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28 (07:17) from 129.206.82.106' of vpn106.urz.uni-heidelberg.de'	Article Number :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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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신학, 파티

Haydn String Quartet in C Major - Poco Adagio cantabile 모든 수업이 끝나는 금요일 저녁, 이번학기 새로 증축한 옆 기숙사에 사는 Silvana, Maria, Irina, 그리고 Anna와 함께 간단하게 저녁시간을 나누었다. 올해 2월에 신청한 Silvana와 나의 WCC 프로그램 장학연장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에 이를 기뻐하는 의미에서 Silvana가 손수 음식을 준비하고 친구들을 초대했다. 사실 Slivana와 나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연장서류 및 논문 제출에 피가 바싹 마른 시간들이었다. Silvana는 이제 논문을 거의 마쳐가고, 각 과목 종합시험을 준비하기 위하여 그 주제에 관련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다행스럽게 최종 4년차 장학연장에까지 모두 잘 이루어져서 무엇보다도 대단히 기쁜 얼굴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넥카 다리를 건너서 기숙사로 돌아오려는데 오늘 신학과 주관 개강파티가 맨자에 있다는 정보를 어떻게 접했는지, 밤 10시에 시작하는 파티공간으로 가자고 Silvana는 우리를 종용했다. 결국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에 맨자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내 옆방 사는 Reingart와 그 남자친구가 카운터에서 주인장 행세를 귀엽게 하고 있었다. 이 친구들 모두 신학강의실에서 만나는 신학도이다. 입장료 2 Euro를 내니 내 옷에[463]번의 딱지를 붙여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춤을 추는 파티장 안에서 건네주는 카드에 자기가 찜해놓은 친구의 번호를 기록하여 [사랑의 짝대기]와 같은 의미로 활용하는 신원보증 번호였다. 내 앞에 Maria는 그냥 딱지만 받고 올라가는데 나에게는 무엇을 손에 쥐어주는데 처음에는 반찬고 같은 것인줄 알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콘돔이었다. 뒤에 따라 들어오는 Anna에게 내가 받은 콘돔을 씨익 보여주었더니 배꼽이 흔들리도록 깔깔 웃는 것이었다. 파티 몇 번 참여해보지는 않았지만, 콘돔 받은 배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겨우 어렵게 들어갔더니 벌써부터 담배연기에, 땀에, 사이키조명에, 그리고 스피커로부터 나와서 공기를 밀치고 퍼지는 은빛 음의 입자들에 많은 친구들은 즐겁게 리듬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사실 신학과가 주관한 파티라 하더라도, 뭐 과를 검열하면서 들여보내는 것이 아니니 거기에는 다른과도 많이 섞여 있지만, 그래도 유독 신학과 친구들 얼굴이 많이 보였다. 벌써, Raphael과 Natali, 그리고 Vahid는 거기에 있었으며, 우리를 따라 기숙사 식구들 Sonja, Anna가 합류하였다. 새로운 학기 앞에서 잔뜩 긴장한 친구들이 파티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리듬에 의해 흔들리는 모습들이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이번 한 학기도 우리들의 삶과 학문과 청춘이 잘 익어가는 시간이 되길 빌면서 나도 친구들과 같이 리듬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인간에게 파티는 일종의 축제이다. 축제는 주도적으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참여되는 자리이며, 그 참여를 통하여 生의 생동감을 능동적으로 열 수 있는, 풍부하고 활력을 품은 의미를 허락받는다. 이는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짧은 디오니소스적인 순간이었지만, 이 길목에까지 들어선 나의 生, 사랑, 학문, 우정, 낭만, 청춘, 진리와 같은 강렬한 느낌을 단 번쩍이는 조각들이 내 귀와 눈을 강하게 건드는 사운드와 빛 처럼 마음에 쌓이고 있었다. 나는 먼저 방으로 돌아왔으며, 남아 있는 친구들은 여전히 사라지는 이 고요한 밤의 끝을 청춘이 선물한 춤으로 그들의 생생한 삶의 대지에 고이 물들이며 거두어 내리고 있겠지. 다시 오전으로 돌아가서 벨커의 [삼위일체 하나님] 강의시간에 느낀 단상들이 사라지기 전에 남겨본다. 오늘은 [과학과 신학의 관계], 그리고 [신비주의]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었다. 1. 판넨베르크의 신학작업은 모든 존재에 관여하는 것에 관한 작업이기에 [과학과 신학]의 연관성은 대단히 중시된다. 2. 존 폴킹혼 : Windows into(onto) Reality 3. 과학에 있어서의 Kreativitaet는 무엇을 의하는가. Theologie & Naturwissenschaft에 대한 단상을 앞으로 꾸준히 단편적으로 정리해야 하겠다. 4. 신비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핵심은 [매개 없음]이다. 그렇다면 매개 없는 신 인식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 매개없음에 관하여 고려해야 할 것. 첫째, 정신과 자연의 함수이다. 둘째, cumulative / penetrate 세계관의 문제. 셋째, 위 아래로 열린 n 차원의 시스템적 세계관 5. 신비주의와 Causal Efficacy를 연결시켜본다면? 신비주의에 대한 역사적 경험과 정의, 그리고 CE를 바탕으로 한 신비주의에 대한 인식론적 접근. 그리고 이 양자를 매개로 한 신비주의의 독특한 신학적 현실적 의미. 6. 신비주의에 관한 [그리스도] 상징에 대한 물음. 카톨릭의 주입된 은혜나, 주술적 주문인 [나무아비타불]에 관련하여 볼 때 [그리스도]는 세계내적 해석으로 환원될 수 없는 힘과 의미를 지닌 궁극적 상징인가. 그리스도라는 명제Propositon은 그저 그 자리에 있는 엄연하고 자명한 힘과 의미의 결합인가. 해석학의 원심분석을 관통하는 원형적 상징으로서의 [그리스도], [진리]의 자명성과 Reality에 대한 문제는 어떤 유형의 신비주의와 연결이 되나. 7. 신비주의는 어떤 낯선 대상이 아니라, 이미 신앙적-신학적 경험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감각, 태도, 혹은 지분이 아닐까. 8. 맥킨의 신비주의 정의 첫째, 신비주의는 종교의 한 부분이다. 둘째, 신비주의는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한 과정이다. 셋째, 신비주의는 신을 이해하는 매개없는 인식이자 시도이다. 9. [신비경험]은 presentational immediacy와 대칭적인 자리에 꼭 서야만 할 필요가 있는가. [신비경험]은 그저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허락받은 인식'의 의미만 품고 있는가? [신비경험]이 혹시 [고등의 유기체]에만 가능한 체험이라면, 그 메카니즘이란 무엇인가. 종교론, 상징작용, PR에서의 [고등의 유기체]의 특성에 대한 검토. 10. [신비경험]은 자리loci가 존재하는 경험인가 Proposition과 Language에 대한 분명한 정리 요구. 11. 오리게네스, 모든 존재의 entity에 연결된 신비주의 이해. [아포카타스타시스 티안톤]apokatastiasis tiantwn 12. [신비경험]은 모든 우주적 누적사태의 [현재적 동시화/투사화]? 만약 그렇다면, 우주가 꼭 cumulative 하더라도 설명가능한 신비경험에 대한 사변의 구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3. 현재가 우주로서의 하나님이 현재화되는 무대라면, 현재를 구성하는 개별적 존재는 어떤 이유로, 매개로[혹은 없이] 현재화 이전으로 소급해서 우주로서의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는가. 14. 신비주의는 신비체험의 그 순간 [내 밖의 신]과 [내 안의 신]의 두 범주의 문제를 동시에 끌고 들어오기에 '신비체험'의 논리계형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요구된다. 15. 신비경험 자체는 완고한 일자적 통합의 경험이지만, 유기체의 다층적 채널이 통일된 방식으로 육박해 들어오기에 통합의 경험에 대한 해명을 넘어서 그 다층적 채널의 경험 process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one / many /creativity] 16. (일견 우파신비주의 입장으로도 보이지만) 신비경험은 [영성]을 강하게 한다. 이는 지혜에 대한 원형적 경험과도 연결되어 보인다. 17. 신비체험 과정의 한 분석 : 상승의 여러 길이 있다. [자연] - [영혼] - [영원성]으로의 전개과정 [내적 영육] - [외적 관계] - [신적 합일]의 수렴과정 [Ich-Welt] - [Um-Welt] - [Ueber-Welt] 18. 수업 도중 인상적인 경험을 하였다. 한 독일친구는 신비주의의 한 갈래인 부정신학 자체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지 못하여 계속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상당히 상징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無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서구사상의 주도적 태도가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물음으로도 보였다. [도가도비상도]라는 막강한 해석학적 전제를 애시당초 어느정도 입고 들어가는 아시아적 인식론과는 일정부분 다른 특정한 코드가 기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어있는 신], [無의 신], [無를 통한 신]에 관련해서 Kreativitaet의 지위를 더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겠다. 19. 삶의 신비적 요소와 축제적 요소는 하늘과 땅을 품는 신학이 견지해야 할 한 세계의 소중한 두 측면인지도 모른다. 신비, 신학, 파티로 자연스레 이어진 하루를 온전히 보내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200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