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25 (06:32) from 62.104.211.66' of 62.104.211.66'	Article Number : 245
Geist	Access : 6247 , Lines : 19

빈약한 사고

융의 [심리학적 유형에 관한 개설] 논문을 읽는다. 외향적 사고에 대한 서술에서 아주 흥미로운 단서들을 발견하였다. 특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식상한 표현이지만, 외향적 태도는 [외적인 대상에 중요성을 더욱 부가하는 태도]인데, 이러한 태도가 판단의 두 축인 [사고]와 [감정] 양자 사이에서 사고와 결합되었을 때 아주 묘한 특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외향적 사고형은 창조적이지 않으며 - 이는 대상과의 관계성이 중시되니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 합성적이며 술어적이다. 특히 쉽게 눈치채기 어려운 이 사고의 방식이 있는데, 융이 대표로 지적한 사고는 [신지학적]theosophisch 사고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정신과학'을 다시 과학적으로 해명해 버리는 사고인데, 저급한 유물론은 정신을 물질적 차원으로 환원하는 오류를 범했다면, 이러한 사고는 정신의 문제를 조잡한 형이상학적 도식으로 환원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이들은 텔레파시를 '진동'으로 설명하는데, 우리가 진정 이해해야 할 것은 진동에 대한 서술적 설명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진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융은 이러한 설명방식 모두 무력할 뿐 아니라 파괴적이며, 문제의 진지한 연구를 방해한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생명이 없고 생명을 죽이는, 말할 수 없이 싸구려와 같다고 융은 지적한다. 즉 생산하고 창조하는 에너지가 빈약한, 다른 기능들에 끌려가는 사고로 분명하게 일축한다. 이 대목에서 내가 암시받는 이미지들은, 내가 이전에 만났던 몇몇 과학자들과 창조과학회이다. 그리고 내 안에서 그동안 쉽게 의식하지 못하였던, 정신에 대한 도식적인 과학주의적 접근과 진부한 몇몇의 태도들이다. 2002년 9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