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대경연합 이영기 의장의 투병소식을 홈페이지 http://young.uristory.net 를 통하여 접하게 되었다. 나는 이분을 잘 알지 못한다. 단지 이 분은 병에 굴복하지 않고 남다른 투지로 병과 투쟁하였던 면모가 인상적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이분의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오늘 그분의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숨을 거두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며칠 전 정은임 씨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뉴스를 읽었다. 나는 이분이 클레식 방송을 담당하는 정세진 씨로 착각을 하고 매우 놀랐다. 이분이 진행하는 클래식 방송을 1년전 아주 인상깊게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뒤플레의 실황도 직접 눈으로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세진 씨가 아니었다. 단지 이름이 비슷하였는지 이미지가 비슷하였는지, 그러한 착각이 있었다. 그 후로 정은임 씨의 기사와 사진을 보니 저분의 목소리를 라디오에서 자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교통사고는 정말 안타까운 사고이다. 속도를 소망하는 우리 문명이 만들어낸 상처들과도 같다. 그분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을 텐데, 오랫동안 사귀어온 애청자들이 아주 많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결국 오늘 정은임 씨도 생명이 다 하였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우리는 삶을 우리의 뜻과 의지를 가지고 계획하고 구성하며 살아낸다. 그것은 미시적인 계획과 실천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미시적인 계획과 실천에 잡히지 않는 이러한 우연적인 혹은 거시적인 삶의 또 다른 사건에 대면하게 된다. 우리는 삶을 연속적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나, 그 노력 이상으로 불연속적인 사건이 우리 삶의 뿌리 마저도 송두리째 흔든다. 바로 우리에게 이렇게 찾아오는 죽음들과 소식들이 그러한 것들이다.
우리의 뜻과 의지와 열정으로도 어떻게 움직일 수 없는 그 세계, 그리고 그 세계 앞에 서 있는 무력한 사람들. 찾아오는 죽음들 앞에서 나는 우리가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곤 한다. 진실로, 우리는 이 별에 왔고 살아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이 별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왔으며 떠날 것이라는 운명과 같은 사실을 언제나 망각하고 산다. 그것은 시작과 끝을 망각한 삶과 같기도 하다.
찾아오는 죽음들 앞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은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 하는 물음들일 뿐이다. 어쩌면 인간의 앎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 별에 태어났고, 나는 이 별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이외에 우린 무엇을 더 알고 있는가. 그리고 알 수 있는가.
고 이영기 님과 정은임 님, 그분들의 삶은 마감 되었다. 우리가 그들과 다시 만날 때까지, 그들의 삶은 우리에게 추억으로, 기억으로 이 대지에 남을 것이다. 우리에겐 물론 매우 안타깝고 슬픈 추억일 것이다. 여전히 더 오래 생을 이어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들어온 안타까운 사건들로 인하여 그들은 우리의 곁을 너무나 일찍 떠났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지식은 안타깝게도 그들과의 이별을 이해할 수 없을런지도 모른다. 단지 우리의 소망만 길게 남아있다. 그들이 경험하는 새로운 별에서의 삶은 지금의 삶보다 더욱 기쁘길 바라고, 이 세상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훼손되지 않고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Download : 
