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18 (08:12) from 129.206.82.102' of vpn102.urz.uni-heidelberg.de'	Article Number : 210
Geist	Access : 6175 , Lines : 118

신학자 도르테 죌레 맞이

내일 화요일 저녁에는 신학자 도르테 죌레가 기숙사에 방문한다. 지난 겨울은 콘라드 라이저, 지난 여름은 레오나르도 보프, 그리고 이번 겨울은 아무래도 도르테 죌레를 기점으로 신학적 만남의 백미를 장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친구 닉은 같이 신정론 세미나와 어거스틴 세미나를 듣는 영국계 독일 친구이다. 죌레에 관심이 많은 이유에서였는지 ZDF에서 이전에 방송된 죌레와의 좌담을 녹화를 하였고 오늘 저녁에 같이 친구들과 이 방송을 보았다. 신학은 결국 시, 문학과 깊은 연대가 이루어져야 함을 내심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있었지만 죌레는 이러한 감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표명하였으며 이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작업해 왔음을 아주 분명하게 그의 삶과 표현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Dichtung und Theologie, 이는 죌레의 하빌리타치온 주제이자 그의 신학을 이끄는 근원적인 힘으로 연결된 부분으로 보여진다. 이 부분에 나는 눈이 크게 뜨이게 되었다. 또 다른 문제. 내면의 물리적인 세계상을 밝히는 문학은 결국 내면의 궁극적 근원의 문제로 육박하게 하는데 여기에서 그는 영성의 문제 신비주의의 문제를 발견한 것 같다. 상당히 이 문제는 후반에 들어가서 깊이 논의되며, 아주 분명한 어조로 진행되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정치적 태도, 제3세계에 대한 애틋한 시선, 고난과 노동과 사랑이라는 문제를 대단히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이 영역 또한 그의 커다란 주제로서 자리잡고 있음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대단히 열정적이며 정치적인 삶을 신학을 통하여 구상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질문자도 건네었던 질문이었듯, 이러한 신비적 영성적 차원과 혁명적 정치적 차원 사이에서 끊임없이 긴장하는 한 신학자라는 해석을 도르테 죌레 자신이 쉽게 뒤집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신비와 혁명은 결국 닿아있다고 우리는 추상적인 관념 안에서 가정할 수 있지만 이 현실적인 지평에서 이 둘을 같이 묶어내고자 노력하는 저 작은 체구의 노 신학자 죌레의 조용한 열정과 그 마음에 사라지지 않는 그 불꽃을 보고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자신이 쓴 시를 읽어주었다. 그리고 한 아이가 그에게 던진 물음 Du bist immer echt, 할머니는 언제나 진지해, 라는 물음에, 진지함을 발견하는 또 다른 방식을 거기에서 깨달았다고 하며, 남이 뭐라 하든 대단히 자유로운 방식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신학을 살아가는 죌레를 더욱 가깝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주 젊은 시절 어렵게 찾아가 마틴 부버를 만났을 때 신비주의의 하나님과 논리로 구성된 하나님 사이의 큰 거리를 발견하였고 그것은 대단히 충격이었다는, Theo-Logie가 어찌보면 대단히 모순적인 언어의 기획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그는 너무나도 일찌감치 알아차렸을까? 여전히 메인스트림으로서 독일신학의 지평에서 자리잡혀있지 않고 그저 Kirchen Tag의 주 강사로, 신학의 변경에서 하나의 상상력의 신학 레토릭의 신학으로서만 평가를 받는 듯한 모든 인상의 출발점은 바로 그 지점에 기인한 것이었을까? 우리는 끝나고 그 자리에서 패르난도 엔스와 몇몇 친구들이 모여, 죌레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의 사상에서 조직신학과 교의학이 존재하는가? 그의 주장을 근거짓는 성서의 해석학은 대단히 지엽적이고 편향된 것은 아닌가? 모든 것들을 그 안에서 팽팽하게 받아들여 긴장을 유지하는 것 말고, 자신의 목소리는 무엇인가 하는, 스칼라쉽의 영역에 서 있는 신학도 친구들의 비판은 한 편으로는 가능한 질문이기도 한 것들이다. 한국에서도 죌레는 많이 알려져 있냐는 이야기에, 웬만한 신학도들은 그를 알고 책도 가끔 접하고 있을 거라고, 그럼에도 한국교회에 있어서 죌레의 사상은 비교적 쉽게 교감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조직신학적 작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그게 보면, 죌레의 작업은 적어도 자신의 신학적 삶 안에서 대단히 열정적으로 영성과 정치, 신비와 혁명, 그리고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여러 불운한 전운들을 자신의 신학을 매개로 깊이 안고 접목하고자 하는 노력을 일관되게 보여 왔으며,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그를 다른 방식으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죌레의 저서가 강의실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거나 그의 사상이 대학에서 온전히 수용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면으로 나에게 다가온 것은 신학의 열정, 신학의 의미, 건조한 언어의 놀음에 빠지지 않으며 어떻게 내면에서 살아 숨쉬는 우리의 흔들리는 정념과 신학적 감성들을 언어화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모델을 그는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죌레가 온다. 녹음을 해서 생생한 목소리도 나중에 같이 나누고, 몇권의 그녀의 책에 싸인도 받아야겠다. 그가 내 신학의 길에 많은 영감을 주는 나무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2002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