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2/07 (14:36) from 203.252.17.164' of 203.252.17.164'	Article Number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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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앙의 뿌리에 대하여

한국전통종교문화를 중심으로 본 내 신앙의 뿌리에 대하여 이는 나에게 너무 무거운 주제이다. 그러나 내 신앙이 진정 존재한다면 그 뿌리와 연원을 찾아들어가는 작업은 결코 불가능하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단지 크나큰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 진솔하게나마 나의 신앙의 뿌리와 척수를 되새김질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실은 나에게는 불교나 유교, 도교, 대종교, 무교, 동학 등 한국전통 종교문화적 심성은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이 고백이 불미스럽거나 창피하거나 자랑스러워야 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다. 그 증거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경험이었지만, 한국전통종교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해가 나의 가슴에 깊이 강렬한 공명을 일으킨 체험이 없었다는 것일 게다. 나는 모태신앙이었다. 우리 부모님의 신앙유산을 혈액으로부터 받아왔고 태어나서 그 환경 안에서 살아왔다. 우리 부모님과 그를 둘러싼 신앙공동체의 정서는 유교적인 정서가 많이 감돌고 있음을 나는 느끼곤 하였다. 조상에 대한 경외와, 기도를 통한 그들의 안녕과 복락, 그리고 가정에 대한 강조, 예의범절에 대한 더욱 큰 관심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체성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짐을 나는 새삼 발견하기도 하였다. 우리 부모님 시대와 우리의 시대사이의 섬세한 절연이 있다면 아마도 이 지점에서일 것이다. 서구식의 제도권교육과 학문의 훈련의 과정, 그리고 선과 악의 날카로운 대립점, 합리적 사유의 존중에 기반한 신앙과 이성의 정초는 몇십대의 유교전통마저도 우리의 것이 아니듯 낫설게 여겨지게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신앙의 뿌리는 선과 악이라는 분명한 관념과 이를 신앙의 빛, 이는 진리의 빛이기도 할 터인데, 안에서 해명하고 선의 공동체를 향해 나아감을 내 신앙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권위보다는 대화가, 전통보다는 현실이 더욱 중요하고 무게있게 다가온다. 물론 나의 신앙의 편린을 갈기갈기 유교적 차원 불교적 차원 도교적 차원의 측면으로 다 떼어내는 작업을 행할 수도 있을 터이지만, 아직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체성과 다른 종교신앙의 정체성과의 관계를 논의할 수 있는 풍부한 깊이와 높이가 나에게는 쉽게 엿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나의 신앙의 뿌리가 다른 신앙의 뿌리와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도 아니요, 나의 뿌리가 더욱 가치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나의 신앙의 뿌리,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신앙의 진정한 모습과 그 실체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지점에 내가 서있다는 고백일 것이다. 철저하게 합리적이고, 역사적이고, 계몽적이고, 이분법적인 - 서구의식의 전형적인 형태인 의식일 터이겠지만 - 사고방식이 나의 신앙의 뿌리의 현 주소라고 한다면 여기에서 내가 갖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들과 형태들을 고민하는 것이 더욱 요청된다고 여겨진다. 나는 아직 한국 전통 종교문화와 신앙의 뿌리와의 관계는 잘 모른다. 물론 하나만 알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간취하고 있는 신앙의 형태와 뿌리, 그리고 그 지평의 의미와 한계를 분명히 밝혀나가는 작업이 서서히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신앙의 형태와 어떤 관계로서 이어질 것인지는 더욱 더 분명하고 밝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