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느님의 신뢰를 생각해 본다.
하느님은 세상의 고통을
아파하고 같이 나누시는 분이다.
그러나 꼭 세상의 고통이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만은 아니리라.
하느님은 세상을 신뢰하지만
세상은 하느님을 져버리고
뒤틀린 존재로서 살아가곤 한다.
그로 인한 세상의 고통 또한
하느님께서 같이 나누실 것이다.
세상의 하느님에 대한 신뢰보다
하느님의 세상에 대한 신뢰가
더 크고 깊지 않을까 믿는다.
하느님은 그만큼 세상보다 더 아파하시고
세상의 불성실함과 연약함에 대해서도
그는 그의 우리를 향한 신뢰를 접지
않으시는 분이라고 난 믿는다.
하느님을 그러한 분이라고 믿는다면,
나 또한 내 이웃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내 이웃이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믿는 것은 신뢰가 아니라 투자이다.
진정한 신뢰는 내 이웃이 어떠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이웃에 대해서 내가 믿고 후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구체적인
삶 가운데 어려움은 많다.
어찌 보면 신뢰는 빚 보증과 같다.
갚을 능력을 벗어난 채 나에게 떠밀려진 이웃의 빚을
내가 대신 갚아야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뢰는 어찌 보면 능력이기도 하다.
내가 누구를 신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그 누가 어떠한 삶의 위협에 대면한다 하더라도
그를 위협 가운데 남지 않도록 이끌고 나올 수 있는
노력과 용기와 힘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신뢰는 마음과 몸과 용기,
그리고 능력이 동반되는
매우 쉽지 않아 보이는 가치이다.
그러나 용기와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이 되어선 안된다.
오히려 신뢰로 인하여
우리는 용기와 능력을 얻게 된다.
신뢰를 통해서 신뢰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얻게 된다.
우리가 불구덩이에 들어가도
우리와 더불어 이 세상 끝까지 동행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우리를 향한 신뢰를 생각하고 떠올리면서
나는 위로와 작은 용기를 얻는다.
간혹 세상이 하느님을 불신하고 낙망케 한다 하더라도,
하느님은 바로 그 세상을 여전히 신뢰하신다고 믿는다.
그 신뢰로 인하여 얻게 되는 하느님의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하느님은 이 세상을 진실로 신뢰하신다고 믿는다.
나는 이웃을 여전히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능력이 없지만
하느님의 신뢰를 통하여 힘과 용기를 얻는다.
신뢰는, 한편으로는 우리를 고되게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사랑만큼 중요하고
우리를 진정한 인간으로 세우는
귀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Liszt | Liebestraum No.3 in A flat maj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