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2/07 (14:35) from 203.252.17.164' of 203.252.17.164'	Article Number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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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상과 단군사상에 대하여

"동학사상의 연원", {한국근대민중종교사상} 한국사상의 깊이와 넓이를 정말 우리들이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 소중한 유산의 맥은 어쩌면 쉽사리 역사 저편에 사라지고 말런지도 모른다. 서구지식사회에 이미 지성의 무게가 가버린 듯한 정신사적 지형은, 도리어 우리에게 우리의 사상의 심원한 깊이를 촉구하라는 시대적 요청으로 들린다. 한국사상의 고유한 색조는 이미 우리가 살펴본 불교에서도 나타나고 있었음을 발견했다. 특히 오늘 만나는 동학과 동학사상은 우리 선조들의 사상이 얼마나 하늘과 땅과 사람이 지평융합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되는 지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할 수 있다. 동학은 수운 최제우의 하느님 체험을 통하여 그 뿌리와 줄기가 형성이 된다. 특히 그의 시천주 사상은 초월과 내재, 신인합일, 영육일치, 지행합일을 통하여 서구사상의 이원론적, 내세적, 엘리트적 사고방식을 돌파하면서 우리의 사상을 더욱 심원하게 개간하였고 동시에 불평등과 불의의 민족사 안에서 그를 넘어서려는 숭고한 사상과 실천의 접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시천주사상과 인내천사상의 그 독특하고 풍부한 지평은 우리 신학에서도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동학사상과 화이트헤드의 신학의 유사성에 대해서 앞으로 깊은 연구를 시도할 계획이며, 동시에 우리의 영성의 나이테를 더욱 섬세하게 기술해 나아감에 있어서 봉건과 근대 사이의 접점에 서 있는 이 동학사상의 혁명성이 어떻게 우리 그리스도교의 영성과 관여되고 있는지를 더욱 진지하게 천착하려 한다. "단군 사상과 大倧敎" 단군신화에 대한 많은 인상을 우리는 유년시절부터 간직해 오고 있다. 이러한 단군사상이라는 밑변을 통하여 대종교는 민족종교로 발돋음 하였던 것이다. 또한 민족운동에도 대종교는 깊은 영향을 주었다. 어느 종교도 유 불 선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지 않은 것이 없으나 물론 대종교도 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종교가 보여주고 있는 형이상학적인 측면들, 즉 우주만유는 다 무에서 나온다는 대 우주의 생성원리, 자연과 일체가 상생한다는 만물의 생성, 내재도 하시고 외존도 하시는 하느님, 본아인 내얼에 대한 언급을 곰곰히 보면서, 사막종교의 강렬함으로 무장된 그리스도교라는 종교의 정체성이 보여주는 색조와 비교가 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리스도교가 보여주는 그 강렬함, 철저한 현실에서 야훼를 찾는 급진적인 종교의 성격과 영성, 또한 Reformed Church의 전선에 서 있는 우리 개신교의 영성, 거기에서는 형이상학보다 철저한 실천과 변혁의 자리가 옹근 무게로서 자리매김 되어진다. 나는 우리 민족, 특히 동양종교가 보여주는 형이상학적인, 그리고 조용하면서 전체 세계를 아우르는 고유한 영성과 전쟁과 투쟁과 야훼를 향한 일직선적인 지향으로 옹골지게 뭉친 서구의 영성이 도대체 어떻게 우리 안에서 접맥될 수 있었던가, 혹은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멈출 수 없었다. 또한 일즉다, 다즉일이라는 통전적이고 일원적인 세계관이 어떻게 서구 문명의 모티브였던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그에 기반한 세계관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멈출 수 없었다. 틀림없이 우리는 그리스도교인이고 그 영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단 몇 대만 올라가도 우리의 선조들은 대종교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양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정신은 이 양자를 서로 접목시키려는 과도기의 단계에 있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더욱 더 우리가 몸소 고민하고 더욱 더 아파해야 이 모호한 경계선이 분명히 보이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저 보이지 않지만 조용한 긴장은 더욱 더 우리 영성의 진정한 궤적을 탐구하도록 끊임없이 유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