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27 (06:52) from 62.104.211.66' of 62.104.211.66'	Article Number :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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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인질 드라마의 끝

1. 오늘 뉴스는 계속 모스크바에서 60여 시간동안 진행된 체치니안의 인질극 사태의 비극적 종결에 대한 방송으로 끊임없이 집중되었다. 며칠 동안 여론과 세계가 주목했던, 모스크바 오페라 극장 안에서 진행된, 체치니안의 인질 드라마Geiseldrama는 결국 매우 극단적인 진압을 통해서 끝을 맺었다. 무시무시한 탱크 몇대가 극장을 둘러싸고 진압에 동원되었으며 400명의 전문 특공대가 투입되었다. 약 900명의 오페라 극장 관객을 인질로 삼은 체치니안 테러리스트들의 드라마는 몇 분 동안 급박하게 진행된, 강력한 가스의 유입과 특공대의 투입으로 약 백 오십 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막을 내렸다. 18명의 여성을 포함한 테러리스트 50여명은 사망했으며 세 명은 체포되었다고 한다. 또한 테러리스트 중의 한명은 여자였다. 사망한 테러리스트의 허리에는 은빛 TNT가 몸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90명의 인질은 숨졌다. 얼마나 많은 수가 진압과정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인질에 대한 공격으로 사망했는지 혹은 가스로 인해 사망했는지 공식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구출자의 증언에 의하면, 가스로 인해 거의 대부분이 수분 이내에 의식을 상실하였다는 증언과, 7개의 병원에 실려간 350여명의 인질들의 대부분은 가스로 인한 심폐기능의 심각한 문제로 고통당하고 있다는 의사의 증언이 있었다. 60여 시간 테러리스트들에 의하여 극장에 사로잡힌 인질들은, 긴장과 공포와 공복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탈진상태에서 강력한 가스의 유입으로 인해 많은 수가 사망하게 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에 도움을 청하면서까지 독일 국민과 정부가 민감하게 관심을 갖고 있었던 두 명의 독일인들은 결국 생명을 잃지 않고 구출되었다. 현재 중국 공안에 잡혀 있는 친구 김희태와,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인들이 떠올랐다. 푸틴은 방송에 얼굴을 내밀었으며, 오늘 우리는 모든 이들을 살릴 수 없었고 수십 여명의 선량한 사망자가 발생하였음을 안타까워 하였고, 침울한 얼굴로 이 선량한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사죄를 하였다. 이 전쟁은 역사적으로는 체친족의 독립을 위한 100여년 동안의 역사적인 기원을 갖고 있었고 약 10년 전부터 분명하게 독립을 위해 러시아에 대항하는 여러 구체적인 갈등들이 진행되었다 한다. 1994년 러시아는 결국 폭력을 동원하여 체친족에 일타를 가하였으며 약 5만에서 8만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이 전쟁으로 인해 야기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전면전과는 달리 체친족 진영은 테러를 통하여 1999년 초에 모스크바 중심에 있는 주택을 폭파하였으며 300명의 사상자가 발생되었다. 그리고 1999년 10월에 다시 러시아는 전투기와 탱크를 동원하여 군사적 반격을 가하였다. 2. 오늘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8천명 이상의 데모가 베를린과 몇몇 지역에서, 석유를 위한 이라크 공격을 더 이상 행하지 말라는, 만 명 이상의 미국 시민의 데모도 백악관 앞에서 진행되었다. 미국의 70년 이후 가장 큰 데모였다 한다. 모스크바가 고향인 친구 인나는 부모님이 아는 이 가운데 이번 인질극 피해를 당한 이가 있는지 전화를 오늘 걸었다 한다. 이 사태 이후에 러시아 경찰은 체친족이 거주하는 모스크바 주택들에 대해 이미 엄한 단속과 경계에 들어갔다 한다. 사실 옐친과는 다른 태도를 갖고 있는 젊은 엘리트 푸틴은 분명 햇빛정책으로 주변민족과의 문제를 접근하려는 노력을 초기에는 가졌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푸틴은 오늘의 사태를 독립을 위한 체친족과의 갈등의 표현과 그에 대한 단호한 처방으로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심지어 테러세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으로 규정하였다. 푸틴은 911사태부터 며칠전의 발리 테러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으로 진행된 국제적 테러의 연속선상에 이 인질극 사태를 세워 놓았고, 체친족에 대한 그간 십 여년간의 군사적인 해결에서 정치적 해결로 그 분쟁의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 이 국제적인 테러에 더욱 전격적으로 투쟁하려는 입장을 분명하게 강조하였다. 미국의 테러에 대한 전쟁에 어쩔 수 없이 어정쩡하게 후방에서 동조했던 개혁적 엘리트인 푸틴 마저도, 이제 테러를 몸뚱이로 막아내어야 한다는 가상의 시대적 명분이라는 뱃지를 차고, 피비린내 나는 전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이상스러운 상황에 서게 되었다. 3. 어떻게 극장 전체를 날릴 수 있는 50Kg의 TNT를 테러리스트가 몸에 메달고 있음에도, 또한 분명히 엄청난 강도를 지닌 최루가스에 테러리스만 반응하는 것이 아님을 모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그렇게 단호하게 인질사태를 해결하려 하였을까. 이번의 강력한 진압극은 그간 역사적으로 보여주었던 러시아 주변의 독립국과의 여러 분쟁을 접근하는 방식인, 매우 강력하고 단호한 러시아의 태도가 다시 회귀되었음을 상징적으로 확인하게 한 예로 보인다. 체친족의 배후에는 직간접으로 아프카니스탄과 이슬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생명이 가장 고양된 고귀한 존재로 이해된다 하더라도, 이빨에 피를 머금고 개처럼 죽어 있는, 화약 냄새가 가시지 않은 도로와 극장 의자 사이에 쓰러진 싸늘한 사체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면, 정말 우리가 경험하는 이 시대는 한 발자국도 더 이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쓴 자괴감을 갖게 한다. 4. 인간 문명은 영혼의 자유를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 궁극적으로 성취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대단히 냉혹할 정도로 혹독한 갈등의 역학이 개입된다. 누구는 우리의 역사가 힘의 문명에서 설득의 문명으로 점진적인 방향의 전환을 타고 나아가고 있다고 비교적 낙관적인 문명론을 피력하지만, 그 추상의 투명한 관조에 의해 전개되는 문명론은 오늘 개죽음을 당한 테러리스트들과 모스크바 시민들의 시체 앞에서는 꽃 한다발 보다 훨씬 무기력한, 너무나 잔혹하고 가벼운 진단일 뿐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부여된 내적 자유가 훼손될 때 구체적인 그가 가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추상적 감각은 여지 없이 쉽게 붕괴된다. 거기에서 그가 품게 되는 내적인 분노는 어떠한 추상성이 주는 명예와 투명한 안락감 보다 절박할 뿐이다. 그게 인간이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파손된 내적 자유와 명예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고 생명을 아깝지 않게 거는 존재가 인간의 본질이다. 그래서 인간은 한없이 연약하지만, 바로 이러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 나를 위한 힘은 결국 힘에 의해 망한다. 이는 힘의 부메랑으로 인해 우리가 되돌려 받을 수 밖에 없는 비극적인 황금률이다. 단순하지만, 그렇게 많은 역사가 흘러도 우리가 여전히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생각된다. 만약 그 누가 힘을 진정한 힘으로 행사할 수 있는 그릇이 되지 못하는 ›굽어진 존재‹ 라면, 차라리 그 힘의 유혹에서 자신을 퇴각시키는 것이 최상의 지혜일 수 있음을. 오히려 나에게 있어서 고민 이것이다. 즉 이렇게 힘들게 출현한 고귀한 생명 공동체를 피의 도전과 응전의 장으로 벌겋게 적시는 몇몇 강대국의 국가지도자와 패륜적 정치권력그룹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나마 힘이 없는 약소민족과 국가와 소외 세력이 아주 버겁고 힘들게 응집하며 쌓아 나아가고 있는 힘과 권력을, 결국은 무장해제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에 대한 안타까운 두려움이다. 26. Oktober. 2002.    Oystein Sevag l Tojo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