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18 (08:30) from 129.206.82.102' of vpn102.urz.uni-heidelberg.de'	Article Number :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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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오후

Yale | Air on the G String 개강을 했으며, 학생들은 다시 햇살 아래 모이 찾아 모여들고 있다. 오늘은 지도교수의 수업이 있는 날, 한 학기 먼 곳에 있다 다시 고향을 찾아온 그는 얼굴이 더 환해졌고 목소리는 더 따뜻해진 듯 하였다. 그 수업이 끝난 후, 오후 골목을 돌아 철학도서관에 들어갔다. 생전에 가다머가 잠시 앉았던 의자였을 법한 허르스름한 그 곳에 몸을 기대고 자료와 논문을 찾았다. 새로 이쁘게 나오는 Process Studies 잡지 뒷 장에 오영환, 벨커 두 익숙한 분의 이름이 찍혀있었다. 자전거는 나의 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 몇 달채 빵구난 모습으로 기숙사 앞에 놓여 있다. 그 덕분에 도서관에서 복사집으로 걸어서, 걸어서, 걸어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봄의 향기, 맘의 향기, 풀밭에서 자기를 여는 하얀 노란 꽃들과 사람들의 황홀한 축제들을 엿보았다. 수십년간의 논문목록이 다 담겨 있는 자료 복사는 결국 끝났다. 오늘 하루의 모든 일이 완성된 듯한 포만감이 한 오후, 짝 벌린 입에서 하품으로 터져나온다.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내 삶의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갈 즈음 어머니가 마이마이를 선물해 주셨다. 그 덕분에 그 까까머리 시절 음악과 더불어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게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는 그 어린 시절 잘 느끼지 못하였다. 오래된 기억이 이렇게 떠오르는 이유는, 이 봄, 음악이 주는 영감을 더욱 가까이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식구로 하나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구를 맞이하기 위해, 요즘 이리저리 부산스럽지만 여유롭게 준비하고 있다. 힘든 삶에 흔들려 피우는 깊은 담배 한 모금이 결코 사치가 아니듯, 음악 또한 사치가 아니리라. 내가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시간을 사는 것과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행하는, 이 삶의 묘한 조화에 나른한 한 오후, 기원을 잘 헤아리지 못할 이상스러운 행복함을 느꼈다. 2002년 4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