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18 (08:26) from 129.206.82.102' of vpn102.urz.uni-heidelberg.de'	Article Number :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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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간격

Beautiful Tonight 이 시간 쯤이면, 한국은 새벽에 내려앉은 축축한 풀기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햇살 아래에서 아침을 시작하겠지. 이제 여기는 깊은 밤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며칠전 구입한 DVD 성경을 열어보았다. 새 밀레니움을 맞이하여 루터의 성경을 귀로 읽는 기쁨을 난 경험하고 있다. 판넨베르크의 생명론을 읽었다. 장회익 박사의 온생명론이 훨씬 더 탁월하다는 인상을 받는 이유는 내가 한국인 딱지를 떼지 못해서 그랬을까? 그리고 TV 책을 말한다, 에서 기형도를 다시 만나고 읽었다. 기형도는 우리 시대의 가난을 앓다 간 여리고도 슬픈 시인이다. 대학시절 그를 만나고, 어느 누가 그렇게 사물과 세상에 대한 적막한 응시를 가할 수 있을까 물음을 가졌다. 며칠 전에 곱씹었던 시인 황지우의 정조와는 얼핏 비슷하면서 또 다르다. 뒤플레의 엘가 아다지오 실황도 보았다. 그 순간 대단히 행복했다. 아참, 오늘 하이델베르크 대학 도서관에 접속해서 관심이 가는 외국논문을 십여 편 다운받았다. 특히 슈베벨 교수와 슐랍콜 박사의 논문을 pdf로 발견했다는 것은 대단한 기쁨이었다. 복사를 체질적으로 싫어해서 그 논문을 도서관에 그냥 방치해 두어버린 보람을 이렇게 늦게나마 발견하였다. 창조를 고민하였다. 그리고 인지과학과 심신수반을 연구하는 그룹들은 창조, 시간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더욱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싶어졌다. 싶어졌다는 표현을 거두자. 그냥 내가 고민하면 되니까. 오늘도 햇살이 좋았다. 햇살을 쐬지 못해서 아쉽다. 내일 햇살이 좋으면 꼭 산책을 해야겠다. 조만간 시내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해야겠다. 몸이 굳어지면 마음도 위축되니. 허나 내가 소유한 반바지로는 수영장 출입금지이니 수영복을 하나 어디서 구입해야겠다. 고등학교 시절 배구부가 유명하였다. 배구 시간차 공격이 떠오른다. 요는 뭐나면, 한국과 독일의 시간 간격을 극복하는 타임머신이 있으면 좋겠다. 요즘에는 잘 때 쯤이면 그 순간의 한국 아침 생각이 난다. 이럴 땐 가끔 그냥 그 머신에 몸을 얹혀서 지금 이 순간 어수선하면서 생생함이 넘치는 종로 시내의 아침기운을 들이켜보고 싶거나, 혹은 몇 년동안 거했던 그 아름다운 빨간 벽돌 건물의 서대문 연구소로 출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게 정 어렵다면 가끔 한국의 아침을 맞이하는 꿈을 접수해도 좋을 것이다. 같은 땅에 살면서 다른 시간을 경험한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생생한 태도로 대하게 하는 면이 있다 : 왜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 떠오르지? 지금 자면 내일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영원히 잘 수도 있다. 허나 그게 불안해서 나를 찾아 오는 밤을 그냥 지나치지는 말자. 이제 자야겠다. 2002년 3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