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wahre Geschichte des Geistes ist nicht in gelehrten Büchern aufbewahrt,
sondern in dem lebenden seelischen Organismus jedes einzelnen.<
Carl Gustav Jung, GW XI, 37
2002/05/1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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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Number : 216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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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언어, 잊어버린 글
잊혀진 언어에 대한 몇 줌의 글을 실수로 날려버렸다. 이는 몇 가지의 생각을 갖게 한다. 짧게 생각하고 쓰기에 대한 독려. 쉽게 쓰는 글에 대한 컴퓨터의 검열. 아쉬우니 한시간 동안 쓴 것, 일 이분 이내에 다시 써보자. 고등학교 시절 서울에 올라와서 지갑을 잊어버렸다. 20대 초반의 생생한 언어도 많이 잊어버렸다. 냇가에서 갓 잡았던 물고기들이 끓는 기름에 튀겨지면서 뜨겁게 동사하는 순간, 물고기에도 영혼이 존재할까라는 물음을 가져보았던 대학 1학년 때의 농활, 대학 신앙수련회 시절, 나무와 대기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에 대한 물음이 용적을 감싸고 있는 모든 존재의 경계로 확산되었을 때의 그 강렬한 물음들, 그리고 그 이외의 것들, 대학은 공장이었고,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에 대한 씁쓸함, 그러나 소매털린 이전의 지갑은 다시 내 손에 잡히지 못할 터이지만, 잊혀진 이전 생생한 언어의 복귀는 일말의 가능성이기도 하니, 굳어 있지 말고 그 언어를 대면하기를 소망하자는 것. 신학은 굳은 언어이기도 하나, 코스모스의 언어이기도 하니 낡은 권위가 주는 단단한 각질에 안착되지 않기. 다음 주 월요일부터 1주일간 진행되는 독일북부 기행이 오랫동안 잊혀진 언어의 맥들을 조금이나마 회상하고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체험하기 등등. 사라져가고 잊혀진 것들에 대한 고귀함이 늦게나마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지금 나와 같이 존재하는 것들 또한 내 눈 앞에서 사라져야 겨우 그 의미를 느낄 수 있겠다는 말인가. 어떤 의미에서 부재는 존재이며, 되려 존재는 부재란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