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28 (07:19) from 129.206.82.106' of vpn106.urz.uni-heidelberg.de'	Article Number : 232
Geist	Access : 7033 , Lines : 110

몇 장의 기행 사진기록

Philips Boys | Pie Jesu 2000년 9월 25-29일 노이네텔스라우(Neunettesslau)에서의 재단 첫 모임 (맨 오른쪽 Wiegmann 왕언니) 2001년 3월 11-17일 재단 2차 바이마르 지역 기행 (러시아 Tatjana와 불가리아 Maria) 2001년 5월 25-28일 기숙사 암스테르담 기행 2001년 11월 29일 기숙사 스트라스부륵 기행 스트라스부륵 대성당 앞에서 장난꾸러기 친구들과의 한 때 (의학도 이란 Vahid와 신학도 루마니아 Silvana) [꼬리말] 오후 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하고, 먹고, 공부했다. 오늘은 Sonja와 같이 30여명의 기숙사 식구를 위해 부엌떼기로서 식량을 구입, 제작, 조달하는 날이었다. 이는 기숙사 생활 가운데 메가톤급 스트레스 서열 1위이다. 우리는 한국식 식혜와 잡채와 김치 조달에 대한 고민과 검토 끝에 결국은 Sonja의 제안인 그리스 식 [무짜렐라]로 낙찰시켰다. 조달마감 타임 안에 가까스로 우리는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우리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정작 나도 두 그릇이나 해치웠다. 특강에는 하이델에 사는 유명 시인 힐데 도민Hilde Domin이 들렀다. 몇개월 전 도르테 죌레가 왔을 때 옆에 같이 있었던 시인이었다. 끝나고 정규적으로 갖는 이야기 시간에 식구들끼리 티걱태걱해서 11시 반에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난 오늘차 설겆이 당번이기에 한시간 동안 많은 음식의 시체더미들과 접시들을 몇몇 친구와 12시 반까지 어수선하게 뒷치닥거리 하며 정리했다. 삶에 대한 거리감각이 여하간 허락되는 새벽이 되면 하오 12시의 성당 종소리와 함께 고달펐다고 느꼈던, 그 바쁘고 더디고 힘든 삶 한 조각조각이 알고보면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인지를 뒷골 뻐근하게 깨닫게 된다. 이에 여전히 기쁜 기억으로 남아있는 기행에 관한 사진을 남들 다 수면으로 가라앉아 있는 이 시간에 청승맞게 올려본다. 왕언니 Wiegmann은 재단을 그만두었고, Tatjana는 졸업을 했으며, Maria는 며칠전에 다시 보았다. 장난꾸러기 Vahid는 오늘도 시인 옆에서 사진받으려고 꾸역꾸역 작업 들어갔으며, 결국 찍었다. 죽음이 선사하는 묘한 감각은 삶을 생생함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적막한 밤은 죽음이지만, 알고보면 모든 것이 고요한 미로에 감추어진 채 되려 생생하게 살아있는, 한낮보다 더 찬란한 시간일런지 모른다. 어디에서 왔을까, 새가 울어대고 하늘은 더 파랗게 물든다. 새벽이 오나보다. 이제 자야겠다.   2002/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