다. 나의 믿음의 출발점은 나의 생명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와, 또 나의 내면에서부터 끊임없이 나를 구현해 나아가는 그 성스러운 목적에 있다고 생각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믿음의 뿌리를 잊지 않고 하루 하루를 성실히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