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09 (07:18) from 80.139.187.2' of 80.139.187.2'	Article Number :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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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세상의 부모님들은 그들의 뼈와 피로 우리 생명을 낳으시고 키워내셨다. 또한 온통 자식들을 위하여 마음과 몸으로 희생과 염려를 마다하지 않으신다. 어쩌면 부모님에게 있어서 자식은 당신들 인생의 전부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식들은 그 부모님 사랑의 빚에 한창 부족할 뿐이다. 부모님이 자식들을 위하여 목숨을 다 걸고 사랑으로 키우시는 모습 만큼 소중하고 위대하고 감격스러운 것이 어디 있을까. 내가 아는 어떠한 지식과 진리가 주는 가치도 부모님들의 자식에 대한 희생과 사랑에 비할 바가 없을 것이다. 그 희생과 사랑은 한 편으로는, 우리의 생사를 주관하시고 우리 한 생명 생명을 뜬 눈으로 지켜주시는 하느님의 아름다운 마음을 가슴으로 느끼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의 모든 바다를 먹물 삼아도, 세상의 모든 하늘을 두루마리 삼아도 세상의 억겁의 시간을 모두 풀어내어도  다 표현할 수 없는 부모의 그 무한한 사랑 앞에 자식들은 부끄러움과 초라함을 갖게 한다. 부모님의 금슬과 사랑은 생명의 끈이 되어 우리를 이렇게 죽음이 아닌 살아있는 삶으로 잉태하게 하였다. 그 핏덩이의 첫 탯줄이 끊길 때부터, 부모님과 자식은 서로 한 생명의 끈으로, 끈질긴 사랑으로, 그리고 가슴 여린 그리움으로 다시 묶여진다. 자식이 세상의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희생은 결코 가볍게 변화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낮에는 햇살로, 밤에는 별빛으로, 기쁠 때는 희망으로, 슬플 때에는 눈물로 다가오는 것이 부모님의 그 한 없는 사랑이다. 요사이 뉴스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연들로 가득 차고 넘친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자식들이 준 용돈 23만원을 버스에서 놓고 내린 그 어머니가, '그 돈이 어떤 돈인데' 하면서 안타까움에 농약으로 생명을 거두웠다는 뉴스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그 어머니의 죽음은 인내와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식의 그 정성과 마음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어머니의 가슴 아픈 원망과 자책으로 인한 것이라고 난 믿는다. 그만큼 부모님들의 피붙이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애착은 비범하기까지 하다. 세상은 이름을 날린 자들의 명성이 뒤얽혀 있는 냉혹한 각축장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있어서 부모라는 이름은 세상에 남아있는 어떠한 업적의 이름보다 크고 존귀하다. 나를 존재케 하는 부모의 이름보다 더 소중한 이름이 도대체 세상에 더 어디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초록이 순수의 깊이를 향해 달려가는 푸르른 5월, 난 자식과 이별을 한 부모님들과, 부모님과 이별 한 이들을 생각해 본다. 어린 국민학교 시절, 추운 겨울 어느날 아침 화장실 옆에서 키웠던 강아지 한 마리가 결국 시름시름하다 죽어서 꽁꽁 얼어붙었다. 같이 마당과 동네를 뛰놀면서 정을 나누었던 강아지 한 마리가 죽었을 때 아주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아빠에게는 꼭 무덤을 만들어서 묻어야 한다면서 떼를 쓰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도 그 강아지의 눈망울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피를 나누지 않은 동물과의 이별이 이럴 터인데, 가족과의 이별로 인한 아픔과 그리움은 얼마나 가슴 미어지는 것들인가. 이 어버이날을 홀로 맞이하는 이웃들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감히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을까. 가끔 햇살이 대지에 조용하게 내리쬐고 있는 순간에는, 수 억년의 시간이 정지된 반짝이는 영상 안에 우리 생명이 영원히 머무르고 있다는 느낌을 우린 받곤 한다. 오늘 흐르는 저 강가도 수 천년 전의 바다 였을 것이고, 다시 수 천년 후에도 저 강이 다시 모여 큰 바다를 이룰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으로 밀려오는 허전함의 모래알은 우리에게 나지막히 속삭인다. 우리 또한 어디에서부터 온 생명이므로, 결국엔 다시 사라지는 유한한 생명일 뿐이라고. 다른 그 모든 이야기는 그 엄연하고 냉혹한 생명의 현실에 관한 또 다른 인간의 갈망이자 소망의 이야기라고. 분명한 것은, 그 사라진 낙엽에 대한 그리움과 소망이, 낙엽이 바싹 말라 세상에서 소멸하는 자연의 현실과 대체되어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의 생명이 다하고 살아있는 이를 떠나는 것은 인간의 현실이지만, 그 생명이 하느님의 품에서 안식을 얻으리라는 것은 인간의 깊은 소망에 근거하는 믿음이다. 물론 믿음은 어떠한 현실보다 귀한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생사를 둘러싼 자연의 냉혹하고 엄연한 실상 앞에 종교와 신학은 조금 더 경건하고 겸허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나 자신에게  자주 다짐하곤 한다. 자식을 위해 제 몸을 도려내서라도 먹여 살리시는 그 아름다운 부모님의 사랑을 무엇으로 바꿀 수 없듯, 영원히 함께 우리와 있을 것만 같은 부모님들이 자식을 남겨두고 떠나가는 그 쓸쓸한 자리의 허전함을 무엇으로 메꿀 수 있을까. 세상에는 부모님의 사랑의 크기 만큼 또한 부모님을 향한 그 깊은 그리움이 서로 머물러 있다. 여전히 우리 곁에는 하느님의 사랑 그 자체인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원죄와 같은 자식들의 부끄러움, 어느 시대보다 절실한 의미를 지니는 가족의 소중함,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소년 소녀 가장, 그리고 민족의 분단으로 여전히 혈육을 만나지 못하는 우리 민족의 수난과 비극이 검은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어떠한 그림자도 그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의 고귀한 가치를 뒤덮을 수 없을 것이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 그 사랑은 영원한 사랑이며, 우리 인생이 더 하여도 퇴색하지 않고 더더욱 그 영롱한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소망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생각 없다,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돌아가신 외할머니 보고 싶으시다고... 외할머니 보고 싶으시다고,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줄만 알았습니다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아!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에게서 흉내낼수없는 사랑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