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18 (08:29) from 129.206.82.102' of vpn102.urz.uni-heidelberg.de'	Article Number :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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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트가르트와 유방암

A Beautiful Mind | All Love Can be 다음 주부터, 다시 여름학기가 시작된다. 두 달간 이어졌던 이번 방학은 짧았지만, 길었다. 이렇게 저물어가는 방학과 다가오는 개강을 의미있게 연결하고 싶어서 그랬을까, 오늘은 바람을 쐬러 친구와 스튜트가르트에 다녀왔다. 오늘 같이 짧은 여행과 함께 동행했던 물리학을 공부하는 친구는 나에게 언제나 잔잔한 감동을 주곤 한다. 그가 지니고 있는 심미적 진실성이라고 할까, 어쩔 수 없이 세상에 조금은 헤닳아진 이들에게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그는 여전히 마음에 품고 다니기 때문이다. 기숙사에서 그가 몰고 온 자가용에 몸을 맡기고 우리는 시내를 벗어나 아우토반을 한 시간 이상 쌩쌩 달렸다. 지난 1주일 동안 날씨가 따스했는데 오늘은 햇살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마치 가을 같았다. 이전보다 훨씬 진하게 초록빛은 자연에 물들어져 갔다. 요즘 연구실에서 정신없이 연구하는 친구의 과제와 근황을 물어보았다. 이 친구의 요즘 연구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너무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유방암 진단에 관련한 이야기였다. 유방암 진단은 여러 방법이 있는 것으로 안다. 엑스레이라든지 아니면 직접 유방에 이미 퍼진 암조직의 덩어리를 손으로 자가진단한다든지 피검사를 한다든지 등등. 그런데 암조직의 덩어리를 손으로 감지하는 경우 이미 상당히 암세포가 확장된 경우도 있겠고, 또한 피검사를 하는 경우 그 절차 내지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친구가 지금 연구하고 설계하는 과정은, 유방암이 체내에서 형성되고 증식될 때 자연적으로 체내에서 자기방어를 위해 암세포에 대응하려는 안티바디(Antikoerper)라고 하는 원자차원의 세포를 빠른 시간 내에 발견하는 과제이다. 이는 혈액을 체내에서 뽑아, 혈액의 여러 성분 가운데 [안티바디]가 있는지를 그 자리에서 즉시 확인하면, 유방암 유무를 빠른 시간 내에 체크하고, 그 암세포적인 증식에 대한 치료를 빠른 시간 내에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진단을 위한 실험과 설계를 박사과정과 연계하면서 이 친구는 시도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도 나에게는 흥미로왔다. 일단 원자적 단위의 [안티바디]가 혈액에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안티바디에만 반응할 수 있는 화학성분을 혈액에 투여한다. 이는 마치 [안티바디] 원자배열에만 정확하게 색을 입힐 수 있는 염색과정과 같다. 이 과정을 위하여 대학 내의 일련의 화학자들 서클이 이 연구에 임하고 있다 한다. 이 연구 자체도 하나의 큰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원하는 특정한 원자 단위의 배열에 색깔을 입힐 수 있는 화학성분의 추출 및 마련이라. 생각만 해도 너무 흥미로왔다. 우리가 사는 대기에 어떠한 특정한 성분을 투여하면 천사의 홀몬이 흐르는 인간은 볼에 별표가 찍히고, 악마의 홀몬이 흐르는 인간은 볼에 망치 표가 찍힐 수 있다고 상상하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성공적으로 과제가 이루어지면 다음이 문제이다. 이 혈액에 있는 안티바디에만 정확히 색소가 투여가 되면 그 안티바디를 어떻게 구분해내는가의 문제이다. 광학(optik)의 원리를 이용하여 이 안티바디에 묻어 있는 색소를 구분해 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만약 광학이 아니라 전자현미경 방식으로 이 색소구분을 하려면 일일히 문제가 되는 원자들을 검색해야 하는데 이는 효율적이지 못하고 또한 엄청난 부가장비가 동원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몇 개월 전 독일에서 유전공학 문제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상당한 논의과정에 있는 것으로 안다. 티브이에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면이 한 세포와 그 세포 안으로 쿡 들어가는 날카로운 바늘이었다. 그런데 이 아주 예리한 바늘이 이 실험에 동원된다. 가벼운 재치기만 하여도 그 바늘이 부러질 정도로 대단히 얇은 바늘이다.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얇은 바늘 좌에서 우로 혈액을 통과시키고 바늘 아래에서 레이저를 쏜다. 바늘 좌에서 우로 혈액은 지나간다. 이 경우 그 레이저의 빛에 안티바디에만 묻어 있는 색소가 지나가는 순간 안티바디는 특정한 빛을 반사시키고 그 특정한 빛을 읽는 광학센서가 결과를 통보한다. 이 바늘을 통하여 혈액을 움직이는 메커니즘도 특이하다. 바늘 밖에 - 전극 자극을 주어서 적당한 속도로 + 전극을 가지고 있는 바늘 안의 혈액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너무 빨라도 늦어도 안되는 적당한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여하간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혈액 안에 유방암에 대항하는 세포들인 [안티바디]의 존재유무를 바로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친구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위하여 연구소에서 설계와 실험을 하고 있고 논문도 발표했다. 나는 조금 놀란 것이 이 실험을 위한 기자제가 날씨가 찌뿌둥하거나 습도가 높아지면 이에 민감히 반응하여 다시 세팅을 몇 시간이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위치가 틀려지고 자리가 바뀌고 그러면 데이타를 다시 넣고 수정해야 하고. 하루 날라가는 것은 일도 아니라 한다. 또한 이러한 유방암 조기발견 검진시스템이 나름대로 효과적으로 개발이 되어도 직접 의학이나 병원에서의 상용화의 차원은 그저 몇 년 후가 아니라 15년 20년 후의 미래의 일일 수도 있는 것이며, 더군다나 현재 의학에서 이루어지는 유방암 진단의 방식이나 여러 이론적 경험적 성과를 넘어설 수 있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을 의학에서 한다면, 상용화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친구는 말했다. 과학은 어쩌면 땀의 20% 정도만이 현실화 되는 것이라는 것, 즉 80프로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발견하기 위하여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라 한다. 친구의 이 열정은 어디에서부터 연유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의 열정으로 인하여 최소한 재수씨가 유방암 진단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귀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래, 세상의 여인들을 사랑하는 방식도 여러가지 이구나' 하는 상상이 잠시 나를 스쳐 지나갔다. 긴 이야기가 끝난 후 우리는 창조, 창조성, 새로움의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논리적 창조]die logische Schoepfung과 [현실적 창조]die wirkliche Schoepfung을 구분하는 이유와 나름대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나는 사랑을 예로 들었다. 내가 경험한 바로 이 [사랑]의 경험은 대단히 새로운 경험이며 모든 과거의 인과적 소망과 연결고리가 파탄나는 경험이다. 사랑은 여느 사태보다 훨씬 강렬한 대단히 창조적 사태이다. 예를 들어 그 친구와 재수씨는 사랑을 하여 결혼하였다. 거기에는 사랑을 가능케 하는 인과적 시공적 조건이 있었으며, 그를 매개로 한 사랑이 있었다. 사람은 저 혹성에 있는 낯선 이와 사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은 나를 뜨겁게 하지 못한다. 사랑에는 사랑을 가능케 하는 논리적 근거가 있으며, 이런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는 논리적 근거의 장에서 연인은 사랑을 현실화Verwirklichung 시켰기 때문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는 언제나 둔탁하다. 그러나 논리적 창조와 현실적 창조를 의도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모든 사태에는 사태를 구성하는 논리적 근거와 사태를 사태화하는 현실화의 근거 이 양자가 존재해야 함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창조도 그렇다. 창조의 내적 시간, 이는 논리적 창조의 영역이다. 창조의 외적 시간 이는 현실적 창조의 영역이다. 내적 시간은 무시간적이며 영원적이다. 외적시간은 시간적이며 현실적이다. 한 편에는 이러한 내적시간 즉 영원성과 관계하는 창조의 논리적 지평이 존재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적 시간 즉 현실화와 관계하는 창조의 현실적 지평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이 양 극단 사이에 나Ich 영혼Seele, 그리고 생명Leben은 존재한다. 생명은 우주를 특정한 방식으로 자기화 하는 성향이다. 생명은 그렇기 때문에 [조직화]Systematisierung이다. 이 조직화의 구성방식이 내적시간 혹은 논리적 창조의 태도로 기능하거나, 외적 시간 혹은 현실적 창조의 태도로 기능하는 양극단의 성향을 유비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사상사에서의 구조주의와 실존주의의 긴장과 길항으로도 연결시켜볼 수 있으리라. 중요한 것은 영혼의 지위는 바로 이러한 영원적 국면과 현실적 국면을 동시에 안고 있는 자리라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도 이러한 경험은 분명 존재하였다. 밖의 시간과 안의 시간이 내 삶의 같은 영역을 점유하고 있기에 통일된 방식으로 나에게 들어오나 분명 고향이 다른 두 시간성, 창조성과 같은 인상이다. 창조에 대한 그간의 신학적 전통적 논의나 태도에 대해서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직 내가 신학에서의 창조론 지평을 온전히 검토하지 못하여서 자신없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 말을 더 길게 이어가지는 못했다. 이후 우리는 상대성 이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쌍동이 역설에 대한 나의 오해는 분명히 풀렸다. 즉 빛의 속도로 살아온 형의 10년과 일상의 속도로 살아온 동생의 10년의 엇갈림, 지구에서 다시 만났을 때 형은 동생이 10년 나이 먹었음을 확인하고, 동생은 형이 10년전의 모습으로 그대로 남아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객관적이고 분명한 사태라는 것이다. 이전의 나의 오해는 그랬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 서로 늙어보인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쌍동이의 역설이 아닌가 나는 제기 했는데, 그는 깔끔하게 정리했다. 빛의 속도는 불변이고, 형은 빛의 속도로 여행을 했기에 동생이 10년 늙어보이고 동생도 형이 10년전의 모습임을 상호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명한 근거가 된다고. 나는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이라는, 물리적 [시공간의 상대성이론]이 철학적으로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존재론적 상대론]으로 유아적으로 변질되는 그 과정의 오류를 앞으로 계속 지켜보고 검토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성 이론, 그리고 양자역학의 문제는 그저 상상의 문제가 아니라 이 친구에게는 상당히 절박한 문제로 보여졌다. [뉴튼 역학]에서 [상대성 이론]의 전이가 무슨 시대적 패러다임쉬프트이자 문명의 전환이라는 엄청난 진통으로가 아니라 물리학적으로 요구되는 하나의 요청임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빛에서 나오는 한 원자적 성분이 하늘에서 대지로 떨어지는데 이 원자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시간을 뉴튼적 메카니즘으로 측정하면 시간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즉 빛의 속도로 떨어지니까 원래 대지에까지 떨어지려면 10분이 물리학적으로 걸려야 하는데 1분이 걸리니 도저히 뉴튼방정식으로는 서술이 안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헤라클리토스의 원자론에 대한 고전적인 이해와는 달리 입자가속기를 통하여 원자를 쪼개면 그 안의 전혀 다른 세계가 나오는데 이 구조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상대성 이론을 기반으로 한 서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거의 전체에 가까운 99.9퍼센트를 커버해도 나머지의 무시할 만한 0.01퍼센트의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설명해내지 못해서 폐기처분될 수도 있는 뉴튼패러다임을 이 친구는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수학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어찌 책상에 앉아서 물리학의 언어인 수학으로 가설을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관관계를 도출해내는 정신적 작업이  물리학의 실험을 동원해서 보고자 하는 현실과 연결되고 그 실험결과와 일치하느냐에 대해서 경탄을 금하지 않는다고 그 친구는 말했다. 나는 베이트슨이 생각났다. 정신과 자연, 즉 정신의 언어는 결국 자연의 언어에 수렴되거나 연결될 수 밖에 없는 필연성에 대하여 나도 놀라워 하였다. 정신과 자연은 정신과 자연을 산출하게 하는 원사태Ursache 혹은 우주에서 유출된 두 국면이기 때문에 이러한 필연성을 갖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수학에 대해서 잠시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옛날에 뽀앙카레의 3체의 문제, 그리고 이 천재의 직관에 의해 과정 없이 정리된 공식이 몇 십년 후에 컴퓨터를 돌려서 확인이 되었다고 하는, 수학에 무식한 인문학적 감수성의 귀로 들을 때는 대단히 흥미로왔던 과거의 이야기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해서 수학과 직관의 연관관계가 궁금하여졌다. 나는 이러한 수학적 발견과, 패러다임 변환을 논리적 창조와 현실적 창조의 연계선상 안에서 잠시 링크시켜보았다. 논리적 창조의 영역은 어찌 보면 화이트헤드의 연장적 연속체extensive continuum과 같은 우주의 의미론적 논리적 그물망, 혹은 네트워크이다. 현실적 창조는 이러한 그물망을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활성화 혹은 현실화시키는 생명의 행위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논리적 창조의 영역은 절대 선험적이지는 않으리라는 직관적 판단이 있다. 논리적 창조의 영역과 현실적 창조의 영역은 계열이 전혀 다른 차원이기에 후자가 전자의 뒷다마이거나, 전자의 컨텍스트를 후자가 텍스트화 시키는, 대단히 평면적인 메카니즘은 아니리라 보여진다. 직관적으로 아니라면 사변적으로 아님을 드러내야 한다. 그럼 무엇일까. 좌에는 [논리적 창조], 우에는 [현실적 창조], 그리고 좌와 우를 매개하는 [영혼]이 있다. 영혼은 생명의 특성인 자기조직화를 통하여 우주를 자기화한다. 즉 내면화 한다. 내면화 한다는 것은 [현실화로서의 창조]를 의미하고 현실화는 이미 현실화 이전의 순수가능태로서의 [논리적 창조]의 영역을 고안한다. 즉 이 순간의 영혼은 이 순간에만 유용한 무시간적 영원적 [논리적 창조의 영역]을 우주에 투사하고 그 댓가로 현실화Verwirklung로서의 창조를 구현한다. 생명의 최소단위인 나의 미시적 단계로 이 문제를 보았다면 거시적으로 패러다임론과 관련하여 연결시켜보자. 뉴튼은 [뉴튼페러다임]으로 우주에서 [논리적 창조]의 영역을 투사하였고, 그만큼 우주를 구출해 내었다. 아인슈타인은 [아인슈타인패러다임]으로 우주에서 [논리적 창조]의 영역을 투가하였고, 그만큼 우주를 구출해 내었다. 결국 우리는 우리에 의해서 해석된 우주를 지금 보고 있으며, 그 해석된 우주와 함께 우주를 현실화 하고 있다. 창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모르는 것은 알 수 없다. 여기에서 다시 [뉴튼 페러다임]과 [아인슈타인 패러다임] 사이의 그 신비한 빈틈을 창조성과 관련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물음이 든다. 돗수 낮은 안경을 돗수 높은 안경으로 갈아 쓰는 그 사이에 보이는 우주라 할까. 그 우주의 생생함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는 문제이다. 우주는 새로움의 화원이다. 어디에서부터인가 끊임없이 새로움이 피어난다. 그 새로움의 논리적 근거를 찾기 위한, 그리고 그 새로움이라는 현실화의 동력을 찾기 위한 여러 가설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움의 논리적 근거도 하나님이요, 새로움이라는 현실화의 동력 또한 하나님이라는 식의 전통신학적 신정론이나 신관은 99.9 % 우리 삶의 의미를 준다 하여도 온전히 해명하지 못하는 듯한 일말의 부족함을 직관적으로 느낀다. 그렇다고 하여서 몰트만 류의 유대 카발라의 짐줌 테오리적인 가설 또한 온전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를 비우는 신이 현대에 들어와서 다시 모던한 신화로 변색된 안트로몰피즘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는 인상이 짙다. 현실적 창조에 대한 논리적 창조로의 무게중심 이동은 자칫 폭력적이다. 그렇다고 하여 논리적 창조의 지평을 현실적 창조의 의미맥락으로만 분절시켜 다시 재편시키는 작업은 신학이 자칫 시대감각의 창가에만 걸터앉는 상상력으로만 변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튜트가르트는 두번 왔었다. 처음에는 기숙사 식구들과 햄릿을 보러 1년 전에 왔었고 장학재단 박사과정생 회의 때문에 이후에 다시 왔었다. 그 때에는 시내를 이리저리 볼 여유가 없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크게 열린 벼룩시장을 아주 즐겁게 거닐었다. 거기에 있는 물건들의 대부분은 한 사람의 삶보다 오래된 것들이다. 生은 가도 저렇게 사물은 남아서 오랫도록 대를 이어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친구에게 오래된 LP를 선물했으며 친구는 나에게 대리석 빛이 나는 촛대를 선물하였다. 지금 저 촛대가 내 옆에 있다. 벼룩시장을 거닐고, 마치 동베를린의 웅장한 시내에 다시 온듯한 건물들과 잘 정돈된 넓은 공원을 거닐다보니, 친구와 박물관에 가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려는 애초의 뜻은 거두워졌다. 다음을 기약했다. 오후에 잠시 내 어깨에 내려앉았던 가랑비는 캄캄한 저녁 고속도로를 달리며 하이델베르크로 올라오는 차의 앞 유리를 거칠게 긁고 지나갔으며, 나는 그 우박처럼 쏟아지는 비와 운전하는 친구에게 무례하게 곤히 잠을 잤다. 꿈에서 슬핏 여인의 가슴을 보았던 것 같다. 기숙사 앞에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친구의 beautiful mind가 내 꿈에서까지 그렇게 깊이 드리워져 있었나보다. 마음으로 친구의 그 열정에게 건투를 빌고, 헤어짐의 인사 bis dann![그럼 다음까지 안녕!]을 나누었다. 오늘은 방학을 행복하게 마감한 긴 하루였다. 2002년 4월 14일 홈페이지메인 전철논문 한국논문 사물의질서 연구실 방패와창 꼬람데오 新자연신학 엽서한장 토론광장 추천사이트 방명록보기 신학동네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