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27 (07:29) from 80.139.187.144' of 80.139.187.144'	Article Number :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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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에 저항하는 신앙고백

1. 매주 대학에서 열리는 수요 포럼을 참여하였다. 오늘은 패르난도 엔스가 강의를 하였으며 그 주제는 세계화에 대응하는 교회의 과제였다. 패르난도 엔스의 강의와 더불어 하이델베르크 대학 아프리카 연합 학생회 회장과, 기숙사에서 동고동락을 하였던 모잠비크의 파울리노가 아프리카의 상황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이델베르크 대학 중강의실에서 열린 강의에는 1년동안 브라질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스테판과, 에큐메니칼 기숙사의 몇몇 동료들, 그리고 내가 있는 신학기숙사의 사감과 친구들, 그리고 관심이 있는 청중들이 많이 보였다. 며칠 동안 시내에는 이쁜 크리스마스 마켓이 즐비하게 열리고 있다. 포럼 참여 전에 우리는 따뜻한 포도주를 마셨다. 말하자면 독일식 팥죽이라고 할까. 이미 속은 따뜻한 기운에 녹고 마음은 소위 <알딸딸> 하여 고국의 그리운 얼굴들이 많이 떠올랐다. 마음은 콩밭에 있지만, 오늘 포럼을 통하여 느낀 것을 몇 가지 정리하는 것이 이 시간을 달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잠시 스케치를 남긴다. 2. 앤스의 강의는 두 가지 초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세계화의 인식과 그 대안을 만드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세계화에 저항하는 세계교회협의회의 역할은 무엇이었느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세계화의 문제가 우리의 중요한 인식으로 자리잡혀지기가 여러운 면들을 지적하였다. 세계화는 소위 잘 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간극이 더욱 넓혀지는 부익부빈익빈의 전지구적 모순의 심화를 의미한다. 첫째, 우선 오늘 우리가 처한 세계화의 문제는 단지 한 차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경제, 정치, 사회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연결됨으로서 세계화의 현상이 전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둘째, 세계화라는 주제가 결코 매력적인 주제가 아니다. 거기에는 자국과 계급의 이익을 둘러싼 치열하고 보이지 않는 전쟁이 진행되는 것이며, 그럼으로 인해 결코 달가운 주제가 될 수 없는 면이 있다. 셋째 사실 우리에게는 세계화의 경험이 없을 수 있다. 그것은 특히 가진 나라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세계화의 진행과정에서 승자의 전열에 서 있는 우리는 세계화의 어두운 면을 직접 느낄 수 없는 제약을 지니고 있다. 20대 80의 사회에서 어쨌건 우리는 후자가 아닌 전자의 혜택을 받고 존재하는 본성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3. 신학적으로 세계화의 현실은 생존하는 삶에 대한 구조적 죄이자 구조적 폭력으로 인식된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우리 생명공동체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다. 성서적으로 인간은 본성상 죄의 존재이다. 일그러진 존재라는 것이다. 세계화는 바로 이러한 우리의 죄가 객관화 되고 구조화된 우리 시대의 냉혹한 현실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커피와 꿀과 세계의 아름다운 장면이 담겨있는 달력을 쉽게 살 수 있다. 그러나 그 유통의 이면에는 세계화라는 희생과 어두움이 존재한다. 그것은 여기의 우리가 편하다고 하여서 우리 모두가 편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지구적인 안목으로 보면 우리의 안락함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에 의해 주워지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4. 페르난도 엔스는 세계교회협의회에서 폭력극복 10년 운동을 위한 컨퍼런스에서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고급간부와 나눈 이야기를 상기하였다. 우리 시대의 폭력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그는 <경제적 부정의>로 지적하였다는 것이다. 즉 우리 시대의 폭력의 뿌리에는 이러한 세계화의 어두운 산물로 인한 국가와 계급간의 경제적 격차와 그로 인한 분배의 부정의가 묻어 있으며, 폭력극복은 바로 세계화의 진행을 제어하고 극복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5. 그렇다면 교회는 이러한 세계화의 문제 앞에 어떻게 그것을 대처해야 하는가. 만약 교회가 정의롭고 우리가 정의롭다면 이렇게 전지구적인 갈등과 분배의 부정의의 문제를 어떻게 대면해야 할 것인가. 이것은 기본적으로 윤리의 문제가 아닌 신앙의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신앙 고백에 관련한 가장 중요한 물음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신앙인과 교회가 중심으로 성찰하고 있는 <신앙고백>의 문제로 이 세계화의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6. 본회퍼는 당시 사회적 교회적 인종적 갈등의 현실 속에서 기독교적 고백의 문제를 삶에서 고민하였고 우리에게 제시하였다. 바로 1934년의 바르멘 선언(Status Confessionis)은 나치즘에 저항하는 교회의 중요한 고백이었다. 이러한 전통을 모태로 삼아, 그 이후 오늘날 세계경제의 불의적 구조에 대항하여 정의로운 지구를 향하려는 노력은 Processus Confessionis로 새롭게 1997년 헝가리의 데브레첸에서 세계교회협의회의 이름으로 천명되었다. 오늘의 우리 또한 그러한 상황에 서 있는 것이다. 경제 분배의 부정의와 환경파괴의 문제는 단순한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신앙인의 고백에 정면으로 직결되는 문제임을 자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이쿠메네는 다름이 아니라 모든 하느님의 피조물이 서로 공동체적인 삶을 어떻게 잘 살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그러한 공동체적인 삶을 위하여 화해와, 평화와, 성화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제시하신 것이다. 이러한 성서적 증언을 회상하면서 우리 신앙인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저항>이 우리 신앙고백의 본질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성서는 또한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희년을 인류에게 제시하였으며 세계교회협의회는 여러 방식으로 이러한 사회적 부정의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모태를 여기에서 얻는다.   7. 개혁신앙은 끊임없는 개혁을 그 모태로 하고 있다. 세상의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신앙의 본질이다. 전지구적인 불평등의 문제는 각기 나름대로의 중요한 관점속에서 접근될 것이다. 우리 교회는 바로 고백신앙의 본질이 우리의 끊임없는 개혁, 그리고 그리스도의 신앙 안에서 새로운 창조를 형성하고 만들어 나아가는 데 우리의 정체성이 있어야 함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8. 두 친구의 아프리카에 대한 경험은 나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파울리노의 지적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내가 경험한 서구 유럽 특히 독일은 제3세계의 기아와 가난에 대한 사회적 캠페인과 참여가 상당히 활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자기기만이 아닌, 이들의 기독교적 문화적 가치관 안에 존재하는 평등이라는 감각의 발현으로 보인다. 내가 서유럽에서 배우고 있는 것은 사회적 평등과 복지가 얼마나 삶에 중요한지를 깨닫는 과정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신학의 본질인 하느님 나라의 도래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러나 파울리노는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길 바라는 것이다. 즉 무엇이 제3세계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 때에만 그 도움이 의미를 발한다는 것이다. 즉 타인에 대한 배려가 궁극적으로 자기내적인 성취가 아니라 상호적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가 정작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것이 도움을 주는 것 만큼 중요하다는 점이다. 진정한 도움은 상호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9. 난 모국의 현실로 인해서 뛰어다니면서 도움을 청하고 펀드를 만들어서 자신의 후배들과 그곳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성서를 건네주는 파울리노의 그간의 삶을 가까이서 보아왔다. 그의 순박함과 진실함과 소탈함은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것이다. 그러나 난 그의 얼굴 뒤에 서 있는, 현실적으로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전지구적인 분배의 불평등과 삶의 소외에 둘러싸인 소외받은 국가 동족들의 얼굴이 떠올라서 눈이 흐려졌다. 또한 오늘날 복지와 삶의 질이 너무나 떨어진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버겁게 살아가고 있는 얼굴들이 떠올랐다. 10. WCC 세계교회협의회의 문제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오늘 한국교회는 무엇을 하는가. 우리는 우리 나라가 처한, 하느님의 피조물이 누릴 수 있는 평화와 정의의 나라를 위하여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쉼과 안락이 너무나 길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복음의 초발심을 잃어버리고 세상에 묻혀 고백신앙의 끈을 영원히 놓아버린 것은 아닌가. 11. 난 내가 20의 계급에 속할지 80의 계급에 속할지 내 미래를 알 수도 없고 예단할 수도 없다. 그러나 패르난도 엔스가 말한 바 처럼, 세계화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로 피부에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듯, 어쩌면 전지구적인 소외와 불평등의 문제를 회피하고 편안함과 안락의 소파에 영혼을 쉽사리 내팽개칠 수 있음을 두려워 한다. 예수는 소외의 극복을 위하여 세상에 오셨다. 하느님 나라의 평등한 실현을 위하여 세상에 오셨다. 이 당파성은 해석학의 문제가 아니다. 복음의 본질이라고 나는 믿는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20의 자리에 서 있는 너, 저 80의 자리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희생하고 있는 그 이웃을 생각하고 그들과 더불어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향해 나아가라는 신앙적 각성과 선포를 의미하는 것이다. 12. 오늘 우리는 아름드리 잘 꾸며진 크리스마스 마켓 사이를 돌며 포도주를 들이켰고, 조금은 분위기를 깨는 강의를 들었으며, 다시 휘황찬 마켓을 거닐면서 그 자리를 거슬러 나왔다. 나와 우리가 타락하지 말고 진정 큰 눈으로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세상을 위한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세계화에 저항하는 신앙고백,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절실한 당위의 문제임을 망각하지 말면서 말이다. YoYo Ma & McFerrin | Vocal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