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연쇄살인범'으로 불리우는 유 아무개 사건이 이 독일의 뉴스로까지 크게 번졌다.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분명 우리 삶의 감출 수 없는 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생명을 어느 누가 자의적으로 끊어버린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는 유 아무개의 초자아 형성의 결함으로 인하여 자아의 양심적 사회적 감각을 상실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분석만 가지고는 어떠한 본질을 짚어내는 데까지는 미흡한 듯 하다.
어제 오래간만에 융을 읽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무의식과 그 무의식에 머물고 있는 정신적 장애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우리 인간은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무의식이 어떠한 신경증이나 컴플랙스를 가질 때 그 치료를 위해서는 연약한 인간을 대하는 의사는 어떠한 임상적 방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인간적인 진지함과 노력과 깊은 헌신이 더더욱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유 아무개의 사건을 우리가 처한 총체적인 사회의 문제로 접근하는 해석은 사실 식상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그 한 개인의 잔혹함이 사회적인 잔혹함이나 어두운 그림자로 번지고 해석되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사회는 그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은 더 위험한 태도라 할 수 있다. 보이지 않은 개인의 정신적 균열들이 한 사회공동체에 가져다주는 물리적 여파와 악영향은 훨씬 클 수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 인간을 구성하는 여러 인격적, 사회적, 교육적, 경제적 요인들을 우리 사회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리고 건강하게 구비하고 있느냐 하는가를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우리 사회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개인의 건강한 영혼과 인격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제도적인 노력과 인간적인 헌신을 기울이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불안한, 그리고 불확실한 삶의 조건에 의해 그 개인은 분명히 사회를 향해 앙갚음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의 냉혹한 순리이다. 그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는 이 사회의 정신적 건강함을 관리하고 지켜주는 테라피가 되어야 한다. 개인과 사회의 파괴적인 요소가 벌써 암암리에 진행이 되고 어느 순간 그 사회적 고통의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고 난 후 이루어지는 사후 약방문 식의 태도는 비교적 의미가 없어 보인다. 종교는 어떠한 사회적 사건에 대한 성명서 낭독과 같은, 드러난 사건에 대한 해석과 질타가 아니라 그 개인과 사회가 파괴적인 요소에 쉽게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건강하게 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점에 그 핵심적 과제와 생명력이 있다.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던 유 아무개, 그가 너무나도 잘 그린 만화와 스케치 소품에서 나는 그가 꾸었던 꿈의 편린들을 느낀다. 그의 연약함으로 인하여 살해당한 여러 안타까운 이웃들을 생각한다. 사실 그는 엄청난 죄를 지었고, 이제 남아 있는 것은 그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격리와 사회적 책임이다. 그가 만화를 그리면서, 사진 스크랩을 하면서 그려왔고 쌓아왔던 그의 소중한 꿈은 이제 더 이상 남은 여생 속에서 쉽사리 보장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실 그에게 결핍되었던 것은 초자아의 사회적 양심적 감각이라고 하기보다는, 그의 마음과 영혼을 정신을 바로 형성하게 하고 그를 인간다운 삶으로 인도할 수 있는 이웃과 사회의 헌신일런지도 모른다.
개개인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기 위하여 우리는, 언제 우리를 사로잡을지 모르는 우리 내면의 어두운 요소를 아주 깊이 그리고 민감하게 파악하고, 이 사회의 환경이 더욱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연약한 우리 인간을 불쌍히 여기시는 신의 긍휼을 간절히 소망해야 할 것이다.
" ... 따로 격리된 어떠한 삶의 여정이 있을 수 없듯, 따로 고립된 어떠한 정신적 과정도 없다. 어떤 경우든 우리는 그것들을 따로 고립시킬 실험적인 수단을 아직껏 발견하지 못했다.
오늘날 모든 이들은 인간이 컴플랙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컴플랙스가 그 사람을 사로 잡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 "
Es gibt keine isolierten psychischen Vorgänge, so wie es keine isolierten Lebensvorgänge gibt; auf alle Fälle hat man noch kein Mittel entdeckt, sie experimentell zu isolieren. ... Jedermann weiß heutzutage, dass man «Komplex» hat. Daß aber die Komplexe einen haben, ist weniger bekannt.
C.G. Jung, GW 8. III. Allgemeines zur Komplextheorie, S.1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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